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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쁠 아 Oct 30. 2022

브랜딩? 디지털 마케팅?

갑자기?!

이직 전 제안받은 내용은, 병∙의원 웹사이트 제작 및 컨설팅 회사의 규모를 확장하기 위해 병원 운영 및 조직 관리에 있어 오랜 근무 경력을 가진 내게 회사의 체계 수립 및 운영 등의 업무를 맡기고자 하여 본부장의 직급과 연봉을 그대로 유지하는 조건이었다.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는 '회사'라는 골격과 '스타트업'이라 확장될 업무 영역에 대해서는 겪어보지 못해 막연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래도 내가 이 회사에 기여할 부분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다.


그만큼 나에겐 달콤한 제안이었고
2021년 6월 1일 그렇게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회사는 체계가 아직 갖춰지지 않아 만들어 나가야 할 것들이 많았고, 회사의 대표 역시 나에게 그런 것들을 바랐던 것 같다. 아니, 그게 분명했다.

그러나 나 역시 병원이 아닌 곳에서 근무가 처음이다 보니 업무 적응 기간이 필요했고, 기존의 회사에서의 업무 처리 방식이나 디자이너들의 업무 내역을 정확히 파악하기 전까지는 기존까지의 시스템을 뒤집을 계획이 없었다. 


이직 후, 먼저 기존의 업무 시스템을 충분히 파악하고 직원들의 업무를 정확히 파악한 뒤 개선되어야 할 부분과 추가 또는 수정되어야 할 부분 등 효율성을 고려한 업무 분담이나 스케줄 조절, 시스템 등을 제안하고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도록 하는 업무 방식은 나의 신념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입사 2개월째, 어느 날 대표는 회사의 체계 및 업무 방식 세팅을 위해 이사 한 분을 채용하였고 회사의 방향성 또한 브랜딩, 디지털 마케팅으로 나아갈 것임을 공표하였다. 어떻게 보면 내 입장에서는 매우 생소한 분야였고, 정말 뜬금없는 소리였다.


브랜드가 아니라 브랜딩?
마케팅은 알겠는데 디지털 마케팅?


단어들은 나에게 너무나도 생소했고 이게 뭔지 앞으로 무얼 해야 할지, 나를 포함한 직원들에게 이해시키는 데에만 수개월이 걸렸던 것 같다. 거의 매일이 회의였고, 성과나 결과 없는 회의가 지속되었던 것 같다. 이렇게 갑자기 회사의 방향성이 바뀐다는 당시의 모든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경영, 조직 관리에 익숙하다 보니 자연스럽게도 모든 게 바뀐 이 회사에 내가 필요한 인재인지 의문을 가졌고, 사업 영역이 바뀌며  2021년 12월 불필요한 인력이 정리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나 역시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고민은 해를 넘겨 봄이 오기 전까지 계속되었고, 회사의 방향성에 대한 의문과 대표 및 신임 이사의 경영 및 업무 방식에 대한 익숙지 못한 불편감을 안은 채 제대로 마음 붙이지 못하고 그렇게 회사를 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서는 당시 감사하게도 내가 충분히 이해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은 대화를 시도했고, 기다려 주었다. 그 부분은 정말 지금 와서 생각해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때 회사가 나를 포기하고 이직을 결정하게 두었다면 지금의 나 또한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나의 선택과 그동안의 모든 일이 아무 의미 없이, '그냥' 다시 다른 병원에서 계속하던 일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어떤 '선택'이든 '책임'이 따르며, 참으로 '무책임'한 말이 '그냥'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썩 유쾌한 상상은 아니다.


바람에 따뜻함이 실린 2022년 3월의 어느 날이 돼서야 그 상황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고 적극적으로 일해 볼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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