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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율 Dec 20. 2023

좋은 하루였다.

행복에도 노력이 필요해.




창문 밖으로 떨어지는 빗방울들


비록 늦은 오후부터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기는 했지만 이미 실컷 물놀이를 한 후였기이 빗소리마저도 예쁘게 들렸던 하루였다.


오래간만에 쨍하게 햇빛이 내리쬐었다.

여름나라라고는 하지만,

우기 덕에 종종 소나기가 내렸고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했다.

그 덕에 수영장의 물은 여름날의 지하수처럼 쨍하게 차가웠고, 우리는 감히 발 이외에 몸을 담그지 못했다.


오래간만에 쨍하게 햇살이 내리쬐었고, 그 덕에 물이 조금이나마 따듯했다. 온 식구가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첨벙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때마침 둘째는 처음으로 혼자 물 위에서 둥둥 떠다니며 수영을 시작했고, 그 덕에 어른 둘은 손이 자유로워졌다. 한 명은 아이들을, 한 명은 수영을 번갈아가며 하는 처지였지만 내 순서가 왔을 때 쨍한 하늘과 푸른 나뭇잎들의 조화는 그 어느 때보다 평화롭고, 나 스스로를 여유 있게 만들어 줬다. 마치 내가 그 어느 때보다 자애롭고 친절한 사람이 되어 만족감을 듬뿍 느끼는 기분이랄까.


수영장의 풍경들


아 이렇게 평화로운 순간이 있다니.

물론 순간의 찰나지만,

가끔 오는 이런 순간들 때문에 살아나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문득문득 드는 삶의 좌절과 고비에 무너지고 싶다가도, 이런 순간들이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 열심히, 아주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순간들을 나 스스로에게 주기 위해. 내가 만족하는 그런 순간들을 나 스스로에게 만들어주기 위해.


행복에도 노력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세상 그 어느 것도 그저 오지 않으니. 냉정한 이야기지만, 인간의 생존 조건 중 하나인 식(食)조차도, 배고파 먹는 밥조차도 숟가락질이 필요하다. 먹는 것조차 음식을 떠서 입에 넣고 씹어 삼키는 과정이 필요한데, 하물며 행운이라는 게 거저 오랴. 그러니 노력해야 한다. 아주 세밀하고 정교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살피고, 그 순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


특히, 엄마가 되고 나서는 나 자신을 잃기 십상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 따위는 이미 인생의 우선순위에서 저 멀리 밀려나있다.

“가만있어보자. 내가 뭘 좋아했더라.

아. 내가 저걸 좋아하긴 했었지. 근데 지금은 피곤하니까 우선 드러누워 잠이나 잘란다. “

라고 되뇌며 아무것도 하지 않기 십상이다


그러니 노력해야 한다.

나에게 아주 작은 순간을 만들어 주기 위해.






한달살기. 뭐하고 지내는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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