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혜경 Feb 24. 2023

취미라는 울타리에서 생기는 오해

1) 하고 싶을 때만 할 수 없는 점

2. 취미라는 울타리에서 생기는 오해    

 

    옛날에는 피아노를 배우는 이유가 다른 과목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교육적인 부분 때문에, 또는 EQ를 기르고 좌뇌와 우뇌의 발달이 동시에 된다는 이유로 많이 시작했었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워라밸과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취미를 갖는 것에 많은 화두가 있었는데 그래서 피아노를 배우는 이유도 취미에 더 초점을 맞추어 배우는 사람도 많아졌다. 필자도 일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어떤 활동으로 스트레스를 풀면 좋을지 생각하며 고민한 적이 있었다. 컬러링북은 무슨 색깔로 색칠해야 하는지 정하는 게 더 머리 아파서 그만두었고, 수채화 그리기는 한두 번 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그만두었고, 글씨 쓰기는 생각 의외로 똑바로 쓴다는 게 엄청난 집중력을 가져야 되어서 취미가 아닌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그중에서 지속 중인 취미가 있다면 독서와 바이올린. 독서는 도서관에 대출하러 가게 되면 제목이 궁금해서 빌리기 때문에 계속하는 것 같고 바이올린은 돈을 계속 내면서 레슨을 받기 때문에 유지할 수 있는 것 같다. 여하튼 '나에게 맞는 취미가 뭘까' 하며 경험해 보고 맛보는 시간들이 있는데 사실 저 중에 바이올린을 뺀 나머지는 것들은 꾸준히 하지 않아도 또는 잘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경험을 해보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만족한다. 예를 들어 컬러링북을 색칠하는데 이상하게 색을 칠하거나, 보색(색상환에서 반대에 위치되어 있는 색)으로 색칠하거나 명암을 이상하게 넣어도 나는 상관없다. 완성된 그림이 웃기긴 하겠지만 내 만족이 더 “먼저”인 취미 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만약에 내가 이 색칠하는 취미를 더 예술처럼 잘하고 싶었더라면 꼭 미술학원에 가야 한다. 배워야 실력이 늘기 때문이다.


 "취미"라는 것을 목표로 피아노 레슨을 받는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은 아마 이런 것 일 것이다.     


1. 피아노가 재밌어야 하고,

2. 레슨이 매 시간마다 촘촘하고 유익해야 하며,

3. 쉽게 연주가 되어야 하고,

4. 실력이 향상이 보장되어야 한다.     


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1번이다. 일단 취미이기 때문에 재미있어야 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서까지 취미를 할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재미가 있다면 마치 소풍 가는 전날 잠들려고 하지만 기대되어서 쉽사리 잠이 들지 않는 초등학생처럼 연습시간이 기다려질 것이다. 그렇게 연습이 꾸준히 되면 다음 진도 나갈 곡도 쉽게 연주가 되고 기본적인 것을 넘어서 곡의 심화되는 부분을 배움으로써 선생님께 얻어 가는 게 많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 재미가 피아노 연주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어야 한다. 하고 싶은 곡을 해서도 아니고, 선생님의 재밌는 레슨 스타일도, 아이들 같은 경우는 재밌는 음악게임을 해서도 아니다. 선생님이 있든 없든, 엄마가 감시를 하든 안 하든, 배가 고프든, 안 고프든 상관없이 연주가 재미있어야 한다. 이 재미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많이 재미있지 않아도 피아노를 연습하고 레슨을 받는 과정이 자신의 취향에 맞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라톤 같은 피아노를 계속할 수 없을 것이다.     


저 네 가지가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저게 다 된다면 가르치는 교사도 행복하고 배우는 학생도 행복할 레슨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모습과는 다르게 피아노를 배우는 것을 “(경험해 보는) 취미”라고 하기엔 보통의 취미들과 조금 다른 점이 있는데 우리는 그것과 비슷하게 보려고 하기에 오해가 생기는 것 같다. 



