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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율 Jan 03. 2024

한달살기. 뭐하고 지내나요?

전지훈련 가나요?



우리의 한달살이 계획을 들은 남편이 물었다.

태릉인이 될 거냐고.


그만큼 우리의 계획은 간단했다.


놀고먹기

거창하게 노는 것도 아닌, 한 달 내내 밥 먹고 수영하고 밥 먹고 수영하기. 이 계획을 들은 남편은 태릉인이 될 거냐며 어이없어했다.






보통 한달살이를 간다고 할 경우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는 “뭐 하고 노나?” 일 것이다.


이건 정말 개인의 취향과 가치관에 따라 극과 극이다. 각종 액티비티와 유명관광지 방문 등으로 일정을 가득 채우는 사람. 스쿨링이나 국제학교 캠프 등을 통해 영어 혹은 국제적 감각을 키우는 사람. 혹은 늘어져서 별거 안 하는 사람.


우리의 경우 가장 후자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한달살기인 만큼 우리는 이제 우리의 스타일을 잘 안다. 뒤돌아보면 아쉬울 수 있겠지만, 빡세지 않게 늘어져 별거 안 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가장 잘 맞는다.


우선 호텔은 되도록 조식이 제공되는 곳으로 정한다.

느지막이 일어나 조식을 먹으러 가는 것으로 하루의 일정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유튜브도 보여주면서 이것저것 천천히 먹다 보면 오전 시간이 다 지나간다.


아침식사 후에는 라운지가 제공되는 경우 라운지에 가거나 혹은 아침 산책을 간단히 한다.

조호바루의 12월은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편이라 산책하기에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우리는 아침 식사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운 늦은 아침을 먹고, 다 같이 숙소 뒷길을 산책하곤 했다. 사진도 찍고, 슈퍼에도 들려 장도 보는 느긋하고 한가한 이 시간은 조호바루에서의 시간 중 TOP3 안에 꼽힌다.



산책 후 숙소로 돌아와서는,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거나 색종이 접기를 하거나 하는 등 각자 휴식을 취하곤 했다. 아니면 더운 낮시간을 이용해 수영을 하거나. 한낮에는 체감 더위가 심해, 야외에서 돌아다는 것이 힘들었다. 되도록 한낮에는 돌아다니지 않고 숙소에서 쉬거나, 태양이 반가운 수영장에 간다(그래야 물이 너무 차갑지 않으므로)

말레이시아에 오기 전, 조호바루의 겨울은 물이 차가워 수영을 하기 어렵다는 후기가 많아 걱정했었는데, 태양이 뜨거워 물이 데워진 낮에는 꽤 괜찮았다. 날이 흐려 그마저도 어려운 경우, 아이들은 아이용 온수풀에서 수영을 즐겼다.



이렇게 이른 오후 일정을 마치고 나면, 늦은 오후나 저녁에 일정 하나를 하는 것이 우리의 일과였다.

수영장을 간 경우에는 이른 저녁을 먹고 쉬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에서 쉰 경우 늦은 오후 일정 하나를 잡는 정도다.



우리의 경우 다양한 숙소나 호텔, 레고랜드 등 여러 곳에서 수영을 했는데 이것도 조호바루 생활의 매력 중 하나였다. 더운 나라다 보니 곳곳에 이용할 수 있는 수영장이 많이 있었고, 각각의 개성을 가진 수영장들에서 풍경을 즐기며 수영하는 것도 꽤나 재미있었다.




레고랜드 수영장을 비롯한 조호바루의 다양한 수영장들



이외에 우리가 가끔 즐겼던 것은 스케이트 타기. 빙질 상태를 고려한다면 한국의 스케이트장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아이는 시원한 스케이트를 타고 싶어 했다. ‘한국에서도 할 수 있는 걸 굳이 여기서?’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원래 배움이란 것이 본인이 원할 때 최고로 잘 배울 수 있는 것이니 아이의 결정을 따르기로 했다. 그나마 장점은 현지 물가치곤 비싸 한국보다는 사람이 적은 편이라는 것. 아이는 한국에서 단한번도 타지 않았던 스케이트를 여기서 배웠다.




조호바루 패러다임몰의 스케이트장.(레슨은 비추하나, 가끔 즐기기에는 괜찮다)




뒤돌아보면, 캠프도 하고 다양한 경험들도 많이 하는 분들에 비해 수영과 몇번의 체험으로만 채운 우리의 널럴한 하루들이 아쉽기도 했지만, 마치 프랑스인들이 한달간 수영하고 쉬고 맛있는 것 먹기를 되풀이하는 럭셔리한 휴가를 보내는 것처럼 우리도 프랑스식 휴가를 보낸것이라 생각해본다.



우리의 한달살기를 들으면 왜 스쿨링을 하지 않았냐는 질문이 많다. 보통 대다수가 스쿨링을 진행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느긋한 일정을 선호하는 편이었고, 어린나이에는 다양한 경험이 조금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또한 아이가 공부에 흥미가 없어 편하게 자유 일정을 보내기로 결정할수 있었다.



수영과 스케이트, 가끔 즐기는 간단한 관광이 전부인 한달살기였지만 그래서 우리에게는 다시 갖지 못할 럭셔리한 한달살기였다.







한달살기 준비물이 궁금하다면.



우리의 좌충우돌 출국일.


너무나도. 평온했던 하루.


한달살기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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