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수선화 삶 08화

8화 교사연수

by 단려

아침부터 허둥댔다. 초등과정 연수를 수료한 지 차일피일 미루다 이번 기회에 중등과정 연수를 하게 되었다. 오늘은 내가 시연을 맡은 날이다

이 일을 오랫동안 했지만 같은 일을 하는 선생님들 앞에 서서 내가 가진 역량을 보여준다는 것은 부담이 크다.

내 학습자도 아니어서 성향도, 수준도 몰라 접근 방법에 고민이 많았다

문해 수업에 오시는 학습자들의 연령과 수준 그리고 건강이 달라 수업의 수준도 천차만별로 준비해야 한다. 어젯밤 오늘을 위한 시물레이션을 떠올리며 운전대를 잡았다.


드디어 둘째 시간!

나의 순서가 되었다. 칠판에 오늘의 학습목표를 적는다. 손가락이 떨려 글자가 삐뚤빼뚤하다.

학습자와 긴장을 풀기 위해 첫인사를 손유희와 함께 시작했다

큰 목소리로 담담하게 쉼 호흡을 하면서

"우리 인사할게요.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선생님!"

학습자들의 목소리가 맑고 씩씩했다

교과서페이지를 찾아 합창으로 읽기를 했다.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학습자 주변을 돌며 잘 못 읽는 분이 있는지 살폈다. 동료들의 보조를 못 맞춰 읽는 곳을 찾지 못한 사람의 글줄을 찾아 주었다. 이내 그분의 목소리도 다시 들렸다.

내용의 주제와 문단을 나눠 설명을 했다.

학습자들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한다.


그들은 모른다고 앉아있는데 아는 이야기가 나오면 회상을 하며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존중하며 시간여행을 떠난다. 맞짱구도 치고 그 시절의 감성에 푹 빠져준다.

"어머니~~ 저는 농기구를 박물관에서만 봤어요. 솔직히 농사짓는 걸 본 적은 없거든요"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나에게 농기구는 교과서나 박물관에서 보던 물건이었다.

직접 만져본 적도, 써본 적도 없는 것들.

그날 수업의 주제가 '농경기술의 발달“이었기 때문에 나는 책과 인터넷 자료로 설명을 준비했다.

하지만 실제 경험 없이 전하는 설명이란, 늘 어디쯤 미완성처럼 느껴진다.

그때, 한 학습자 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생님, 그거요. 저희 고향에서는 골갱이라고 했어요. 요렇게 요렇게 하는 거예요"”

그분은 허리를 굽혀 두 손을 앞으로 뻗었다.

마치 몸이 기억하고 있는 듯, 능숙한 동작으로 당시를 재현해 보이셨다.

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

내가 설명하던 수업이, 그분의 동작 하나로 생동감 있게 살아났다.

“이 농기구는 뭐라고 불렀어요?”

“우리 고향에서는 ‘서례”라 했지요.”

“아~ 그렇군요. 저는 실제로 본 적이 없어요.”

“그럴 수 있지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농사를 지어봤을까? 선생님은 도시서 자랐으니.......”

학습자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옆자리 분이 “농사지을 때 사용하는 것인데 사진으로 보니 정겹네요.” 하고 말을 이었고, 교실 안에 옛 시절의 풍경이 펼쳐졌다.


그 순간, 나는 교사였지만 배우는 입장이 되었다.

그들은 학습자였지만, 어린 시절의 기억을 꺼내 다시 배워가고 있었다.

수업이란 꼭 아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에게만 주는 것이 아님을 나는 그날 다시 깨달았다.

서로의 삶을 나누는 일, 그것이 문해의 진짜 수업이었다. 문해란 글자를 배우는 것이기도 하지만, 서로의 삶을 나누는 것이기도 하였다.

학습자가 해 주시는 이야기에 저마다 할 말이 많았다.

어떻게 한 시간이 흘렀을까?

벌써 마칠 시간이 되어간다.

제비 뽑기로 문제를 뽑아 정답을 이야기하고. 사다리를 타 오늘 학습을 확인하였다

교생실습의 묘미는 새로운 경험을 학습자에게 전해주는 것이다

사다리를 처음 타시는 분도 있지만 합창으로 길을 안내했다.

그렇게 실습은 무사히 끝났다.

나는 안도의 숨을 쉬고 학습자들은 과거로 돌아가 농사짓던 시절의 보따리를 풀었던 값진 시간이었다.

문해는 어르신들에게 글자를 가르치는 것이 모두는 아니다.

나도 그들에게서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일을 배운다.


아침부터 허둥대며 타 도시를 왔는데 내가 얻어가는 것도 많은 하루였다

시연을 마치고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먼 산을 바라보았다.

겹겹의 산봉우리에 하얀 구름이 뭉게뭉게 걸려있다.

며칠 전. 지나간 폭우 뒤로 하늘이 맑고 구름은 유난히 하얗다.

제각각의 모습으로 뭉쳤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것이 우리 학습자들 모습처럼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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