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철이 되면 스턴트맨(stuntman)들의 시위 등 ‘불만 표출’이 각 언론에 적잖이 보도되고 있다. 고난도 연기 대역 부문의 아카데미상 신설을 요구하는 것인데, 관련 기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스턴트맨에 대한 다양한 표현이다. 스턴트 노동자(stunt worker), 스턴트 배우(stunt performer/actor), 스턴트 코디네이터(stunt coordinator) 등으로 지칭되고 우리에게 익숙한 스턴트맨이라는 단어는 사용되지 않는다. 성 차별적 요소를 지닌 단어는 배제하는 추세가 반영된 것이다.
영어권에서는 모임의 의장을 뜻하는 체어맨(chairman)이 중립어인 체어퍼슨(chairperson)으로 보편화한 지 오래다. 물론 여성 의장일 경우 체어우먼(chairwoman)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대변인이라는 의미의 스폭스퍼슨(spokesperson)이나 기상예보관을 말하는 웨더퍼슨(weatherperson)도 마찬가지. 웨더퍼슨은 기상전문가를 뜻하는 미티어롤러지스트(meteorologist)가 좀 더 일반적이라고 한다. 이밖에 성적 차별과 편견이 개입되지 않는 단어로 바뀌어 사용되는 단어들은 꽤 많다. 공예가 크래프츠맨(craftsman)이 같은 뜻의 아티전(artisan)으로, 조상 포어파더(forefather)는 앤시스터(ancestor)로, 중개인 미들맨(middleman)은 니고시에이터(negotiator)로 대체된 것 등이 구체적인 사례들이다.
이처럼 인종과 성적 차별, 신체적 편견이 담긴 용어를 배제하는 데는 우리도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 장애인에 반하는 개념으로 정상인이라고 하던 것을 비장애인이라는 표현으로 교체한 것이 한 예다. 장애인이 비정상인은 아니라는 취지다. 또 ‘타락하여 몸을 망친 여자’라는 뜻을 지닌 윤락녀가 성매매 여성이라는 객관적인 표현으로 바뀐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단어 중 하나로 노인을 꼽을 수 있다. 사회 각계에서 ‘늙고 힘없는 무능력자’라는 부정적 의미가 강한 노인 대신 어르신이라는 용어가 권장되고 있기는 하다. 독거노인의 경우 비공식적으로 ‘홀몸 어르신’이라는 순화된 순 우리말 표현이 애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복지법’ 등에서 공식 용어로 채택하고 있는 것이 노인이고, 관련 법정 기념일도 ‘노인의 날’(10월 2일)이니 쓰임새가 어르신과는 다르게 굳어진 느낌이다.
요즘 국가적 현안으로 부상한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키워드 중 하나가 노인. 영어로 직역하면 올드 퍼슨(old person)인데, 서양 영어권 국가의 행정 관청이나 언론 기관 등에서는 시니어 시티즌(senior citizen) 또는 에이지드 시티즌(aged citizen)이라는 점잖고 객관적인 표현을 사용 중이다. 우리도 좀 더 고민하면 노인보다는 고상한, 가치 중립적인 단어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