첫 번째하고 싶을 때만 할 수 없는 점 


    취미라고 하면 시간이 날 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레슨을 받는 이상 그렇지 않다. 레슨을 받는다고 하는 것은 매주 약속한 시간에 선생님께 피아노 치는 기술을 배워서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내 것으로 만든다는 것은 그 피아노를 치는 기술을 남의 도움 없이 온전히 나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스스로 해낼 수 있게 되면 자유가 있다. 어린 아기 때는 수저를 사용하지 못해 엄마가 음식을 숟가락으로 떠서 주는 대로 먹었지만 성인이 되어서는 직접 먹고 싶은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는 것처럼 자유가 생기고, 즐거움이 생긴다. 피아노도 마찬가지로 처음엔 아이처럼 모든 것을 선생님께 의지해야 하지만 점차 자라날수록 스스로 할 수 있기에 자유가 생긴다. 악보를 스스로 읽을 줄 알고 악상과 테크닉도 하게 된다면 선생님께 의지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악보는 구입하여 혼자 연주할 수 있고 더 나아가 곡을 만들 수도 있게 된다. 이러한 자유 안에 즐거움이 있다.     


 이 즐거움을 얻으려면 반드시 연습이 필요하다. 이 연습하는 시간은 내가 하고 싶어서 할 때, 내가 하고 싶지 않아서 할 때를 따지지 않고 계속 연습해야 한다. 선생님들이 항상 이야기하시지만 10분이라도 좋으니 매일매일 연습하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피아노 칠 때의 움직임을 뇌와 여러 근육이 기억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태어나서 피아노를 한 번도 치지 않다가 이제야 치기 시작했다. 피아노를 조금만 쳐도 좀 힘들다고 느낄 수도 있고 피아노 치는 행위 자체가 어색할 수도 있고, 피아노 치는 시간을 내기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니 이것을 익숙하게 만들려면 계속 연습을 시도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배운 것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매일매일 연습해야 한다. 하루에 10분씩 쳐서 완성한 곡과 일주일 내내 치지 않다가 하루 날 잡아서 1시간 연습해서 완성한 곡을 레슨 때 선생님 앞에서 연주했을 때 완성도가 차이가 난다. (혹시 믿지 못하겠다면 한번 실험해보길 바란다.) 그래서 피아노를 배우는 동안에는 계속하기 싫어도 계속 꾸준한 연습을 해야 한다.      


 물론 연습을 할지 안 할지 본인이 선택할 수 있지만 이 선택의 결과는 반드시 자신의 책임이다. 연습을 안 함으로 인해서 원하는 만큼 칠 수 없는 것은 선생님이 책임져 줄 수 없다. 선생님은 연습의 대한 가이드를 제시해 줄 수 있다. 그걸 할지 안 할지는 본인의 선택과 책임이다. 솔직히 연습해오지 않는다면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레슨비가 아깝다고 종종 생각이 든다. 연습이 안되어 오면 지난주에 배웠던 것을 또 배우고 그냥 선생님과 연습하는 시간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앞서 얘기한 유익이 되는 레슨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꾸준한 연습을 통해서 피아노 치는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이 쌓여 자유가 생기면 즐거움이 따라온다. 연습은 피아노 치는 즐거움을 위해 꼭 있어야 하는 시간이다. 연습보다 즐거움을 누리는 게 앞서 나갈 수 없다. 마치 기차에 맨 앞에 조종석이 있고 뒤에 객차가 따라오듯이 연습 뒤에 즐거움이 따라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먼저 피아노를 배워 오신 선생님들은 오랜 시간 엄청난 양의 연습을 하셨다. 그 결과 선생님들은 서점에서 파는 웬만한 악보를 봐도 두렵지 않고 심지어 악보가 있지 않아도 연주하신다. 피아노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자유로우면 내 맘대로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자신의 즐거운 피아노 생활을 위해서 하고 싶을 때만 하는 것이 아닌 꾸준함으로 연습을 습관화해야 한다.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자신이 이번 주에 배운 레슨 곡 하루에 5번 치기부터 시작해도 좋다.

이전 01화 피아노 레슨의 여러 가지 오해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