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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Feb 05. 2021

영화로 만나는 바이올린

내가 본 바이올린 영화들

    관심이 생기면 관련 영화를 찾아본다. 오랫동안 작가가 등장하는 영화와 비슷한 비중으로 바이올린 영화들을 보아 왔다. 기억에 남는 몇 편을 떠올려 본다.        



1. 라 멜로디 (2018, 프랑스)       


  원래 바이올린을 전공한 시몽 프랑스의 한 학교에 바이올린 선생님으로 계약하고 오케스트라 반 아이들을 학년말 무대에 세우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이야기다. 첫 수업 때부터 말다툼하는 예의 없는 아이들을 짧은 기간 안에 무대에 세울 수 있을지 앞이 캄캄하다. 시몽의 연주를 듣고 아이들은 조금씩 바이올린에 매력을 느끼는데 원래 오케스트라반이 아니었던 아널드는 옥상에서 혼자 연습하는 열정을 발휘하기도 한다. 부모와 함께 조금씩 성장해 가는 아이들과 초보 교사 시몽의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2. 투게더 (2003, 중국)     


  즐겨 가는 바이올린 카페를 통해 알게 된 이 영화는 가난하지만 천재 기질을 가진 아들의 바이올린 교육을 위해 북경에 머물며 온갖 뒷바라지를 하는 아버지가 등장한다. 어머니의 얼굴을 모르는 아들은 한 여성에게 애정을 느끼게 되고, 삶의 의욕을 잃었던 레슨 선생님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도 한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 사이에서 고민하는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갈등은 진실을 알게 된 아들의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연주로 녹아내린다.        



3. 더 콘서트 (2010, 프랑스)     


  과거 볼쇼이 오케스트라 단원과 지휘자였던 이들은 유대인을 옹호했다는 이유로 쫓겨나 밑바닥 인생을 살아온 지 30년이 지났다. 지휘자였던 청소부 안드레아는 재기할 수 있다는 꿈을 버리지 않고 지내던 중 청소하다 받은 팩스 한 장에 동료들을 불러 모아 아찔한 계획을 실행하고자 한다. 이 영화에서도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연주된다.        



4. 파가니니: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2013. 독일, 이탈리아)     


  실제 바이올리니스트 데이비드 가렛이 주인공 파가니니로 등장하여 최고의 싱크로율을 보여준 영화이다. 현재 바이올린으로 구사할 수 있는 대부분의 기교가 파가니니로 인해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바이올린 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누가 듣지 못하게 약음기를 끼고 했다는 그의 베일에 싸인 연습 이야기도 재미있다. 당대에는 전통에서 벗어난다는 이유로 기괴하다는 평을 얻기도 했지만 그는 자신의 천재성을 알아준 우르바니와 함께 명성을 쌓아 나간다. 퇴폐와 향락은 그를 파멸로 이끌었고,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 영국으로 향한다. 전문 배우가 아니라 어색한 부분도 있지만 연주 장면만큼은 그 옛날 파가니니가 살아 돌아온 듯 콘서트를 방불케 한다.        



5. 마지막 4중주 (2012, 미국)     


  앙상블이 오랫동안 유지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서로가 바라는 방향이 다르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작은 소음이 커지면 해체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는 오랫동안 4중주 활동을 해 왔지만 늘 이인자 자리에 있던 2 바이올린 주자 로버트가 1 바이올린에 대한 열망을 토로하면서 위기가 찾아온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개인사에도 문제가 생긴다. 많은 시간 함께 화음을 맞춰 온 이들이 다시 화합할 수 있을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관람했던 기억이 난다. 연주자들이 아닌 연기자라 표정 연기는 정말 좋은데 손가락이 연주와 맞지 않을 때가 있다. 음악 영화의 어려운 부분이다.       


 

6. 레드 바이올린 (1999. 캐나다, 이탈리아)     


  다른 영화가 연주자들에 대한 이야기라면 이 영화는 바이올린이 주인공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소위 올드 바이올린들은 100~400세의 나이를 자랑한다. 그동안 수많은 연주자들의 손에서 그들의 삶을 지켜본 바이올린에 대한 상상으로 탄생한 영화이다. 부조티라는 바이올린 장인은 아이를 위해 특별한 바이올린을 만들기 시작하는데 아이를 낳다 죽은 아내를 기리기 위해 완성된 이 바이올린은 수도원 고아였던 바이올린 천재, 집시, 중국 혁명기를 거쳐 한 경매장에 들어오게 된다. 과거 바이올린 제작실의 모습을 엿볼 수 있고, 영화 전반에 깔린 슬프고도 강렬한 바이올린 곡은 요즘 독주회에서 연주되기도 한다.        



7. 뮤직 오브 하트 (1999. 미국)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고 싶었지만 해군인 남편을 따라 이사 다니느라 꿈을 이루지 못했던 한 여인이 아픔을 딛고 빈민가 학교의 바이올린 교사로 취직하여 아이들을 감동의 무대에 세운다는 이야기이다. 실화를 바탕했다는 것이 큰 울림을 준다.      



   이 외에도 비올리스트 용재 오닐이 다문화 아이들의 연주를 지도하고 지휘하는 <안녕?! 오케스트라>와 구스타프 두다멜이라는 걸출한 지휘자는 물론 수많은 음악가들을 배출하고 베네수엘라 아이들을 풍요로운 삶으로 이끈 <엘 시스테마>의 오케스트라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다. 전설이 될 연주자 이차크 펄만의 이야기를 담은 <이차크의 행복한 바이올린>과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결선 진출자들의 <파이널리스트> 다큐멘터리 영화도 있다. 영화나 다큐멘터리는 여느 음악회와는 다르게 연주자를 비롯한 바이올린과 관계된 사람들의 스토리가 가미되었다는 점에서 음악이나 악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흥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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