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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율 Nov 15. 2023

왜 말레이시아인가요?

말레이시아, 아니 조호바루의 매력


  말레이시아를 선택한 이유는 특별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조호바루를 선택한 것은 우리 가족만의 합리적 이유가 있다.

  첫째로, 아이 둘을 함께 케어하기 위해 동행하는 엄마가 추위를 많이 타서 여름 나라를 원했고,

  둘째로, 아이 둘에게 위급한 상황이 생길 경우를 대비하여 어느 정도 사회적 인프라가 갖춰진 규모가 있는 곳을 원했다.(물론 조호바루의 사회적 인프라에 대해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있지만, 내가 원하는 자연 친화적인 장소보다는 병원과 인프라가 잘 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엄마의 특명인 '엄마가 가보지 않은 곳' 중에 접근성이 좋은 곳을 찾다 보니, 그곳이 바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접경지대 조호바루였다. 싱가포르 직행이 자주 있어 비행 일정 조율이 용이했고, 싱가포르 공항에서 조호바루의 숙소까지는 대략 한 시간으로, 보통의 대도시 근처 공항부터 숙소까지 걸리는 시간과 비슷했다.


  게다가 마침 싱가포르에는 친구네가 지낸다. 친구가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낯선 타국 생활에 친구가 있으면 경험상 삶의 질이 마구 올라간다. 싱가포르와 조호바루는 대중교통으로 편도 두 시간 정도. 가까운 거리는 아니나 한두 번 정도 친구네 놀러도 가고 친구네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엔 금상첨화다.





  내가 정리한 조호바루의 장점 세 가지.


1. 저렴하다. 

내게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한 달 살기를 간다고 하면 많이들 궁금해하는 것이 금전적인 문제이다. 보통 한 달 살기에서 가장 큰 부담이 되는 비용은 항공권과 숙소.

우리의 경우 항공편은 코로나로 차곡차곡 쌓아둔 마일리지로, 그 외 비용은 숙소에 몰빵 하는 편이다. 친정 엄마가 함께 가시므로, 아침을 꼭 드셔야 하는 엄마를 위해 아침 식사 제공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멀리까지 왔는데 낯선 타국에서 서로 아침 준비로 스트레스받지 않는 것이 우리 가족의 행복한 한달살이를 위한 필수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저렴한 국가로 갈 경우 예산을 숙소에 몰빵 하면 아침 식사가 제공되는 숙소로 갈 수가 있다.

아이들이 어려서 특별한 활동보다는 아침을 먹고, 산책을 하고, 그 동네 슈퍼에 가는 정도의 일정에 만족하는 우리는 숙소 외 비용이 별로 들지 않아 숙소에 집중하는 것이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2. 미취학 아이들을 위한 장소가 많다.

우선 대표적으로 레고랜드. 한국에서는 아직 못 가봤다. 생각보다 높은 입장료와 긴 대기에 관한 이야기들을 듣고 일찌감치 마음을 접었다. 아이 둘을 데리고 긴 시간 대기하는 건 생각보다 힘들다. 여행을 좋아하는 집임에도, 큰애가 6살이 될 때까지 놀이공원은 딱 세 번만 다녀왔을 정도다. 긴 줄은 어른도 아이들도 모두 지치게 한다. 이곳에서는 그저 설렁설렁 하루에 두세 개만 타고 오면 우리의 그날 목표 달성. 일주일에 한 번씩만 가도 이번 한 달 살기의 목표 달성이다.


두 번째로는 예쁜 쓰레기를 사기가 쉽다. 우리 아이는 다이소만 가면 이것저것 사달라고 난리이다. 물론 천 원짜리니 한두 개 사는 게 어떠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집에 예쁜 쓰레기가 쌓이는 것도 싫고 버리자니 자원낭비에 돈도 아깝다. 그러나 저렴한 국가에 가면 당장 타지에서 놀 것도 필요하고, 가격도 부담이 없어 여행지에서의 기념 삼아 한두 개 기꺼이 사줄 만하다. 아이의 소원성취다.


또한 저렴한 국가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 한국에서 마트나 백화점, 쇼핑몰 등에 간간히 있는 일~이천 원을 내고 타는 유아용 미니 놀이기구. 저렴한 국가에서는 삼백 원에서 오백 원이면 한 번 탈 수 있어, 아이들 데리고 한두 시간 놀아주기에 딱이다. 몇천 원만 있으면 되니 한국 키즈카페보다 저렴하면서도 아이들의 만족도가 최고다.  


마지막으로는 수영. 한국에서는 찾아보기도 힘들뿐더러, 비싼 돈 내고 가야 하는 수영장을 맘껏 이용할 수 있다. 숙소에 몰빵 하는 만큼, 느지막이 일어나 든든히 밥도 먹고 수영도 하고 나면 어느새 저녁이다. 저녁만 대충 때우면 그날 하루 뚝딱. 육아하는 부모에게 이만큼 기쁜 일이 어디 있겠는가.


3. 요리를 안 해도 된다.

무조건 한식 파라면 다른 이야기지만, 적당히 현지식도 섞어 먹는다면 하루는 국수를, 하루는 고기를, 하루는 라면을 먹으며 크게 요리에 대한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 물론 아이들의 경우에도 한국에서 싸간 미역국과 고기, 요구르트, 과일 등으로 간단히 먹일 경우 큰 부담이 없다.






한 달 살기의 만족도는 개인의 목표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경우, 영어공부를 시킬 생각도 없고, 크게 무언가를 보고 많이 경험하고 와야 한다는 생각이 없다. 그저 그곳에 있으면서 느끼는 그곳의 분위기만으로 '한 달 살기'의 목적을 다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같이 간 친정엄마가 힘들지 않도록 요리나 청소에 대한 부담이 가장 적은 장소로 가고 싶었다. 어질러진 집을 나는 두고 볼 수 있지만, 엄마는 두고 보실 수 없으실 테니 엄마의 정신건강을 위하여 예산을 숙소에 몰빵 했고, 이는 우리의 최고의 선택이었다.






<사진출처 :pixab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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