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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열전 : 팬텀은 해군 출신?

항공 역사에서 기리 남을 팬텀 이야기

by 스카이워커 May 23. 2024


1970년대나 1980년대를 거친 세대라면 아마 전투기 하면 바로 ‘팬텀(Phantom)’을 떠올릴 것입니다. 그만큼 전투기의 ‘대표 자리’를 오랫동안 차지해 온 기종이죠. 요즘 생산되고 있는 전투기들처럼 “잘 빠진” 외형은 아니지만 개발 당시 기존의 비행기록을 모조리 깨버리며 마치 유령(?)처럼 나타났던 전투기가 바로 ‘F-4 팬텀 II’였습니다.



팬텀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전투기입니다. 1969년, 세계에서 네 번째로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으니 올해로 55년간 우리나라 하늘을 날아다닌 셈입니다. 물론 초창기에 들어왔던 기체들은 이미 일선에서 물러났고, 비교적 늦게 우리나라에 들어온 기체들만 현재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기체마저도 더이상 사용하기 힘들 정도로 노후해져 6월이면 역사의 뒤안길로 모두 사라질 전망입니다.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팬텀 전투기 (출처: 대한뉴스)



이처럼 공군이 팬텀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우리에게 익숙한 기종도 F-4 D/E 같은 공군형입니다. 더구나 워낙 많은 나라의 공군에서 공군형이 쓰이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팬텀을 아예 처음부터 공군 전투기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팬텀은 엄격히 말해 해군 출신입니다. 1950년대 중반, 팬텀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F4H-1이 미 해군의 함재기, 즉 항공모함에서 사용할 전투기로 태어났죠. 그리고 1958년에 맨 먼저 제작된 F4H-1이 처음으로 하늘을 날아올랐습니다. 이후 1959년, 팬텀은 F4H-1이란 이름을 떼고 드디어 항공사에서 길이 남을 ‘팬텀 II'라는 이름을 갖게 됐습니다.



장차 5,195대라는 어마어마한 수가 생산될 운명을 가지고 탄생한 팬텀의 초기 모델은  F-4A와 F-4B였습니다. 맨 먼저 제작된 F4H-1F에 각각 다른 엔진을 장착해 F-4A와 F-4B로 구분했습니다. 이 가운데 F-4A는 훈련용으로, 엔진 힘이 조금 더 좋은 F-4B는 작전용으로 쓰이게 됐습니다. 이 결과 F-4A는 45대만이 제작되는 길을 걸어야 했고, F-4B는 1961년부터 1967년까지 총 649대가 제작돼 미 해군과 해병대에 인도되면서 주력 전투기가 됐습니다.  



한편, 미 해군은 F-4B보다 성능이 더 좋은 기종을 사용하기 위해 F-4B를 개량했습니다. 바로 베트남전에서 맹활약하게 될 F-4J이었습니다. F-4J는 1966년부터 1972년까지 총 522대가 제작돼 미 해군과 해병대가 사용했습니다. 특히 F-4J는 F-4B를 운용하면서 축적했던 전투 경험과 많은 제안사항들을 적용한 모델인 만큼 베트남전 말기인 1972년 3월까지 계속 사용됐습니다. 이 기간에 미 해군의 커닝햄 대위와 드리스콜 중위의 공중전 일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될 정도로 유명하죠.


1960년대 F-4J를 사용했던 미 해군  (출처: youtube.com/@datacreed)



이러한 F-4J의 출중한 능력(?) 덕분에 F-4J의 유명세는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F-4J는 미 해군뿐만 아니라 영국 해군에서도 'FG.1(F-4K)'이란 이름으로 사용했고, 1969년에는 미 해군의 곡예비행팀인 블루엔젤스에도 본격 발탁돼 1973년까지 팬텀 특유의 웅장하면서 힘이 넘치는 곡예비행을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오일쇼크가 일어나면서  이 “기름 먹는 대식가”는 당시 연비가 높았던 A-4 스카이호크에 바통을 넘겨줬습니다.


팬텀 전투기로 구성된 미 해군 특수비행팀인 블루엔젤스  (출처: youtube.com/@datacreed)



이처럼 뚜렷한 흔적을 남긴 F-4J에 이어 F-4B를 개량한 F-4N과 F-4J를 개량한 F-4S, 그리고 공군형인 F-4C, F-4D, F-4E 등이 속속 개발됐습니다. 아울러 팬텀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 12개 이상의 공군에서 사용되면서 소위 ‘팬텀 전성시대’가 지속됐습니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최고의 전투기라는 칭호와 철옹벽 같았던 아성의 팬텀도 1970년대 중반부터 새롭게 나타난 스타, F-14 톰캣에 그 자리를 건네주기 시작했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리고 현재도 일선에서 활약 중인 F-4 팬텀 II, 오늘날 군용기 역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 것 같습니다.


올해 6월에 일선에서 물러나는 공군의 F-4E 팬텀 II  (사진: 공군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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