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고메리 Apr 14. 2024

회색 골목길을 걷던 그날..

병원 가는 길...


 어느 때처럼 스마트폰을 무심코 클릭한다. 그러다가 한 유명인의 갑작스러운 사망소식을 읽는다. 돌연사. 심장 혹은 관련 질환으로 의심.....

너무나도 무섭고. 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는 누군가의 불행.

순간 가슴이 찌릿하고 잊고 있었던 어떤 아픔이 다시 올라온다.     

현대 사회에서 누구나 불안을 안고 살지만, 우리네 일상에서 불행을 늘 염려하며 살지는 않는다. 나도 그랬다.     


오늘처럼 우울한 어느 뉴스나 이야기를 듣게 되면

인생에서 회색빛 기억이 떠오른다.

 그날의 길은 사실 아무런 색이 없다. 그냥 회색 골. 목. 길

그 길을 걷고 있는 나.

그 길의 목적지는 병원이었다. 엄마가 계신....




2008년 2월 어느 날.

  나는 결혼해서 충청도 어느 도시에서 살고 있었다. 첫 아이가 이제 막 돌잔치를 마친 초보엄마. 육아 왕초보. 모든 정보는 네이버 카페 맘스홀릭과 삐뽀삐뽀 소아과라는 소아과 의사 선생님의 두꺼운 육아책을 기반으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

  돌이 된 큰아이가 걸음마는 잘하는지, 예방접종 스케줄은 어떻게 되는지 챙길 것이 참 많았다. 잘 키워야지.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건강하게 똑똑하게....     

친정엄마는 광주에서 살고 계셨다. 삼 남매를 키우셨고, 맞벌이하는 이모의 조카를 돌봐주시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모두가 크고, 직장생활도 하고 잘 지내고 계셨다. 50대.

 잘 지내시다가 어느 날부터인가 몸이 좋지 않으셨다.

 그런 엄마의 갑작스러운 뇌경색에 이은 뇌출혈. 엄마는 뇌경색 증상으로 운전해서 응급실로 들어가셨다가 새벽에... 바로 응급 수술까지 받게 되었다.     

소식을 듣고 밤새 걱정을 하다가 아이를 업고 이른 아침, 고속버스를 타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매일 병원을 오가게 되었다.

친정집에서 엄마가 계신 병원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

돌쟁이 아이는 친정집에 내려와 있는.. 역시 돌쟁이 조카를 돌보는 새언니에게 맡기고 병원으로 걸어간다.

어릴 때부터 살아서 익숙했던 골목길.

골목길을 가로질러 늘 자주 오고 갔던 그 길을 가다 보면 기독병원이 나온다.

중~ 고등학교 시절 주말에 공부하러 갔던 시립도서관이 그 근처에 있어서 100번도 넘게 오고 간 길이다. 그 길을 걸어서 병원에 걸어간다.          

  엄마의 차는 병원 주차장에 있다. 그것을 안다. 하지만 운전을 못한다. 운전면허는 있지만 대학 졸업반 시절 23살에 면허를 취득하였지만, 그 후로 단 한 번도 운전을 해보지 않았다. 가족들도 

“너는 운동신경이 없이니 굳이 운전하지 말아라, 너는 못한다” 아빠가 그렇게 말하셨다. 굳이 필요하지도 않아서 단 한 번도 운전을 할 생각을 안 했다. 그렇게 서른을 넘겼고 엄마병원에 걸어서 간다.

 병원을 오가던 그 길이 한 번씩 생각이 난다. 병원에 가면 공기가 좋지 않다. 병원은 늘 그렇듯이 밝은 느낌이 아니다. 뇌출혈 수술을 마치고 중환자실에 며칠 계시다가 일반 병실에 올라오신 엄마는 회복하고 계셨다. 말씀도 잘하시고 한쪽이 불편했던 것 같지만 회복되고 있었다.



 저녁이면 퇴근하고 친정아빠가 밤새 병실을 지켰고, 낮에는 내가 병원을 오가면서 병실을 살펴봤다. 하지만 24시간을 병실에 있지는 못했다. 아이가 12개월 정도라서 모유도 먹일 때라 3~4시간마다 친정집에 가야 했다. 

그래서 간병인도 구했다. 그때 처음 알았다. 간병인을 구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처음 오신 분은 3일 정도 일을 하셨다. 간병비는 꽤 비싼듯했지만 꼭 필요했다. 하루종일 병실에 있어야 하니 힘들 수도 있겠다. 당시 간병인에게 부탁드렸던 것은 내가 자리를 비울 때 혹시 무슨 일이 있는지 살피고, 그 사이에 혹 식사가 나오는 경우 먹여드리고 그 정도였다. 그런데 간병하시는 분이 3일 정도가 지나자 일을 못하겠다고 하셨다. 이유는 전업 간병인도 아니고 알레르기도 있고 한데 병원에 며칠 있었더니 몸에 두드러기가 올라오고 너무 그곳에만 있기가 힘들다고 하셨다. 아무래도 간병일을 처음 해보시는 듯했고. 병원분위기를 적응하지 못했던 것 같다.   

병원을 오가는 그 길이 더욱 회색빛으로... 변했다.




작가의 이전글 아침에 김밥을 싸고 있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