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정말 자연을 사랑할까?

느린 아이가 자연에서 놀 때 주의할 점

by 책봄

아이들은 자연을 사랑한다고들 한다. 최고의 놀잇감은 자연에서 뛰노는 거란 말도 자주 들었다.


아이가 4살 때, 나는 숲유치원 입학을 염두에 두고 1년간 숲 놀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자연에서 노는 것이 아이들의 상상력, 창의력, 체력까지 모두 보장한다고 하니 꼭 해보고 싶었다.

모든 아이가 정말 자연을 좋아할까?

나는 자연 속에 풀어놓으면 아이가 해맑게 뛰어놀며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을 상상했다. 기대와 달리 아이는 매번 산에 오르기 싫다고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싫다고 고집을 부렸다. 사람과 장소가 낯설어서 그런가 싶어 항상 일찍 도착해서 충분히 워밍업을 시키고 좋아하는 간식을 잔뜩 챙겨 배불리 먹여도 보았지만 늘 하기 싫다고 말했다. 어떤 날은 선생님을 따라가는 대신 혼자 땅을 파거나 돌멩이만 주우러 다녔고, 어떤 날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 팔에만 안겨 다녔고, 어떤 날은 시작하자마자 집에 가자며 떼를 쓰고 울었다.


이만하면 나도 포기할 만도 한데 무슨 오기였는지 끝까지 버텼다. 아이를 등에 업고 간식 가방 한 보따리를 앞에 메고 산을 오르내렸다. 한 번은 너무 속상하고 힘들어서 아이와 함께 펑펑 울었다.


"분명히 모든 아이는 자연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왜 우리 아이만 또 예외인 걸까?"


화가 나고 답답했다.


숲에서 노는 방법도 아이마다 다르더라


아이를 위해 시작한 프로그램인데 혹시 내 욕심에 아이를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닌지 확신이 서지 않아 더 힘들었다. 그때 마음을 적어놓은 일기는 지금 보아도 눈물이 날 정도다.


그즈음 상담센터에서 아이 기질 검사를 했다. 선생님께 숲 놀이 이야기를 해드렸는데 선생님 답변이 의외였다. 우리 아이에게 숲 놀이는 너무 지나치다는 말이었다. 모든 아이는 자연을 좋아하다고 하니 아이 좋으라고 신청한 프로그램이었는데 무슨 소리인지 어리둥절했다.

“어머님, 일반적으로 아이라고 하면 놀이터에서 뛰어놀고 숲 속에서 자유롭게 노는 아이를 상상하시죠? 그런데 후를 그런 아이들과 비교하면 안돼요. 후 같은 기질의 아이는 그런 환경에서는 압도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는 아이예요. 놀이터도 과할 수 있어요. 그저 공원 같은 곳에 나가 아이 속도대로 따라가 주어야 해요. 아마 공원에 가도 무작정 뛰기보다는 사부작 사부작대며 놀 거예요. 그렇게 몸을 충분히 이완시켜야 그다음 환경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는 아이예요. 그러니 아이가 숲 놀이를 거부하는 것도 당연해요. 어릴 때부터 부적응한 경험이 반복되면 그것이 학습화되어 잘못된 자아상을 만들 수 있어요. 그만두시는 게 좋겠어요.”


나도 알았다. 우리 아이가 좀 예민하다는 것은. 그런데 선생님께 자세히 듣고 나니 나는 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나 더 막막하고 어안이 벙벙했다.


마침 숲 놀이는 잠시 여름방학을 가졌고 2학기 프로그램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선생님 말을 들은 후였지만 고민하지 않고 다시 신청했다. 내가 생각해도 내 고집도 참 대단하다. 대신 프로그램을 대하는 자세를 바꾸기로 했다. 선생님을 따라가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 다짐하며 아이의 속도대로 맞춰갔다. 다른 아이들이 선생님을 따라 산에 올라도 아이가 싫다고 하면 굳이 오르지 않았다. 우리 나름대로 다른 재미를 찾아 놀았다. 그러다 정상에서 친구들이 빨리 오라고 부르면 그제야 부리나케 따라 올라갔다. 다행히 친구들과 모여 소풍 도시락을 먹는 일은 좋아했기 때문에 도시락 먹으러 가자고 아이를 다독이며 프로그램을 끝까지 마쳤다.


아이와의 성공적인 첫 경험을 만들다!


2학기에는 개근상도 받았다. 프로그램 참가자 중 단 2명에게만 주어진 상이 었다. 마지막에는 함께 했던 친구들과도 많이 가까워졌다. 물론 여전히 거부하는 친구도 있었고 아주 흔쾌히 참여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마침내 해내는 경험!


이 경험은 내 육아방식에 대한 매우 큰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아이에 대해 더 많이 파악하게 되었고 그 속에서 희망도 발견했다. 아이를 어르고 달래고 다독이는 과정에서 아이를 다루는 나름의 노하우도 생겼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끝까지 함께 해 준 아이에게 진심으로 대견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는 거다. 마지막 수료식에서 개근상을 받는 아이를 보고 박수를 치다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아이는 숲 놀이를 어떻게 기억할까?


숲유치원 입학은 포기했다. 그렇게 2년이 흘러 아이가 6살이 되었을 때, 나는 다시 한번 숲 프로그램에 도전하고 싶었다. 그리고 아이에게 조심스레 물어봤다. 엄마와 함께 숲 놀이를 가자 하니 아들은 단번에 싫다고 한다. 그런 아이를 보며 잠시 나 자신을 돌아본다.


나도 자연 속에서 뛰노는 아이는 아니었다. 놀이터 개미 떼 따위는 관심 없었고, 곤충채집을 하거나 맨손으로 벌레를 잡는 아이들 보면 기겁하며 도망쳤다. 야외 잔디밭에 앉아 도시락을 먹을 때면 날아드는 벌레와 개미가 신경 쓰여 제대로 먹지도 못했고 맛도 없었다. 소풍 가기 전 날, 설레서 잠이 안 온다는데 나는 가기 싫어서 잠이 안 왔다.


그런데 왜 아이는 그토록 자연에서 놀게 하고 싶은 것일까?


그 해답은 내 결핍에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할머니가 안 계셔서 어릴 때 시골에 가본 적이 없다. 아빠가 늘 바빠 휴가도 제대로 간 적이 없다. 방학 때마다 시골 할머니 댁에 가는 친구들이 어떻게 놀고 오는지 궁금했고 휴가로 바다나 산, 계곡에서 놀다 온 친구들을 부러워했다.


그렇게 내가 채우지 못한 어릴 적 경험을 아이를 통해 해소하고 싶은 건 아니었을까?


어제는 내 인생 처음으로 텐트를 샀다. 올여름에는 바닷가에서 그늘막을 치고 하루 종일 놀다 오는 모습을 상상하며. 내 꿈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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