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진입장벽이 낮아서 생기는 오해
이제 막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꿈의 곡, 또는 꿈의 모습이 있을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곡을 멋지게 연주하는 모습, 취미로 피아노 연주를 즐김으로 힐링하는 시간들, 또는 학부모라면 아이가 피아노 연주를 하며 성인이 되어서도 정서적 안정을 위한 취미활동으로 자리 잡는 모습, 또는 학교 학습에 도움이 되고자 배우는 목표, 등등으로 여러 가지 많은 이유들로 시작하지만 결론은 어떻게든 있어 보이게, 음악이 되게끔 연주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요즘은 많은 피아노 교사분들의 노력과 정보를 쉽게 공유하고 들을 수 있는 디지털 시대이기에 피아노에 대한 여러 가지 오해들이 많이 없어지기도 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아이들이 처음 배우기 시작할 때 학부모님들께 1년 정도 배우면 다 배울 수 있냐, 레슨 한번 하고 우리 아이가 소질이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왔지만 요즘은 그런 질문을 들어본 적이 거의 손꼽히는 것 같다. 아마도 추측하기로는 지금의 피아노 레슨에 대한 인식이 진도를 빨리 나가서 빨리 잘 치게 되는 것보다는 아이들이 즐겁게 배우는 것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에 요즘의 레슨도 옛날의 레슨과는 사뭇 다른 경향들이 보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아 있는 오해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 오해들은 지식적 측면의 오해들이 아니라 피아노 레슨 받기 전, 또는 레슨을 받으면서 생기는 오해들, 특히 피아노에 대한 태도와 같은 오해들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악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이런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다른 악기를 하기 전에 기본으로 피아노를 먼저 배워두면 좋다는 이야기. 나는 이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편이다. 악기를 배우는 것은 그 악기를 통해서 음악을 배운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악기를 배우면서 음악의 특징들, 앞으로 나아가는 성격, 음계의 체계, 화성, 박자, 리듬 등등을 익히며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배운다. 이것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다른 악기를 배울 때 연주하는 방법은 다르겠으나 음악의 기초적인 부분은 같기 때문에 악보를 읽기도 음악을 이해하기도 쉽다. (필자는 몇 년 전에 처음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도움이 굉장히 많이 되었다. 그렇다고 음을 매끄럽게 연주할 수는 없다.) 어쨌든, 피아노를 먼저 배우라는 이유는 악기 중에서 진입장벽이 낮다. 앞에서 말했듯이 악기를 배우는 것은 음악을 배우는 것이다. 음악은 귀로 듣는 것이기 때문에 “소리”를 잘 내는 것이 중요한데 피아노는 소리를 내는 것에 많은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연주의 원리가 간단하다. 악보에 '도를 2박자로 연주하세요.'라고 적혀있으면 그냥 손가락으로 "도 건반"을 2박 동안 누르면 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팔을 크게 쓸 필요도 없고 무겁게 악기를 들 필요도 없고, 턱이 아플 이유도 없고, 숨이 모자를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피아노라는 악기를 통해서 음악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피아노도 신경 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1차원적으로만 본다면 ‘보고 누르기’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연주의 원리가 간단하다는 장점 때문에 피아노 레슨 광고는 힐링이라는 키워드를 앞세워 광고한다. 성인 피아노의 경우 이런 광고 문구를 많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직장 스트레스를 퇴근 후 피아노로 힐링'
이 광고를 보니 가르치는 입장에서 한편으로는 속이 편치 않았다. 현실은 힐링의 요소보다 킬링의 요소들이 더 많이 있기 때문이다. 이 "힐링"이라는 단어가 마치 '노력을 많이 안 해도, 편하게, 가끔 해도 잘할 수 있다' —라는 낭만적인 착각을 하게 한다. 이런 부분을 어디서 느꼈냐면 “취미인데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요?” “그냥 이렇게만 하는 방법 없나요?” 등등 레슨생분들의 말을 통하여 피아노를 배운다는 것에 대한 오해가 있음을 보게 되었다. 물론 피아노를 제약 없이 자유롭게 치는 행위 자체는 힐링 일수 있지만 모든 배움이 그렇듯 레슨 또한 힐링일 수가 없다. 일반적인 힐링이 될 수 없는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 두 가지 정도로만 나눠봤다.
정답이라고 말하니 자유로운 예술과 반대되는 단어인듯하나 정답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한 것 같다. 피아니스트 러셀 셔먼이 쓴 책 <피아노 이야기>에 이러한 말이 나온다.
“형식 없는 자유는 없고, 구문론 없는 언어는 없으며, 구조 없는 예술은 없다. “
책 안에서는 손 모양의 대한 이야기였지만 음악이라는 것을 설명하기에 적절한 문장인 것 같다.
