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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연 Feb 11. 2024

내가 더 많이 주어도 괜찮은 이유

생각의 알고리즘을 바꾸다

2021년,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때에 보건소로 몇 주간 파견을 나간 적이 있다. 파견근무 마지막 날에 보건소장님과 잠깐의 담화 나누는 시간이 있었고, 그때 들었던 보건소장님의 인생 모토는 그 당시에 내가 고민하던 어떠한 것에 대한 해답의 길을 보여주었다.




그 당시에, 내가 선물과 같이 무언가를 챙겨준 사람으로부터 보답이 오지 않을 때 서운하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예를 들어 내가 생일을 챙겨주었던 사람이 내 생일날 나에게 축하한다는 인사나 선물을 보내지 않았을 때 서운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주제일 수 있지만 나름 나 혼자만의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인간관계에서 나에게 선물과 같은 호의를 베풀어주는 사람이 많을수록 내가 그만큼 사회생활을 잘하고 있는 지표인 것으로 생각했다.


타인에게 밥을 사는 것을 아까워하지 말라


우연히 지나가다 들은 말이나 우연히 골라든 책에서 치열한 고민의 해답을 찾을 때가 종종 있다. 이때도 타이밍이 맞게 나의 고민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 당시 보건소장님은 '타인에게 밥을 사는 것을 아까워하지 말라'고 했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밥을 사준다면, 그 사람은 나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된다. 마찬가지로 내가 다른 누군가에게 호의를 베풀면, 그때부터 그 사람에게 내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너무나 당연하고 간단한 원리인데 이 말을 들은 이후부터는 다른 사람들과 주고받는 것에 대해 조금은 계산하던 사고방식을 완전히 버리게 되었다. 선후관계와 같은 사고의 알고리즘을 약간만 바뀠을 뿐인데 타인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고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이 글을 쓰러 근교 카페에 오는 길에,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일하고 있는 엄마가 어린이집 모든 선생님들에게 이번 설을 맞이하여 떡 선물을 돌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보통은 그런 선물을 돌리는 것이 흔하진 않아서 다른 선생님들로부터 '돈도 많이 들었을 텐데, 선생님 착한 거 같아요'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보답을 바라지 않고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타인에게 베푸는 호의. 돌고 돌아 배운 것이 사실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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