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학

되돌아보면

by 한 율
사진: 한 율(코레아트)

그동안 살았던 동네가 사라지기로 결정되던 날

골목길에 굽이치던 건물들 모두 뿌연 먼지만 남기고

떠나가는 사람들은 더 이상 웃으며 인사를 하지 않고

길가 모퉁이에는 꾸깃꾸깃한 추억들이 뒤섞여 나뒹굴고

빛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유리병 그 안에 종이학은 날개를 접고

너의 마음속으로 들어갔던 애틋한 기억만 굽은 날개를 펴고

현실은 메말라 오갈 데 없어 과거를 굽이돌아 추억이 되고

어렴풋한 것들은 어느 하나 남지 않았기에 빈손을 쥐고

언제는 그럼에도 잘 살아보자면서요 그게 사랑이라고

그러면서 왜 말도 없이 떠나가나요 그래서 사람이라고

이전 14화빛을 담은 유리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