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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Jul 01. 2023

2. 카톡을 잘못 보냈다

유리멘털, 그만!

그녀와 내가 깊은 유대관계가 있는 것도 아님에도 잘못 보낸 카톡에 고요했던 내 일상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나는 가족 외 개인적인 연락을 하지 않는다. 친해질 듯 말듯한 사람이 있어도 일 외에는 카톡을 하지 않는 사람처럼 지냈다. 나는 일부러 말이 없는 사람, 사람과 가까이하지 않으려는 사람, 태생부터 아웃사이더 느낌, 그런 사람처럼 지냈다.


나는 sns를 잘하지 않는다. 그래서 sns로 우울해진다는 이야기들에 공감을 못했다. 계정이 있지만, 좋아하는 작가의 일상을 염탐하는 수준이고, 럭셔리한 사진을 올리는 타인의 계정을 보는 건, 그저 눈요기 정도로만 보기 때문이다. 이것들의 공통점은 나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전에 카톡을 탈퇴한 적이 있다. 그것도 일로 만나서 조금 아는 정도인 사람의 연락 때문이었다. 유아 교육용품 관련 회사에서 알게 된 사람으로 함께 교육을 받고 한 달 정도 옆자리에 앉아 근무했다. 그녀는 금방 퇴사를 했고, 얼마 뒤 회사 제품 관련 그리고 프로세스에 대한 문의를 개인카톡으로 해왔다. 충분히 규정을 알 텐데... 굳이 나한테 카톡을 해가며 물어본 건, 그럴만했기 때문이었다. 한때 동료로 지냈으니 그래도 조금의 애정이 남아 팀장에게 어렵사리 질문을 해서 그녀의 속을 편하게 만들어줬다. 그런데 몇 개월 후에 또  연락이 왔다. 그 회사 다니느냐고? 언제 한 번 보자는.. 그 카톡에는 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사람을 가렸다. 내심 그녀가 나를 받아드려(?) 자존감이 올라간 적도 있었다. 따로 만나 하하 호호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 카톡에 1이 떠있는 게 신경이 쓰여 충동적으로 카톡을 탈퇴했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가입을 하게 됐지만...


이번에는 내가 잘못 보내서 연락이 된 거고, 불편한 부탁을 받은 것도 아니다. 안부 인사를 어색하게 했다. 내 근황을 그녀가 알게 됐다. 나는 이렇게 내 답답한 근황을 전하게 된 것이 불쾌했다. 이 혼란을 자제하기 위해 셀프 분석에 들어갔다. 아니, 그녀가 나에게 잘못한 것도 없는데, 나는 왜 이렇게 발작이라도 일어난 듯 혼란한가. 안 그래도 무기력한데 그 카톡은 나를 심해까지 끌어 내렸다.


내가 타인에게 노출된다는 그 자체가 스트레스로 인식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아, 내가 너무 오래 쉬었구나. 아니, 내가 너무 교류하지 않고 지내는구나,를 시작으로 작년에 일했던 곳에서도 너무너무 화가 났던, 자극에 민감했던, 그것 때문에 소화제를 입에 닳고 지냈던 이유가 조금 명확해졌다. 작은 자극에도 미친 말처럼 감정이 날뛰는 있던. 별거 아닌 일을 통해 자존감이 얼마나 낮은 가에 대한 증명하는 글을 쓰고 있지 않는가. 카톡을 잘못 보내는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카톡 정리를 하고 싶어졌다. 어차피 가족 외는 연락할 일이 없으니까.


그러다 카톡에 숨김목록을 보게 됐다. 과거에 알았던 이들의 프로필이 조그맣게 보였다. 사진에서 사람들이 내가 알던 때보다 한껏 달라진 모습( 더 나아지고 성장한 모습)이었다. 통 크게 현실 싸대기를 맞는 기분이었다. 아, 남들 노력할 때 나는 뭐 했나,방구석에 앉아 쓸모없는 피해망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카톡을 정리하거나(숨김처리) 혹은 계정 탈퇴하고 싶은 욕구가 치솟았다. 가만, 그들은 그들이고. 나는 나, 나는 나대로 살면 되는 거 아닌가. 몇 년에 한 번 연락할까 말까 한 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받다니... 내가 어떤 일을 하든, 놀든, 뭘 하고 먹고살든 뭘 그렇게 남의 눈치를 보며 사는 걸까. 나의 매끄럽지 못한 인생은 우리 가족에게만 미안하면 된다. 카톡 프로필 설정을 들어갔다. 파란 바탕에 얼굴 없는 사람 모양의 기본 세팅 프사. 으음... 아니지, 아니야. 사진 첩에 들어가 그럴 듯 해 보이는 사진을 고르고 있다.






202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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