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수선화 삶 09화

9화 고국과 타국

by 단려

수업이 무르익을 즈음 교실문이 열렸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중년 여성과 젊은 새댁이 교실에 들어왔다

어딘가 어눌한 말투였다.

"네. 어머니 어서 오세요."

나는 그들을 반갑게 맞이했지만 속으로는 약간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 저는 우즈베크에서 왔어요. 한글 배우고 싶어요"

중년여인이 더듬더듬 말했다. 겉모습은 한국 사람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럼요. 한글 배울 수 있어요. 하지만 저희 반 수준과 맞을지......."

말도 어눌한데 진도가 꽤 나간 우리 반에서 잘 따라올 수 있을지 걱정됐다.

물론 우리 학습자의 동의도 필요했다. 외국사람과 함께 공부해야 하는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괜찮아요. 우리 딸이에요. 한국어 조금 해요."

옆에 서 있던 딸이 가볍게 목례를 했다.

우리 반 어머니들은 그들을 겉으로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렇게 우리 반은 외국인과 함께 수업을 하게 되었다.


수업이 한 주 두 주 지날수록 보이지 않는 눈치와 불편한 기류가 느껴졌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일부 어머니들은 외국인이 함께 수업하는 것을 불편해했고, 수업 중 그들을 위한 추가 설명이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

그날 수업 주제는 우리나라의 국기와 무궁화였다. 여러 장의 태극기 사진을 보여 주며 다른 점을 찾아보고 발표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건곤감이 위치가 달라요"

"태극 모양이 이상해요"

"태극기에 낙서가 돼 있어요"

학습자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했다.

나는 독립운동 당시 사용되었던 태극기를 소개하며, 나라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조상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우리 조상들은 만주와 지금의 러시아에서 대한독립을 위해 싸웠어요. 전쟁이 끝난 뒤에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분들도 많았고 그곳에서 후손들이 살아가고 있어요. 우리는 그들의 희생을 잊지 말아야 해요."


그때였다.

우즈베크에서 온 중년 여성, 중년 여성의 이름은 리나였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선생님! 제 할아버지가 독립군이에요. 제는 3 손 내 딸은 4 손이에요."

순간, 교실이 조용해졌다. 나는 리나에게 물었다.

"어머니! 그러면 국적이...... 한국인가요?"

나는 리나에게 물었다

"아니요. 저는 우즈베키스탄 사람이에요 그 나라에서는 고려인이라고 해요."

그랬다. 그녀가 한국인처럼 보였던 이유는 본래 한국인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학습자들에게 고려인의 역사에 대해 설명했다.

"어머니, 우리나라가 해방된 후 러시아에 있던 독립군과 가족들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켰어요. 리나 어머니의 할아버지는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오신 분이에요. 국적은 다르지만, 우리와 같은 민족이고 리나 어머니는 독립군의 손녀입니다. "

"아........"

학습자들은 일제히 리나 쪽을 바라보았다.

"어르신 반갑습니다. 할아버지 나라에 와 보고 싶었습니다. 한글 잘 몰라요. 도와주세요"

리나는 일어나 학습자들에게 공손히 인사를 했다.

어머니들 중 한 분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도. 잘 모르는데 함께 배워 봅시다."

분위기가 따뜻해졌다. 리나의 딸도 말했다.

"우즈베크 학교에서 한글을 조금 배웠어요. 저희는 고려인이 다니는데 학교를 다니는데 거기엔 한글 수업이 있어요. "

그제야 리나의 딸이 한국어를 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알게 됐다.


그날 이후, 리나와 우리 학습자들은 조금씩 가까워졌다. 말은 잘 통하지 않아도 손짓, 눈짓으로 담소를 나누었고 집에서 가져온 음식을 나눠 먹으며 정을 쌓았다.

장날이면 수업을 마치고 함께 시장에도 갔다.

요즘 리나는 시골 아낙이 되어 동네 어르신들과 형님, 동생 하며 지낸다. 국적이 있는 곳에선 이방인, 민족의 나라에선 외국인으로 살아야 했던 리나네 가족 그들의 설움이 우리 교실에서는 조금 덜해졌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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