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문제가 있는 아이는 아니었다. 뒤집기, 걷기, 뛰기, 말하기 모두 느리긴 했지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아이는 순한데, 엄마가 걱정이 많네~"
라고 말하기 딱 좋은 아이 었다. 깊은 속내를 모르는 일부 상담센터나 학습지 영업사원, 스쳐가는 이웃집 아이 엄마들에게 비슷한 말을 숱하게 들었다.
“엄마가 너무 걱정이 많아서 그래요. 엄마가 너무 다 해줘서 그래요.”
정말 그럴지도 모르지. 내가 너무 걱정이 많아서 불안이 많아서 대신해줘서 그럴지도 모르지. 그럼 정말 내가 문제일까? 내가 아이를 예민하게 만들고 있는 건가? 지나친 걱정인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니었다.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다면 나는 예민한 사람이다. 어쩌면 나의 예민한 성격 때문에 아이를 키우는 것이 더 힘들지도 모른다. 반대로 아이가 예민해서 나를 힘들게 하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 둘이 만나 더 힘든지도. 아이는 보통의 아이들과는 조금 달랐다. 그 다름을 굳이 언어로 설명하자면 ‘예민’이지만 이 말 안에도 얼마나 무수한 의미들이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그 말도 정답은 아니었다.
아이 말고 엄마가 준비되셨나요?
기관을 보낼 수가 없었다. 뚜렷한 교육관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아이를 이대로 기관에 보내봤자 내가 불안해할게 뻔했다. 울지 않는지, 친구들과 잘 노는지, 밥은 잘 먹는지 궁금해서 쉬지도 못할 거다. 아마 초조하게 시계만 보고 있을 것이 뻔하다. 그럴 바에는 내가 데리고 있는 편이 나았다. 몸은 힘들어도 마음이 편했다.
아이가 4살이 되자 주변 친구들이 모두 어린이집에 갔다. 기관에 보내지 않는 것도 용기가 필요했다.
“지금 적응 못하면 5살 때는 더 힘들어진데요."
"아이 사회성을 위해서 보내야죠. 언제까지 엄마가 끼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
"보내면 다 적응해요. 보내 놓고 엄마도 좀 쉬어야죠."
"그만큼 했으면 됐어.”
나는 초보 엄마. 그런 말에 흔들렸다. 어린이집 대기를 걸어놓았다. 100번도 넘던 대기번호가 쑥쑥 빠지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내 차례가 코앞이었다. 우습게도 반갑지가 않았다. 불안했다. 그렇게 확신 없이 어린이집 상담을 다녔다. 마치 어떻게든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를 찾으려는 사람처럼.
그때 만난 원장님 한 분의 말씀 덕분에 가정보육을 이어갈 수 있었다. 상담을 위해 자리에 앉자마자 선생님의 첫 질문은 이랬다.
“어머니, 아이와 떨어질 준비가 되셨나요?”
다른 어린이집에서는 상담자료를 보여주며 활동을 소개하고 원비 등에 대한 안내를 하기 급급했는데 원장 선생님의 질문이 너무 신선해서 오히려 관심이 갔다. 더욱이 가정보육을 하며 많이 흔들리던 찰나였고, 주변 성화에 등 떠밀려 간 상담이었기에 이 질문에 괜히 찔리기도 했다. 내 마음을 간파당한 기분이었다. 원장님은 본인이 오랫동안 아이들을 맡아보며 갖게 된 소신을 말씀해주셨다.
“아이는 어떻게든 원에 적응을 합니다. 많이 울고 오래 울어도 결국은 적응을 해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유독 힘든 아이들이 있어요. 엄마가 준비되지 않은 채 맡겨진 아이들이에요. 엄마가 아이와 떨어질 준비가 안 되어있으면 아이도 엄마 모습을 보면서 다 느낍니다. 그래서 자꾸 엄마의 빈틈을 파고들어 적응하지 않으려고 애를 써요. 그러다 결국 포기하고 중간에 퇴소를 하면 안 다닌 것만 못한 것 같아요. 엄마와의 첫 번째 분리 경험이 안 좋았으니 두 번째 시도는 더 힘들어지기도 하죠. 그러니 엄마가 단호하게 돌아설 준비가 안 되었다면 보내지 않아도 괜찮아요.”
원장님은 요즘 말로 내 뼈를 때렸다. 유명한 아동심리 전문가가 하는 말 보다 더 와닿았고 감사한 마음까지 들었다. 아마 내가 듣고 싶던 말을 그대로 해주셨기 때문이었을 거다. 그리고 가정에서 아이를 돌볼 때 좋은 점들도 덧붙여 주셨다.
“4살은 아직 교육을 하긴 일러요. 원에 보내도 교육보다는 보육 위주이고 정서적인 안정이 우선인 나이예요. 그런데 보육이라는 것이 당연히 집에서 엄마와 일대일로 돌보는 것이 더 좋은 환경 아니겠어요? 가정에서 아이와 좋은 애착관계 맺으시고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돌보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물론 원에 보내면 아이 발달이 빨라지긴 할 거예요. 그건 장점이죠. 언어발달, 신체발달, 사회성 두루두루 좋아집니다. 하지만 교사가 아이를 돌보면서 힘든 아이는 발달이 늦은 아이가 아니에요. 오히려 발달이 늦은 아이는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서 교사로서 보람을 느끼기도 해요. 그런데 가장 힘든 유형은 정서적으로 안정되지 않아 문제행동을 지속하는 아이. 그래서 남에게 피해가 되는 아이예요. 이런 아이들 중에는 엄마가 ‘원에 보내면 잘 가르치겠지. 다른 아이들 보고 배우겠지’ 생각하고 보내는 경우가 있는데 가정에서 교육이 안 된 아이가 밖에서 잘 될 리가 없죠. 원의 프로그램이나 교육은 나중 문제예요.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엄마와 애착이 잘 되어서 안정적으로 분리되면 그 이후에 학습하는 것은 누구나 다 따라갑니다.”
마지막 1년, 가정보육을 결심하다
그 상담 이후로 복잡했던 생각들이 차분히 정리되었다. 그래. 1년만 더 가정보육을 하자.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대신 1년 뒤에는 나도 불안하지 않은 마음으로 아이와 분리될 수 있도록 준비를 하자. 그때 마음의 준비를 위해 내가 택한 방법은 두 가지였다.
첫째, 아이에게 단체생활을 경험시키자.
둘째, 낯선 친구와 친해지는 과정을 경험시키자.
또 나 자신에게도 숙제를 내주었다.
첫째, 모든 과정에 함께 참여하자.
둘째, 아이 모습을 자세히 관찰하자.
셋째, 관찰한 내용을 기록하고 객관적인 조언을 들어보자.
생각만으로는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당장 실천에 옮겼다. 단체생활을 경험시키고자 주 1회 숲 놀이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낯선 친구들과 어울리게 하려고 온라인에서 육아 동지를 찾았다. 그 과정에서 내가 배운 우리 아이의 장점과 단점들을 모두 기록했고 전문가를 찾아가 상담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