음악의 기초에는 정답이 존재한다. 마치 영어단어를 외우듯 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한 부분을 예로 들어보자면 높은음자리표 두 번째 줄을 G선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어느 나라 가서든 변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도 G선이고 미국에 가서도 G선이다. 이렇듯 옛날부터 정해진 약속들이 있기에 기초이론은 정답이 있다. 이 정해진 약속들을 이론 공부 교재를 통해서 머리로도 배우고 악보 연주로 통해 소리와 몸으로 배운다. 약속과 약속들이 나열되어 있는 것을 지키고 연결시켜 음악으로 들리게 한다.
(혹 이 부분에서 "그럼 만일 악보를 보지 못하는데 귀로 듣고 엄청나게 예술적인 연주를 한다면 기초가 없는 건가요?"라고 물어본다면 그건 그냥 천재인 거다. 물론 천재도 악보 보는 법을 배우겠으나 음악의 이해도가 다르니 이 부분은 예외로 하자.)
그래서 레슨 때에 우리는 악보에 있는 약속들을 모두 지켜야 된다. 머리 아는 것뿐만 아니라 소리로도 연주해야 진짜 지키게 되는 것이다. 성인 레슨생 중에서 많이 놓치는 부분들이 바로 이 부분인데 이론적으로 알고 있으면 다 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2박을 연주해야 하는 건 알지만 실제 연주할 때는 2박이 안되게끔 연주하는 경우들도 있다. 알고 있는 그것이 실제 연주로 나오지 않는다면 그건 100% 아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실제 레슨에서는 어떤 부분이 연주가 잘 안됨에도 불구하고 알기 때문에 넘어가자고 하는 분들도 많다.
이 약속들은 음이름, 박자, 아티큘레이션(연주기법), 셈여림표, 빠르기 등에 해당하는 음악적 기초적인 요소들인데 만약 이 약속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렵다는 이유로 지키지 않는다면, 또는 대충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레슨을 들어간다면 그날의 레슨은 아마도 선생님이 마치 나의 모든 것에 태클을 거는 사람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왜냐면 선생님을 정답을 이야기해 주고 정답으로 인도해해 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레슨생의 노력에 무조건 칭찬해 주실 수도 있지만 올바른 것을 가르칠 의무가 있다. 피드백을 통해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서 우리는 돈을 내고 레슨을 받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약속들을 지키지 않는다면 자신이 연주하고 있는 곡이 무슨 노래인지 모르게 된다. 연주하면서도 길을 잃은 느낌이 들며 어지러운 길을 제대로 찾아가는데 많은 시간이 들 것이다. 이러한 순간에 레슨은 힐링이 아니라 킬링으로 변해간다. 이 킬링으로 변하는 순간들이 1회, 2회, 3회... 계속 쌓여간다면 피아노를 마치 원수 보듯 피아노의 ㅍ만 꺼내도 소름 끼칠 수도 있고 피아노 레슨에 쏟아부은 레슨비가 굉장히 많이 후회될 수도 있다. 그래서 그러한 순간이 온다면 진도를 멈추고 기억이 잃어버렸던 그곳으로 돌아가서 다시 점검해봐야 한다. 그래야 레슨이 킬링으로 변하지 않을 수 있다.
피아노를 배운다는 것은 마라톤에 비유되는 것처럼 오랜 시간 꾸준하게 배우고 연습해야 어느 정도 실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요즘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렇지만 종종 이 사실을 놓치는 일들이 많은데 특히 어린 레슨생들보다는 성인 레슨생에서 많이 생긴다. 아마도 이 생각을 놓치는 결정적인 이유는 앞서 이야기한 연주의 원리가 간단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기도 한데 바로 악보를 어느 정도 읽을 줄만 알면 연주는 당연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성인 레슨생을 레슨 하다 보면 간혹 자신이 초등학생 연주보다 못한다는 이야기를 하신다. 같은 곡을 배워도 초등학생이 연주하는 것과 자신이 연주하는 것은 너무 다르다고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그럴 때마다 “ 유튜브에 누가 못하는 거 올리나요~ 다 잘하는 거 올리죠~ 한곡만 연습 엄청 많이 했을 거예요~” 라며 비교하지 않고 꾸준하게 연습하길 바라는 마음을 말씀드리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사실은 다른 게 당연하다.
성인이 처음 피아노를 시작할 때의 레슨과 초등학생이 처음 피아노를 시작할 때의 레슨은 다르다.
