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쁠 아 Oct 30. 2022

병원 총괄∙경영 16년 차,  퇴사를 결심하다.

서른아홉, 나의 선택

'예뻐지고 싶다.'
여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생각.


어느새 자연스레 검색하고 있는 낯설고도 익숙한 단어들

피부 미백, 잡티, 기미, 여드름, 리프팅, 다이어트, 주름, 보톡스, 필러 등등.

예뻐지기 위해 찾는 피부과, 성형외과, 클리닉.

참고로 여기서 피부과는 피부과 전문의가, 성형외과는 성형외과 전문의가 진료하는 곳이고, 주변에서 많이 보는 클리닉(의원)은 피부과 또는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니더라도, 다른 진료과 의사여도 피부 레이저나 쁘띠, 성형 등을 시술할 수 있는 곳이다.


가까운 지인들은 어딜 가는 게 좋냐는 질문이나 뭘 하면 좋을지, 가격은 적당한지를 많이 물어보는데, 개인적으로 간판도 중요하지만 해당 케이스를 얼마나 많이 접하고 그 노하우를 갖췄는지와 정확한 진단, 그다음 어떤 장비나 약물을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예쁨이 이루어지는 곳,
미용 클리닉 근무 경력 16년 차의 '베테랑'이었다.


오랜 기간 근무하며 관련 지식은 웬만한 의사만큼 쌓였다고 자부할 정도로 열심히 했고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경영, 인사 조직, 마케팅, 고객 서비스 등의 교육 과정을 수료하고 자격증도 취득하며 업무에 반영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능력도 인정받아 코디네이터부터 시작해 상담실장, 총괄실장, 경영 본부장까지 쉼 없이 달려왔던 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지금 규모의 이 병원에서 내가 무언가를 더 이루기에는 예산이나 의료진과의 의견 차이 등 그 영역이 너무 제한적이라고 느끼게 되면서 막연하게 병원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게, 그리고 마침 평소 관심이 있던 병원 컨설팅, 마케팅 관련 회사에서 이직 제안을 받고 크게 고민하지 않았던 이유가.


나에게 올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고 생각했고,
지금이 바로 그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세 번의 기회가 찾아온다고 하는데, 이게 몇 번째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중 한 번이라고 생각했고, 어쩌면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이직을 결정하게 되었다.


서른아홉의 어느 날 갑자기, 50세 은퇴 계획을 세운 나는 기왕 남은 시간 동안 일하는 거 더 열심히 해서 그만큼의 보상도 받고 싶었다. 여기서 내가 말한 보상이란 더 높은 연봉일 수도 있고, 사회적 지위나 명예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두 마리 토끼가 다 잡고 싶었다.


20대 중반 남들에 비해 이른 결혼을 했지만 2세 계획을 포기할 정도로 워커 홀릭인 나는 어쩌면 그만큼의 대가 또는 그럴만한 가치를 찾고 싶은 욕심도 한몫하지 않았나 싶다.


이대로 병원에서 계속 근무한다면 안정적인 수입은 있겠지만 그 이상을 바라거나 올라가기엔 한계에 도달했다는 결론을 내렸고 한편으론 노후가 걱정되기도 했다. 병원은 다른 직업군에 비해 정년이 길지 않은 것이 지금까지의 경험이었고, 그때 가서 50세 이후의 직업에 대해 고민하고 노후를 걱정하게 될 것이 불 보듯 훤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조금은 늦은 나이에 이직을 선택한 나의 결심은 결코 가볍지 않았던 만큼, 1년이 지나 마흔이 된 지금의 내 인생을 이렇게 뒤틀을 것이라 전혀 생각지 못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