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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쁠 아 Oct 30. 2022

인스타그램에 입문하다. (1)

이제부터 시작

회사에 이사로 취임하신 분은 브랜딩, 디지털 마케팅의 전문가였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플루언서*였다.

인플루언서* : SNS에서 수만 명에서 수십만명에 달하는 많은 팔로워(follwer: 구독자)를 통해 대중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이들을 지칭하는 말


그때까지만 해도 인플루언서라는 사람들에게 관심도 없었고 그들은 연예인처럼 나와는 딴 세상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인스타그램에서 흔히 보이는 인플루언서들은 진짜 연예인은 아니어도 준연예인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갑자기 회사의 직원들부터 인스타그램에 친화적인, 콘텐츠 제작이 가능한 인플루언서가 되어야 한다며 업무용 인스타그램 계정을 별도로 생성하거나 운영 중인 개인 계정을 전체 공개로 설정하고 본인이 좋아하는, 혹은 하고 싶은 지속 가능한 콘텐츠 주제를 생각해 오라는 과제를 받게 되었다.



(1)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좋아할까, 무엇을 잘하는가?


처음부터 난관이었다. 나를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부터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 건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데 좋아하는 건 너무나도 많았다.

그래서 실제로 1년 전 나의 개인 계정에는 정말 이것저것 다 담겨 있었고, 이미지도 중구난방에 텍스트 역시 해시태그 하나 없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기록하는 형식이었던 것 같다.

주제를 정하기까지 1~2개월이 걸릴 정도로 내가 무얼 좋아하고 잘 하는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었지만, 그 기간 동안 나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었고 결국 내 삶에 있어서도 필요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병원 총괄∙경영 16년 차의 경력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고등학생 때부터 여드름이 매우 심했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자신감도 조금씩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피부과를 다니며 20대 중후반까지 레이저, 시술, 관리 등 정말 안 해 본 게 없을 정도였고 좋다는 화장품도 다 써봤지만 효과는 아주 미미했다.

결국 병원에서 코디네이터로 일하며 여드름과 화장품에 대해 공부도 많이 하고 관련 학회나 강좌, 의사들만 참석하는 세미나 등에서 습득한  레이저와 시술 응용 방법, 관리 방법 등을 직접 피부과에 가서 받아보고 화장품과 함께 사용하며 내 피부에 맞는 레이저와 시술, 화장품과 주기 등을 찾아갔고 피부는 서서히 효과를 보며 여드름이 있던 사람으로 보기 힘들 정도로 좋아졌다.

그런 경험이 실제 병원에서 상담을 하며 환자들과 공감대와 신뢰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 의료진의 치료와 실제 나의 피부 관리 노하우나 화장품 선택의 기준 등을 함께 알려주며 환자들의 만족도도 올라가 향후 피부 관리에 대해 믿고 맡기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렇게 정한 하나의 주제가 ‘뷰티’였다.


그리고 매일 아침 나만의 부스터 커피, 밥은 안 먹어도 커피는 하루 두 잔 이상 마시던 나는 스타벅스의 상위 VIP 고객이기도 했다. 스타벅스는 매년 상위 VIP를 선정해 특별 바우처를 지급하는데, 이는 커피만 소비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스타벅스의 신메뉴나 굿즈, 원두 등의 다양한 제품을 이용해야만 그 대상에 올라갈 수 있었다. 그만큼 단순히 커피만 좋아하는 것이 아닌 카페라는 공간과 관련된 소품 등을 좋아하고, 특히 그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하기도 했다.

또한 공간을 나타내는 다른 하나인 향기. 인테리어 소품이기도 한 디퓨저나 캔들, 인센스 등을 좋아하는데 밀폐된 공간에서 캔들을 켜고 너무 직접 흡입한 나머지 천식에 걸릴 정도였다. 혹여 나처럼 인센스, 캔들을 좋아하는 분들은 꼭 창을 열고 태우기를 권하고 아무리 향기가 좋아도 절대 직접 흡입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 숨쉬기 힘들 정도로 천식이 심하게 와서 호흡기까지 썼던 그때를 생각하면 좋아함에도 무지했던 내가 조금 창피하기도 하다. 본질로 돌아와 현재 사는 집에도 각각의 공간에 맞게 총 8개의 디퓨저가 비치되어 있을 정도로 다양한 걸 접하며 취향을 찾고 향기의 효과도 공부하게 되어 정한 주제가 ‘공간’이었다.


그렇게 내가 알아낸, 지속 가능한 나의 콘텐츠는 뷰티와 공간이었다.

인스타그램을 시작하는 분이라면 이 과정이 가장 고민되고 오래 걸릴 것인데 그만큼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하고 싶다. 고민만 하다 시작을 못하는 경우도 안타깝지만, 시작은 했는데 이 계정이 주로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모르겠고 결국 사람들이 보지 않게 되는 계정이 된다면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힘이 빠지는 일이고 지속하기도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예측이 가능해야 한다.
그때는 이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


이사는 계정에 대해 고민하는 팀원들에게 항상 말했지만, 나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무슨 뜻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

이 사람 또는 계정이 앞으로 무엇을 주로 올리고 얘기할지 예측이 가능해야 한다는 건, 내가 직접 '이거야'라고 얘기하지 않아도 나의 주된 콘텐츠가 무엇인지 피드에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간혹 주제에서 벗어난 콘텐츠나 이슈가 섞이더라도 아주 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걸 팔로워들은 예측하고 관계가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하나의 주제로 매번 기계처럼 재미없는 콘텐츠가 지속될 때 팔로워들은 서서히 지루함을 느끼고 재미없는 이 계정을 떠나갈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같은 주제여도 끊임없이 재미와 변화가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고 트렌드에 맞게 변화해 가야 하는 것이다. 이건 인스타그램 자동화 프로그램이 해줄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이기도 하고 이게 뒷받침되어야 계정은 커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팔로워나 좋아요를 사는 분들이 매일 팔로워가 떨어져서 비용이 계속 나간다는 말을 하는데, 비용을 맹목적으로 쓰기보다는 계정을 팔로워 하는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나의 콘텐츠는 보고 싶은 콘텐츠인가, 사진이나 영상, 카피 등이 지금 이대로 괜찮은가 먼저 생각해 보길 권한다.


콘텐츠가 별로인데 인사이트만 보는 건 차린 거 없이 집들이에 손님을 초대하는 것과 같다.

나 역시도 현재 계정을 지속적으로 키우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잘 되는, 사람들이 많이 보는 계정의 콘텐츠는 무엇이 다른지 많이 찾아보자. 단, 메가 인플루언서를 좋은 예로 보지 않길 바란다. 이미 유명인은 콘텐츠의 질이나 내용을 떠나 그 사람 자체에 열광하는 팬층이 확실한 사람으로, 평범한 일반인이 그런 콘텐츠를 지향하는 건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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