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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gmagazine Apr 27. 2021

나는 왜 대학생이 되었는가_김민주

_university, agora 투고글


처음으로 왜?라는 질문을 던져본 대학생의 이야기를 통해 비춰본 우리 세대 학생들의 현실

우리는 진정한 대학생이 되고 싶다.




 나는 대학생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길러져 한국 소재의 대학에 재학중인 학생이다. 그러나 나는 단 한 번도 ‘왜?’라는 질문에 답해본 적 없다. 대학생이 되겠다고 생각했기에 의무교육의 마지막 단계였던 중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고등학교 3년동안 반복되는 시험에 일희일비하면서도 대학이라는 목표는 변한 적 없었다. 나뿐만 아니라 내 친구, 내 친구의 친구까지도 모두 그랬다. 누군가는 공부를 잘해 좋은 대학에 갔고 누군가는 공부를 못해 N수생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후자였다. 

전 세계에서 교육열 1순위를 달리고 있는[1] 대한민국에서 수험생으로 살기란 그렇게 녹록치는 않았다. 


 이미 친구들보다 한 발 늦었다는 부담감과 한달에도 수 차례 마주하는 시험지 사이에서 나는 늘 불안했다. 일 년이라는 시간동안 동고동락한 친구들 사이에서도 다시 순위를 매겨야 했고 그것은 우정과 사랑을 택하는 일처럼 로맨틱하지는 못했다. 나는 우정과 경쟁 사이에서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한 쪽 눈을 감고 경쟁을 택하곤 했고 나를 비롯한 친구들 역시 그러했다. 악몽 같았던 1년을 보냈음에도 나는 그렇게 만족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나의 목표는 어쩌면 나의 능력보다 높았거나 혹은 남들보다 불운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배경으로 나는 대학생이 되었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는 이전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에 눈을 떴다. 소위 말해 대학에는 신입생 OT, 신입생 MT, 동아리 MT 등 마시고 놀 수 있는 매력적인 활동이 많았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학과 동기들과 처음 듣는 학과 건배사를 외치며 지금까지의 고생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고 잠시 착각했다. 마치 평생을 약속한 듯 했던 동기들과의 우정, 끈끈한 선후배간의 술자리도 그렇게 오래가지는 못했다.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몇몇 동기들은 자퇴하거나 휴학이라는 제도를 통해 멀어져 갔고 선배들도 제각각 갈 길을 찾아 떠나버렸다. 그렇게 나는 아주 시끄러웠던 시간 속에서 드디어 진정한 ‘홀로’가 되었다. 그제서야 문득 ‘나는 왜 대학생이 되었는가’에 대한 아주 원초적이고 근본적인 생각을 가졌다. 

 단 한번도 대학에 가지 않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었고 한번 태어난 이상 대학생이 되는 것은 한 살 두 살 나이 먹는 일처럼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 누구도 내게 왜 대학을 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설명해 준 적 없었다. 이따금 대학생 사촌 언니들이 염색을 하고 또각또각 구두를 신고 할머니 댁에 올 때 나는 ‘아, 나도 대학생이 되고 싶다.’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내게 매달 다른 색의 염색이 질려올 때쯤, 또각또각 구두소리보다 터벅터벅 운동화소리가 더 편해질 때쯤, 그제서야 나는 ‘왜’에 대해서 고민했다. 나는 왜 대학생이 되었는가. 


 수도 없이 ‘왜, 왜, 왜’에 대하여 생각하다가 마침내 나는 그 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 모두가 대학생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가끔 연예인 누구는 대학에 가지 않았다는 기사를 보았어도 그들은 나와 다른 스타였고 내가 아는 언니, 오빠들은 모두 대학에 가서 대학생이 되었다. 그래서 나 역시 그들처럼 대학생이 된 것이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런 과정으로 대학생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대학생이 된 지금은 몇 가지 다른 이유를 말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최소한 중고등학생일 때는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남들도 가니까.’라는 어린아이 같은 대답을 할 수는 없다. 

 2020년 대학생 의식조사[2]에 따르면 대학에 입학한 이유 부문에 ‘취업에 유리한 조건 획득’이 1위를 차지했다. 맞는 말이다. 내가 앞서 나의 대학에 만족하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테다. 소위 좋은 대학에 입학하지 못하면 취업에서도 경쟁력이 없어지니 그럴듯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발견하고자 하는 이유는 어떤 연구단체의 조사 혹은 그저 그런 이유는 아니다. 나는 정말 진정한 이유를 발견하고 싶다.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 진정한 이유를 발견할 때 진정한 대학생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는 ‘왜?’라는 질문을 쓸데없는 것처럼 만든다. 사회가 요구한 것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으면 마치 한 사회의 반역자가 된 듯한 시선을 보낸다. 그렇기에 우리는 ‘왜?’라는 질문 한번 제대로 던지지 못한 채 대학에 간다. 그렇게 입학한 대학 생활은 대개 목적과 목표를 잃은 채 제2의 사춘기를 겪게 된다. 나는 진정한 대학생이 되고 싶다. 우리는 진정한 대학생이 되고 싶다.  


          

[1]영국 이코노미스트 조사, 「세계 교육열 순위」, 2014

[2]한국대학신문, 2020 대학생 의식조사, 2020




6월호 투고글을 받고 있습니다. 

주제는 <역사 고증 반영의 문제와 역사의식>입니다.

현세대 역사의식에 대해 할 말이 있으시다면 주저 말고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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