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도둑 잡아!

by 지소혜

엄마는 미치지 않았어. 너를 찾으려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북동 저수지를 오고 가니 세수할 시간도 밥 먹을 시간도 없더라. 네가 저수지 한가운데에서 엄마에게 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아 헤엄쳐 네 손을 잡고 싶었는데 아빠가 엄 마를 끄집어냈어. 네가 거기에 없대. 우리 아가 어디 있을까? 네가 쓰던 물건은 하나도 버리지 않고 꽁꽁 숨겨두었어. 그런데 할머니가 어디론가 빼돌려 버렸어. 엄마가 미친 듯이 널 찾으러 다니니까 대문을 잠그고 못 나가게 하는 거야.


처음에 울다가 두드리다가 지쳐 목이 쉬고 손등이 터졌어. 그래도 우리 아가가 엄마 기다릴 것 같아 계속 문 열어달라 했어. 이제는 어디라도 너 찾으러 갈 수 있어. 그런데 아빠가 자꾸 울어 멀리는 못가. 아빠는 요즘 너에게 못한 것을 엄마에게 해. 밥도 먹여주고 머리도 감겨 주고 과자 사 먹으라고 돈도 조금씩 줘. 엄마는 기분이 좋아져 히죽 웃으며 아빠가 준 돈을 모아. 시내까지 가는 날에는 젖병도 사고 가제 손수건 사고 앙증맞은 양말도 사서 허리춤에 고리 끼워 달고 다녀. 우리 아가 만나면 바로 주려고.


엄마는 계절이 바뀌는 게 두렵지 않아. 북동 저수지길을 매일 걸으면서 에는 우리 아가 옹알이를 할 텐데, 여름에는 뭐라도 잡고 설 텐데 상상해.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 아가는 엄마 마음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거든.


엄마는 너를 찾아 무작정 걸을 뿐인데, 저수지 낚시객들이나 시내를 오고 가는 사람들은 엄마를 무서워해. 엄마가 무슨 짓을 할까 봐 슬슬 피해 다녀. 너를 잃고 나서 일 년이 넘게 너를 품고 걸었던 길을 샅샅이 훑었어. 너의 흔적은 그 어디에도 없고 길이 닦이고 저수지가 단장되면서 외부 사람들이 자꾸 늘어나. 그 사람들이 혹시나 너를 먼저 발견하고 어디론가 데려갈까 봐 겁이 나.

얼마 전에 지나다니던 차에 부딪혔어. 엄마가 다치면 우리 아기 누가 찾지? 그래서 차를 향해 쌍욕을 했어. 한참을 멈춰 선 차에서 운전자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고 어려 보이는 젊은 여자가 내리더니 병원에 가서 살펴보자는 거야. 괜찮다고 해도 계속 가자는 거야. 병원은 가기 싫어. 네가 없어진 곳이잖아.


그곳에 가면 숨이 막혀 오는지 창백한 얼굴로 엄마 눈을 빤히 보던 네가 생각나. 그 짧은 순간에 엄마는 의사 선생님만 기다렸어. 네가 다른 병원으로 옮겨지는 순간부터 엄마는 기억이 없어. 쓰러졌는지 잠들었는지 네가 없는 침대 위에 나만 누워 있더라.


- 아기 봤어?


슬픈 눈으로, 금방이라도 왈칵 쏟아질 눈물 쓰나미처럼 엄마를 내려다보고 있는 아빠에게 물었어. 아빠 팔을 움켜잡고 얼마나 힘을 줬는지 양팔에 엄마 손톱자국이 났어. 아무리 울부짖고 고함쳐도 아무도 대답을 안 해 주는 거야.


- 왜 가만히 서 있는 거야? 아기 도둑 잡아. 망할 것들을 잡아야 해!


갑자기 무슨 힘이 났는지 아빠랑 의료진을 밀치고 공중 부양하듯 엄마는 침대에서 뛰어내렸어. 몇 발자국도 못가 고꾸라졌어. 그때 얼른 뛰쳐나가 도둑을 잡았더라면 지금 널 찾아 헤매지 않을 텐데. 옮겨진 병원에서 너는 분명 엄마를 찾았을 거야. 차디찬 곳에 누워 품어주지 않는 엄마를 원망했을 거야.


병원문을 나설 때까지 어려 보이는 여자는 엄마 손을 잡고 있었어. 엄마 얘기를 들은 걸까? 슈퍼로 가서 엄마 먹으라고 과자를 한 보따리 사 줬어. 기다려 엄마가 곧 갈게. 너를 찾고 말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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