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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혜경 Mar 07. 2023

"틀려도 괜찮아"-가 괜찮지 않은 점

2. 취미라는 울타리에서 생기는 오해 (2)

2. 취미라는 울타리에서 생기는 오해


두 번째, "틀려도 괜찮아"-가 괜찮지 않은 점


     이 말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무슨 완벽주의자 같은 소리로 들린다. 그렇지만 우리는 한 번에 좋은 연주를 하기 위해 열심히 연습하고 노력들을 해야 한다. 왜냐면 음악은 수정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틀려도 괜찮지가 않다.     

    이런 속담이 있다. “한 번 엎지른 물은 다시 주워 담지 못한다.” 한번 뱉은 말은 수정할 수가 없다. 이미 말을 들었는데 못 들은 것으로 할 수가 없다. 음악과 말은 소리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시간에 영향을 받기에 한번 소리가 들리면 다시 꺼내서 고칠 수가 없다. 이미 그 시간은 지나갔고 음이 들렸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익히 아는 비행기 노래의 계이름은 "미레도레 미미미"로 시작한다. 근데 이곡을 "미레도레… 파.. 미미미!" 이렇게 연주했다면 중간에 있는 '파'음을 없었던 걸로 할 수 있는가? 당연히 그럴 수 없다. 이미 '파'음을 울렸고 다른 사람이든, 나든 어쨌든 그 음은 귀에 들어갔다. 물론 우리는 비행기라는 곡이 너무나 익숙하기에 다시 수정해서 연주했어도 원래의 멜로디를 잃어버리지 않고 들을 수 있지만, 만약 모든 연주가 그렇다면, 틀린 음들이 연속적으로 나와 박자를 놓쳐 연주가 계속 끊긴다면 마치 말이 자꾸 끊기면 무슨 이야기 인지 못 알아듣는 것처럼 듣는 사람도 이 곡 무슨 곡인지 잘 모르게 된다. 연주자 본인도 ‘도대체 이게 무슨 곡이야?’ 라며 길을 잃을 수도 있다. (실제로 남이 연주한 것을 들었을 때는 엄청 감미로웠는데 본인이 연주하면서 무슨 노래인지 모르겠는 일도 종종 있다.) 자신이 너무 좋아하는 노래를 연주하는데 노래가 너무 좋아서 감정은 막 앞서 가는데 정확도가 떨어져 연주를 멈추고 다시 치는 것들이 반복되어 음악이 지저분해지면 좋았던 감정도 점점 연주가 매끄럽지 않아 짜증이 같이 섞인다. 아무리 취미이지만 우리가 원하는 실력은 이런 것이 아니다. 다른 거 다 더듬더듬하게 연주해도 내가 좋아하는 곡만큼은 매끄럽게 치고 싶은 게 취미생의 마음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닳고 닳도록 이야기하는 것 중에 하나가 처음에 곡을 연습할 때는 천천히 연습하라고 이야기하신다. 속도가 느리면 악보를 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기에 악보를 정확하게 볼 수가 있다. 악보를 정확히 보고 악보에 있는 대로 정확히 연주하는 것을 계속 반복 연습함으로 음과 음을 연결하여 곡을 완성해 간다.   

  

특히 이 악보를 정확하게 보는 것은 어떤 곡을 제일 처음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데 옷을 입을 때 첫 단추가 이상하게 끼어진다면 옷매무새가 이상해지듯이 처음에 악보를 대충 보았던 그 부분이 틀린 방향으로 계속 연습이 되면 틀린 연주대로 습관이 굳어져서 고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레슨 때 귀에 딱지가 앉도록 천천히 연주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도 레슨 후에 연습할 때 마음이 너무 앞서서 (특히 아는 곡을 연주할 때) 정확하지도 않은데 “빨리 연주하는 것. 빨리 내가 알고 있는 빠르기로 연주하는 것”에 더 집중해서 그냥 무작정 억지로 속도만 내는 연습을 하거나 또는 자신이 편한 손가락 번호대로 바꾸어 연습을 한다던가, (손가락을 번호를 바꾸다보다 보면 프레이즈가 끊어질 수도 있다.) 습관대로 이음줄을 끊어서 친다던가, 아티큘레이션(연주방법)을 잘못 외워서 연습을 하는 일들이 종종 발생해서 다음 레슨 때 다시 처음부터 악보를 정확하게 보는 레슨을 받아야 되는 경우들이 정말 많다. 아마도 연주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악보를 소홀히 해버린 걸 수도 있다. 물론 그러한 연주도 레슨생 스스로는 만족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해도 잘만 연주하는데 왜 선생님은 왜 계속 정확하게 다시 하라고만 하실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그것은 잘한 연주는 아니다. 작곡가의 원래 의도와는 다른 곡이 되어버린다.     


    기초적인 것들을 잘 익히고 부분 연습까지 잘 마쳤다면 다음 단계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속도로 한 번에 연주하는 것. 한 번도 틀리지 않고 연주하는 것. 바로 완곡을 목표로 연습한다. 완곡을 통해서 음악의 흐름을 느끼고 곡의 첫 음부터 끝 음까지 음악을 이끌어가는 연주력(연주지속력)도 훈련해 나간다. 항상 어떤 곡이든 곡을 배울 때의 목표는 음악처럼 들리게 연주하는 것이다. 음 맞추기 게임하듯 하면서 더듬더듬 연주하는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건 이 완곡하는 연습을 하면서 이 곡이 나에게 편해지기 시작한다면 내 스스로가 내 연주를 즐길 수 있는 순간에 이른다. 우리가 이것 때문에 피아노를 배우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완곡하는 연습을 통해서 곡의 완성도를 더 높인다. 조각조각 있었던 것을 하나도 모아서 작품으로 완성한다. 이 한곡을 완성하는 시간과 노력은 생각과 달리 많은 시간이 들고 마치 제자리걸음만 하는 것 같아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의 실력은 성장한다.     