아이들은 피아노를 처음 배울 때 인지가 자라나는 과정 중이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처음부터 여러 음을 한꺼번에 배우지 않는다. 먼저 손가락번호를 익히고 건반의 패턴을 배우고 그다음 악보 읽는 법을 배우는데 그 악보 읽는 법도 레슨 때 한음씩 한음씩 배워 나간다. 도부터 시작하여 음을 하나씩 추가하다가 C의 다섯 손가락자리(도레미파솔)를 아주 충분히 익숙하게 될 때까지 곡을 연주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C의 자리만 나오면 엄청 자신 있게 연주를 시작한다.) 건반의 음이름 패턴을 익히고 각각의 손가락에 어떤 음이 자리해 있는지 기본적인 자리에서 충분히 익히고 난 뒤 G의 다섯 손가락자리로 옮겨간다. 그다음 점점 다른 자리들을 배우며 악보의 여러 음들을 피아노에 어디에 위치에 있고 또 그 자리에 있는 음들은 보표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학습한다. 아이들에게는 인지발달과 함께 손가락의 근육들도 함께 발달해야 하기 때문에 긴 시간을 가지고 학습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에 많은 시간을 들여서 악보를 읽는 법, 연주하는 법을 배우기 때문에 손가락이 건반을 찾아가는 것도 자연스럽고 편하고 친밀하다.
그러나 성인 레슨생, 인지발달이 다 되어있는 청소년 레슨생 같은 경우에는 악보에 있는 음이름을 배우는 것에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 어렵지 않게 악보에 있는 음들을 읽어낼 수 있고 어떤 건반으로 연주해야 하는지 비교적 빠르게 습득한다. 그래서 성인레슨은 초반에 진도가 굉장히 빠르게 나간다. 이 빠른 진도가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하는데 그저 악보를 읽을 줄 아니까 곡이 연주로써 덜 완성되어도 안다고 생각하고 진도만 나가려고 한다. (이번 곡은 안되니 다음 곡은 될 거라는 생각) 오히려 그러한 빠른 진도에 마음이 성급해져서 더 많은 진도를 원하는 경우가 있다. 그 과정 중에 중요한 것은 기초 단계에서의 피아노가 충분히 편해지고 소화해 내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쉽게 악보를 읽을 수 있다는 이유로 그 시간을 놓치고 지나간다. 피아노와 친해진다는 것은 피아노의 총 88개의 건반 중에 어떤 건반을 연주하든 손이 자연스럽게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 다섯 손가락 자리에 있을 땐 연주가 어렵지 않지만 점점 음역이 넓어질수록 계속 건반을 보면서 찾아야 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음악은 연결이 되지 않고 쉽게 끊어지게 된다. 특히 성인 레슨 중에 뉴에이지 곡들을 연주할 때 뉴에이지 곡 특성상 왼손이 아르페지오 형식이 나올 때가 많은데 그러다 보니 왼손의 음은 음대로 봐야 하고 오른손의 멜로디도 챙겨야 하다 보니 한마디 치고 나면 다음 마디의 음을 건반에서 찾느라 바빠서 곡이 연결되지 않는다. 곡이 연결되지 않는다면 거기서 더 심화해서 배울 수 있는 것을 배울 수가 없다. 그러니 매번 레슨 때마다 그냥 음만 찾아 누르기가 되어버린다. 이렇지 않도록 처음에 좁은 음역대부터 피아노의 건반과 친해지는 게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 앞서 이야기한 초등학교 저학년과 성인 레슨생이 같은 곡 진도를 나가더라도 막상 초등학생의 연주가 훨씬 잘하게 들리는 이유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서 피아노를 익혔기 때문이다.
내가 듣는 영어 강의에서는 몇 번이고 반복해서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우리가 머리로는 문장 구조를 알지만 막상 말을 할 때 잘 튀어나오지 않는다며 그냥 툭툭 튀어나올 때까지 편해질 때까지 말하기를 반복 연습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 진짜 내 것이 된다고 들었다. 우리가 비행기 노래를 어느 장소에서든지 자신 있게 칠 수 있는 이유는 노래가 쉬운 것도 있지만 익숙하기 때문이다. 편하다. 어떤 음을 연주해야 하는지 아주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피아노를 배울 때에도 한곡 한곡을 익숙하게 만들어 내 것으로 연주하는 것이 중요하다. 악보에 있는 것들을 다 알고 있다는 이유로, 또는 재미없다는 이유로, 유치하다는 이유로 피아노와 편해질 수 있는 시간들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편하게 연주할 수 있는 곡들을 쌓아가는 것은 우리가 살기 위해서 기초체력을 기르는 듯 기초연주력 기르는 것이다. 이 기초연주력을 기른다는 것은 어떤 곡을 처음 시작할 때 0부터 시작할 것이나 5부터 시작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그래서 피아노 선생님들은 (선생님을 예를 들어서 적절할지 않을 수 있지만) 처음 본 악보여도 마치 며칠 연습해 본 사람처럼 연주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기초연주력 기르기를 하면 그 수준에 맞는 어떤 악보든 배울 때에 0의 과정에 많은 노력을 들이지 않고 그 곡에 알맞은 테크닉, 표현, 흐름 등등을 더 집중하고 심화해서 배울 수가 있다. 다시 말해 기초연주력이 있지 않으면 매번 0부터 노력을 들일 수밖에 없다.
