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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닻 Apr 03. 2024

00. 바다로 가는 길목에서

|길을 물으려다 해방이 있는 쪽을 물었다|


비치타월을 챙겼다

온몸에 빈틈없이 선크림을 발랐다

냉장고에 넣어 둔

차가운 스테인리스 텀블러를 껴안고

바다로 가는 길목에서


바다로 갈지 말지를 고민했다


갈래도 없이 높낮이뿐인 대로에서

목덜미에 땀을 진창 맞으며


이대로 바다를 가는 것이 옳을까


논의할 상대가 없어

마침 곁을 지나치는 행인에게

눈인사를 건넸다


ㅡHow are you,


이른 아침 산책길에서는

누구도 Good 이외의 대답을

기대하지 않는다

고민하는 사이 사람을 놓쳤다


Good과 Great은 무어가 다르나


물어볼 상대가 없어

계속 계속 바다로 향했다


이대로 바다를 지나칠지도 모른다


선크림이 날갯죽지에 얹혀

내 피부처럼 말라 붙으면

미적지근 축인 목으로도

더 나은 인사를 길어 올릴 수 있을까


희망은 으레 할수록 길어져서

맺음이랄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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