    이 부분을 이렇게 장황하게 쓴 이유는 우리가 취미로 배우는 피아노에서 크게 놓치는 부분이 이 부분이다. 물론 취미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의 많은 부분에 압박을 받으면서 배우기에 놓칠 수밖에 없기도 하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핵심만 쏙쏙 뽑아 먹으면서 빨리 성장을 바랄 수도 있겠지만 피아노에서는 빨리 성장하는 지름길이라는 게 딱히 없다. 연습 말고는 없다. 그것도 대충 한 연습이 아니라 정확한 연습 말이다.     

    악보가 어렵지 않을 때는 완성도 높은 완곡이 가능했으나 조금만 어려워지기 시작하면 곡의 목표 완성도를 낮춘다. "취미인데 이 정도만으로도 연주하는 게 어디야" "잘하지 않아도 돼. 어차피 전공도 아닌데"라는 마음과 함께 곡의 완성도는 턱걸이인 상태로 다음 진도로 넘어간다.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다음 곡으로 넘어가는 일이 반복된다면 어느 순간 연주가 전혀 안 되는 순간에 부딪히게 되면서 피아노에 대한 흥미를 금방 잃게 된다. 성인 레슨생의 경우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곡이 완성되지 않는 악순환이 되어버린다. 다음 곡으로 넘어가도 해결이 되지 않는 모습에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서 피아노와 멀어지게 돼버린다. 아직 내가 좋아하는 곡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고 아직 즐기지도 못한 채로 말이다.    

 

    취미 피아노에서 흥미를 잃게 하는 가장 큰 요인 중에 하나는 레슨생 스스로가 보기에 이 곡을 연주 ‘할 수 있는가?, 할 수 없는가?’이다. 쉽게 말해 쉬운 곡은 치기 쉬워서 계속 연주하고 싶어진다. 아니면 어려워도 스스로가 이해하는 곡이고 ‘할만하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연습하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반대로 ‘할 만하지 않다’라고 생각이 들면 피아노 자리 앉는 것조차도 마음이 무겁다. 필자도 바이올린 배우기 시작하고 나서 1년 정도 뒤에 급격한 어려움이 찾아왔는데 정말 연습이 하기 싫었다. 잘 안되니 연습이 반드시 필요한 것을 머리로 아는데 바이올린을 잡고 연습을 시작하기까지 미적미적했다. 여하튼 이 ‘할만하다’라는 생각의 원동력은 실력에서 나온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렸을 때는 손가락으로 덧셈 뺄셈을 했다면 나중에는 1의 자리 덧셈, 100의 자리 덧셈, 뺄셈, 곱셈, 암산 등등으로 공부하지 않는가. 5세 유아에게 갑자기 100의 자리 덧셈을 (물론 요즘 아이들은 빨라서 어떨지 모르겠다.) 하라고 하면 울어버릴지도 모른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1단계를 충분히 익혀지지 않고 2단계, 3단계로 넘어가게 되면 정말 많이 힘들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곡 근처에 가보지도 못했는데 금방 포기할 수도 있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이 ‘할 말 하다’라는 실력을 길러주기 위해서 각각의 단계에 있는 어려움들을 극복해야 다음 단계도 수월하게 할 수 있기에 꼭 연습을 해오라고 하는 이유이다.     


 물론 피아노를 배운다는 것은 인생에 처음이기에 모든 것이 생소하고 각각의 과정이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100의 완성도를 선생님이 레슨생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배우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다 다르기 때문에 함부로 강요할 수 없다. 그러나 배우는 과정에서 나오는 어려움은 충분히 극복 가능한 어려움이다. 우리가 피아노를 맨 처음 배울 때 모차르트 악보를 들이밀지 않고 초보자이기에 기초 교재를 선생님이 선택해서 배우기 시작하는데 그때 어려움은 각자의 수준에 맞은 어려움이 나온다. 그래서 충분히 연습을 하면 금방 극복이 가능하다. 극복한다는 것은 그 어려움이 나에게는 이제 쉬워지고 익숙하게 연주가 된다는 것이다. 그냥 단순히 “열 번 해봤는데 안 되는데요?” 하고 넘어가는 게 아니다. 그저 연습하는 숫자와 시간만 채우려고 한다면 배움의 의미를 상실한다. 이것을 붙잡고 익숙해질 때까지 연습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장기간이 필요한 테크닉들도 있다. 이것들을 한 번에 다 완성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극복하려는 노력을 해야 그다음 비슷한 곡을 만났을 때 성장한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렇게 성장한 나의 모습을 하나씩 발견하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피아노를 배우는 것에 의미가 있지 않을까.     


    ‘틀려도 괜찮아’라는 말은 무슨 일이든지 너무 잘하려는, 완벽하게 하고 싶은 마음의 부담을 내려놓고 좀 가볍게 즐길 수 있을만한 마법의 문장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틀리지 않고 한 번에 연주하려고 하는 연습이 있지 않는 한 이 마법의 문장은 피아노를 배우는 의미를 옅어지게 만든다.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배움의 가치를 잃게 만든다. ‘이 정도면 됐어’라는 생각 때문에 더 성장하지 못하게 한다. 말은 취미라고 하지만 사실 남들이 보기에 또는 내가 보기에 그럴싸한 연주를 원하지 않는가?   

  

그렇지만 나는 지금도 완곡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레슨생들에게는 몇 번이고 얘기해 줄 수 있다.

“틀려도 괜찮으니 편하게 연주하세요~”

그들은 이 문장을 사용할만한 노력과 연습을 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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