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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율 Nov 22. 2023

마음을 준비하세요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이란.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의 준비물은 검색만 해도 주르륵 올라온다.

국가별, 연령별, 계절별로.

나에게는 이 리스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내가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에서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그 것.

준비물을 챙기기 전 반드시 챙겨야 하는 그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바로 '마음가짐'이다.

이 '마음가짐' 하나로 여행은 극과 극으로 달라질테니.

특히 그대가 계획형 인간이라면,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은 무조건 그 계획들의 파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을 각오하고 갈 필요가 있다. 아니라면 매 순간 A,B,C의 플랜이 필요할테니까.




 


1. 계획은 바뀐다.

  - 언제, 어디서든 "허허~" 웃어넘길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해요.


아이와의 여행은 항상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아이가 한국에서 좋아한다고 생각해서 갔지만 의외로 아이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거나, 야심차게 몇달 전부터 핸드폰을 부여잡고 피터지는 경쟁률을 뚫고 예약해서 갔건만, 힘들게 도착하자마자 기절해버리는 경우도 있으니.(한국에서도 안 자던 낮잠을 왜 여기서 자는거니.)

그러니 계획은 계속 바뀔수 있다는 것. 아이가 잘 놀겠지 했던 나의 기대와도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염두해 둘 필요가 있다.

모든 계획과 기대는 아이들의 종이접기처럼 고이고이 접어 한국 땅에 잘 놓아두고 가시길.




2. 프로그램은 하루에 한개만

  - 이틀에 한개도 좋아요.


아이와 함께 간 특별한 여행에서 하고 싶은게 참 많을 수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빡빡하면 빡빡할수록 모두가 스트레스의 구렁텅이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부모님 말씀도 잘 듣고, 엄마 아빠의 컨트롤이 가능한 아이라면 예외다.) 아이들이 묘하게 말도 안되는 투정을 부릴때가 있는데, 우리의 경우 대개는 피곤해서인 경우가 많았다. 부모 역시 스케쥴이 빡빡할 경우, 이동 시간이며 다음 계획의 지장여부까지 신경쓸 것이 많아 아이들에게 여유롭게 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계획은 최대한 널럴한게 좋다. 그러다보면 의외의 장소에서 아이들은 즐거운 시간을 발견하곤 한다.

우리 아이들의 경우, 일본의 식당가 구석 골목에서 한없이 뛰고 또 뛰어다녔다. (물론 민폐가 되지 않도록 사람들이 없는 구석 공간에서다.) 이국적인 풍경이 아이들을 꽤나 신나게 했던 모양이다. 별거없는 식당가에서 의외로 한없이 즐거워하던 아이들의 그 모습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3. 동선은 짧게

  - 마음을 비워야 해요.


당연히 오랜만에 간 여행. 특히 아이를 키우느라 오랫동안 여행을 못했다거나, 아이와 나올 수 있는 기회가 적어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게 많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텔에서 이동시간이 한시간 이상인 경우, 유니버셜 스튜디오 방문이나 디즈니랜드 방문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 곳까지 갔는데 왜 명소를 방문하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아이가 어릴 경우 방문을 했다 하여도 기억을 못하는 경우가 많고, 무리해서 갈 경우 오히려 그 곳의 힘든 기억만 더 많이 남을 수 있다. 어린 아이와의 여행은 '무엇을 했다는 기억'보다는 '행복했던 느낌'을 만들러 가는 것이니까.


우리 아이의 경우 미국이 크다보니 오랜 이동으로 심하게 멀미를 했는데, 그 뒤로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도 미국에 다시는 가고 싶어하지 않았다. 정말 좋아하는 이모도 있고, 디즈니랜드며 레고랜드, 씨월드도 있었지만 아이에게 미국은 힘든 나라로 더 기억되고 말았다. 그 뒤로 우리는 짧은 동선을 지향한다.   




4. 아이를 위한 준비는 항상 충분히!

  - 물론 힘들 각오는 덤입니다.


예측 불가의 존재. 그것은 바로 아이들이니 되도록이면 아이들 관련 물품은 최대한 충분히 준비하는 것이 좋다.

물론 어깨는 빠질거 같고, 내가 짐꾼도 아닌데 이게 뭐하는건가 싶을 때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이들 관련 용품의 경우 맥시멀리즘을 지향한다. 어른의 경우에는 없어도 대충 넘어갈 수 있지만, 아이의 경우에는 여행에서 제일 필요없는 애착인형만 없어져도 난리가 난다.


가끔 아이들과 여행을 간다고 하면 가서 사도 되니 대충 준비해 가라는 조언을 들을 때가 있다. 예를 들면, 미국에 가면 마트에 다 있으니까 적당히 준비하고 가서 사라던가, 일본에 간다고 하면 널린게 편의점이니 근처 편의점에 가서 사도 된다는 조언 등이다. 아이를 데리고 가 본 부모는 안다. 아이를 데리고 집 앞에서 5m 떨어져있는 슈퍼마켓을 가는 것도 쉽지 않다는 걸. 특히 그 길이 가본 적 없는, 호기심 천국 아이들에게 신세계가 열리는 길이라면 슈퍼마켓 또는 편의점에 가는 길도, 마켓 안에서의 쇼핑도 아주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미국과 같이 큰 마켓의 경우, 한 섹션의 끝에서 끝까지 가는 길이 쉽지 않다. 우리 아이들같이 호기심이 왕성한 경우 하나하나 다 만져보고, 무엇인지 물어봐야 하니 섹션 탈출이 쉽지 않다. 또는 꼭 필요한 물품이 있어 당장 사러가야하는데도 다리가 아프다고 죽어도 마켓까지 못가겠다고 하거나, 더워서 호텔 밖으로 못나가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으니 아이와의 쇼핑은 어렵다고 생각하고 미리 준비해 가는걸 추천한다.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나의 남편에게는 이 모든 짐들이 지나치게 '바리바리' 싸온 짐들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두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에서 우유 하나 사러 편의점을 가는게 얼마나 힘든지 안다면 그도 동의할 것이다.


정말 바리바리 싸 갔던 우리의 첫 한달살기 짐들.


    



 자. 마음만 준비되었다면(물론 맥시멀리즘적인 준비물도 필요하겠지만), 이제 반은 완성이다.

 












< 메인배경 출처: pic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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