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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율 Jan 10. 2024

한달살기. 뭐 먹고 지내나요.

프랑스식 한달살기



프랑스인들처럼 느긋하고 태평하게 보내는 한 달 휴가.

우리의 한달살기는 그랬다.

특별한 거 없이 느긋하게 먹고. 마시고. 즐기고. 쉬고.

프랑스 사람들이 간다는 한 달씩의 휴가가 이렇지 않을까 싶었다.


먹고. 마시고. 즐기고. 쉬기 위한 우리의 일정 중 가장 중요한 시간은 아침식사다. 하루의 시작이기도 하고, 든든히 먹어둬야 아이들도 하루종일 칭얼거리지 않기 때문이다. 포인트는 느긋하게!

한국에서의 아침은 거르는 게 대부분이었고, 가끔 중요한 일을 앞두고서야 허겁지겁 먹었을 뿐이다. 자칭 프랑스식 휴가인만큼, 여기에서만큼은 한국에서의 아침식사와 달리 아주 여유롭고 느긋한 아침 식사를 즐긴다.

어차피 애들이 천천히 먹기도 하지만, 휴가의 핵심은 뭐니 뭐니 해도 여유로움 아닌가. 그렇게 두 시간 정도의 아침식사를 즐기는 편이다. 언제나 그렇듯 애들과 함께 식사를 하려면 기본 한 시간 이상은 잡아야 하니!


오므라이스와 과일 등으로 나름 영양소간 균형(?)을 맞춘 아침식사



여기에 여행지에서의 저녁으로 시원한 맥주 한잔까지 더해지면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각자 좋아하는 주종이 다르겠지만, 나의 최애 품목은 생맥주이다. 캔맥주도 아니고 병맥주도 아닌 생. 맥. 주.  맛이 뭐 크게 다르겠냐만은 나에게 있어 거품 가득한 차가운 생맥주가 주는 시각과 미각적 만족감은 타 주종은 따라올 수 없다. 게다가 숙소 뒤편의 야경과 함께라면 만족도는 이미 100% 이상.


아이들과 우리는 이곳에서 식사와 함께 반주를 즐기기도 했고, 아이들은 주스를 어른은 맥주를 즐기기도 했으며,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고 유튜브를 보는 동안 맥주 한잔을 마시며 여유를 부려보기도 했다.

내게 잊을 수 없는, 말레이시아에서의 최고 TOP3 중 하나 되시겠다.


저녁이면 빠질 수 없는 시원한 생맥주 한잔들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먹는 식사 또한 또 하나의 만족이었다. 익숙했던 음식도 있고, 새롭게 먹어보는 음식들도 있었지만 모두 새로운 경험으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제공해 주었다. 친정엄마가 좋아하셨던 중국식 면요리도 있었고, 일본식 데리야끼도 있었다. 일본식 데리야끼 중 하나인 새우구이는 감히 말하건대 맥주 안주로 세계 최고였다. 특히 새우 머리구이가 기가 막혔는데, 새우 머리를 반으로 가르고 긴 수염은 제거한 후 반을 갈라 바짝 구워내면 바삭하고 고소하며 짭조름한 게 고급 새우깡이 있다면 이게 아닐까 싶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파게티와 가끔 생각나는 한식 역시 빠지지 않는 메뉴였다.



엄마가 가장 좋아하셨던 중국 면요리와 내가 제일 좋아했던 새우 구이.
한그릇 뚝딱인 크림 파스타와 떡볶이
중국식 면과 토마토계란볶음, 만두.




우리는 아이들이 있는 관계로 배달 음식도 자주 먹었는데, 말레이시아 전통 음식인 바쿠테나 중국식의 각종 면요리, 인도 음식등 배달음식을 통해서도 다양한 식문화를 즐길 수 있었다. 친구에게 조각케이크를 선물 받기도 해서 한국에서 못지않은 화려하고 맛난 식사를 즐겼다.

너무 맛있어서 여러번 시켜먹었던 바쿠테
중국식 면요리는 무난해서 빠지지 않는 않는 아이템이었다
인도의 커리와 난, 선물받은 조각케이크





여기에 알록달록 맛보다는 눈으로 즐기는 커피와 디저트, 야시장의 군것질 거리도 먹는 재미를 한껏 더해주었다.

귀엽게 장식된 라떼
크리스마스 분위기와 잘 어울렸던 커피와 알록달록 케이크류
야시장의 쫄깃쫄깃 고구마 도넛





싱가포르 여행에서의 미식도 미각에 자극을 주기 충분했다. 한국인에게 빠질 수 없는, 나의 최고 메뉴 중 하나이기도 한 점보시푸드의 칠리크랩(저렴하고 가성비 좋은 곳도 많지만, 칠리크랩만큼은 비싸더라도 이곳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싱가포르 내 아랍거리인 하지레인에서 먹었던 아랍음식(꼬치도 있었는데 먹느라 사진에 없다), 차이나타운에서 먹었던 중국음식까지. 말레이시아보다 가격은 비쌌지만 감히 말하건대 모두 가격만큼 맛있었다.




싱가포르에서 먹었던 중국음식과 칠리크랩, 아랍음식들



여행의 즐거움은 뭐니 뭐니 해도 맛난 음식이 아닐까.

한 생명에게 필수적인 의식주 중의 하나인 “식”이 필수가 아닌, 여유로운 식도락으로 존재할 수 있는 소중한 시기. 이 소중한 시기가 두고두고 그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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