이 기초연주력을 기르는 것은 단기간에 되지 않는다. 꽤 오랜 시간 쌓이고 쌓여야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필자의 어릴 적 레슨은 이러한 레슨이었다. 기초가 되고 난 뒤에 응용 곡을 배울 수 있는 그만한 실력이 되어서 재즈소곡집, 명곡집을 선생님께서 책으로 넣어주셨다. 그저 응용 곡집이었기에 레슨을 오래 안 해주셨고 다른 체르니나 소나티나 책에 비해선 약간 방치(?) 하시는 느낌이 없잖아 있었다. (그러나 나중에 필자는 따로 서점 가서 이루마 곡집을 사서 학원에서 빨리 할 거 다 치고 선생님 몰래 연습했었다.)
그렇기에 단기간에 만족할 수가 없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조차 1년 배워도 못 치는데 내가 이걸 왜 배워야 하지?”라는 의문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레슨의 성향들은 취미이니까 잘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즐겁게, 재밌게 하자에 더 초점을 맞추어 좋아하는 곡 위주로, 한곡씩 배우는 레슨, 악보를 볼 정도로만 기초를 배우고 쉽게 편곡된 가요나 뉴에이지를 집중적으로 배우는 경향으로 많이 바뀌어 가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단기간에 만족할 수 없기에 단기간에 만족할 수 있을만한 곡으로 흥미를 이끌어 주는 교재가 많이 나오는 걸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곡 위주로 하는 레슨의 장점은 흥미를 이끌어서 금방 그만두지 않게 할 수 있지만 연주를 지속할 수 있는 기초가 없다 보니 노래가 자주 끊기거나 건반을 찾으려고 많이 헤맨다. 한곡을 끝나고 나서 다음 곡을 또 진행하려고 하면 다시 0부터 시작해야 해서 실력 늘고 있는지 가늠이 잘 안 된다. 계속 끊기는 곡을 배우고 있는 게 정말 힐링인지 스스로 질문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좋아하는 곡 위주의 레슨은 가끔 쫌 허무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피아노의 원래 모습은 이건대 마치 이미지 메이킹하는 것 같은 느낌과 진짜 기초 없이 비슷한 수준의 곡을 배워도 매번 비슷한 문제가 해결이 안되는데 이게 과연 피아노를 배운다고 할 수 있는 걸까? -라는 의문점이 생길 때가 종종 있다. 이건 어디까지나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여하튼 이 기초연주력을 기르는 것은 취미와 전공을 구분하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 요즘 같은 시대에 하농, 체르니 같이 딱딱한 손가락 연습곡들을 하면 마치 “전공”같다고 느끼는지 손가락 좀 내버려 두고 그저 재밌는 곡들로만 하려고 하지만 진짜 피아노 레슨을 잘 뽑아먹고 싶고, 진짜 자신의 실력을 늘리고 싶으면 그 재미없는 딱딱한 교재의 기초단계를 익숙하게 연습해야 한다. 취미이지만 피아노를 그만둬도 피아노를 계속 연주했으면 하거나 곡 연주하면서 자유를 누리고 싶다면 다 아는 곡이어도, 넘어간 곡이어도 혼자 스스로 익숙해질 때까지 소화해 내는 연습을 해 보길 추천한다.
단기간에 성과가 나지 않는 부분을 힐링이 아니라고 하는 이유는 무언가를 지속하고 계속 꾸준히 해나가는 건 정말 많은 의지를 필요로 하는데도 불구하고 갑자기 실력이 대폭 상승하는 그런 판타지 같은 건 없기 때문이다. 기초연주력을 이제부터라도 훈련한다고 해도 레슨 1회, 4회, 7회가 넘어가도 눈에 뒤는 큰 변화도 없을지도 모르고 피아노를 1년 배웠다고 해도 사람들 앞에서 연주할 만 곡도 없을 수도 있다. 그만큼 피아노는 진짜 긴 여정이다. 꾸준하고 흔들리지 않게 연습하는 건 정말 쉽지 않다. 가끔은 내 감정을 뛰어넘어서 피아노 연습을 선택해야 할 때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연습은 배신하지 않는다. 반드시 실력으로 돌아오게 되어있다. 그러니 여기서 더 빨리 실력이 늘고 더 빨리 멋있는 곡 하고 싶다면 ‘빨리 내가 원하는 곡을 하고 싶다’를 내려놓기 바란다. 계속 조급한 마음을 가지면 지금 받고 있는 레슨의 모든 내용이 불만이 되면서 레슨이 끝나면 피아노의 배움보다 불만만 남게 되어있다.
피아노로 진정으로 힐링하기를 원한다면 욕심을 내려놓고 천천히 길게 가야 그 끝에 힐링하는 순간이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