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율 Jan 18. 2024

한달살기 뭐 하고 노나요?

한달살기 놀기 시리즈 1.


한달살기 동안 태릉인처럼 수영하고 밥 먹는 이야기만 했다.

그럼 한달살기동안 수영 하고 밥만 먹느냐.

절대 아니다.

가끔(?) 놀러도 간다.

이제부터 한달살기동안 논 이야기를 시리즈로 써볼 예정이다.







< 태릉인 같은 한달살기가 궁금하시다면>


< 한달살기 뭐 먹고 지내는지 궁금하시다면>




< 한달살기 놀기 시리즈 1. 영화관>


내 마음에, 그리고 아이의 마음에 쏙 들었던 곳이 있으니 이름하여 영화관. 한국에도 많고 많은 곳이 영화관이며, 세계 곳곳을 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시리즈의 1탄이 영화관이라니. 아직 실망하긴 이르다. 이곳은 kids friendly 영화관이니까!!!


한국에서 아이들과 함께 영화관에 가는 건 쉽지 않았다. 조카들과 함께 영화관 나들이라도 갈라치면, 초등학생인 조카는 아직 영화관의 깜깜한 어둠이 무섭다 했다. 아이 둘을 데리고 혼자서 나들이 가야 하는 날이면, 혹시나 어린 둘째가 소란스럽게 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어 둘째를 데리고는 엄두도 못 냈던 곳이었다.


이곳의 영화관은 몸을 베베 꼬며 소리를 내도 되고(물론 큰 소리는 안되지만), 영화를 보다 지루하거나 심심해지면 스크린 밑에 준비된 미끄럼틀과 볼풀장에서 신나게 뒹굴면 된다. 영화를 보는 동안, 영화가 지루한 아이들은 스크린 아래의 미끄럼틀과 볼풀장으로 달려가면 되는 것이다. 그러라고 만든 곳이므로,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도 미안해할 필요도 없다. 아이들도 좋았겠지만, 아이들만 데리고 나가면 마치 죄인이 된 양 조용히 단속시키느라 힘들었던 나에게도 이곳은 힐링의 장소이다.  


심지어 상영관 밖에도 작은 키즈 플레이룸이 있고, 영화 시작 전에 입장해서 영화 전에 아이들이 실컷 놀 수 있게도 해준다.



스크린 아래에 미끄럼틀과 볼풀장이 마련된 조호바루의 키즈 영화관



미끄럼틀과 볼풀장만 좋은 게 아니다. 좌석도 맨 앞의 일인용을 비롯하여, 이인용, 사인용으로 가족 구성원 수에 따라 달리 고를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 아이들은 가족석에 앉아 팝콘을 먹다가, 엄마 무릎을 베고 드러눕기도 하다가, 쿠션을 베고 비스듬히 누워 영화를 보기도 한다. 그러다 일어나 뛰어다니기도 하고.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상영 중에도 약한 조명이 곳곳에 켜져 있어 넘어질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는 이곳에서 같은 영화를 무려 두 번이나 봤다. 같은 영화를 다시 보는 걸 싫어하는 엄마는 다른 걸 해보자 꼬셨지만, 아이는 이곳에 온 다음날부터 영화관 노래를 불렀다.








아이에게 영화를 보는 것이 타인에게 방해가 될까 조심해야 하고, 어두운데 넘어질까 조심해야 하는 곳이 아니라 맘 편히 뛰어다녀도 되고 드러누워 봐도 되는 곳이란 기억이 생겨서 좋다. 더불어 함께 다니는 엄마 역시 아이가 소란스러울까 부산스러울까 넘어질까 걱정하는 곳이 아닌, 마음껏 놀아도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곳.

가끔은 우리 그런 곳에서 아이도, 엄마도 마음을 놓아도 되지 않을까.





< 아이용 상영관이 있는 조호바루의 영화관 >




이전 09화 한달살기. 뭐 먹고 지내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