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 투고를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모든 책에는 발행사 정보 페이지가 있다. 그 페이지에는 친절하게도 출판사 이메일 주소가 적혀 있으니 그쪽으로 이메일을 보내면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투고하는 방법을 자세히 안내하는 경우도 있다. 책을 읽다가 내가 쓰고 싶은 글과 비슷한 느낌의 출판사가 있다면 미리미리 이메일 주소를 모아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출판사에 따라서는 이메일로는 투고를 받지 않고 자사 홈페이지에서만 투고를 받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에도 일단 이메일로 투고를 하면 친절하게도 홈페이지를 통해 투고해 달라는 답변이 왔다.
부끄럽지만 나는 출판사 이메일 주소를 쉽게 얻고 싶었다. 일일이 책을 뒤져 조사하기에는 시간과 노력이 불필요하게 많이 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유료강의에서 공유받았던 출판사 이메일 주소를 그대로 사용했다. 출판사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무조건 리스트에 있는 모든 곳에 투고를 했다. 200곳 가까이 대는 출판사에 무작정. 물론 메일을 보낼 때 개인별로 보낼 수 있도록 체크하긴 했지만.
결론적으로 이 방법은 최악의 방법이었다. 투고한 출판사 중에는 IT 분야의 책만 전문으로 하는 출판사도 있었다. 내 글은 일상을 다룬 에세이였는데 말이다. 그런 곳에서조차 친절하게도 본인들은 IT 분야의 책만 전문으로 하고 있어 아쉽게도 출간하기는 어렵다는 답변이 왔다. 낯이 뜨거웠다. 나는 기본도 안된 사람이구나.
출판사의 답변은 대부분 비슷했다.
메일을 보내고 하루 이틀 사이에는 검토를 위해 5~10일 정도가 소요된다고 안내하는 메일이 가장 많았고, 이후부터는 출간이 어려울 것 같다는 답변이 줄줄이 돌아왔다. 때로는 이게 거절인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정성스러운 거절 메일도 있었다. 대부분 원고를 충분히 검토했으나 우리 출판사와는 방향이 맞지 않는다. 다른 출판사를 만나 꼭 출간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이어졌다. 나중에는 굳이 메일을 열어보지 않아도 제목만 봐도 거절이겠구나 감이 올 정도였다.
그런가 하면 내 원고를 읽긴 읽은 건가 싶게 곧장 답변이 오는 곳도 있었다. 그런 곳은 자비출판을 지원하는 곳으로 전자책 출판 얼마, 종이책 출판 얼마라는 조건을 자세히 적어 바로 답변이 돌아왔다. 자비출판이 무엇인지 감도 없었던 나로서는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는 생각에 마냥 좋았다. (이후 자비출판을 진행해 본 소감은 다른 글에서 풀어보겠다.)
수많은 거절메일과 자비출판을 제안하는 출판사를 제외하고 단 한 곳에서 긍정적인 답변이 왔다. 제목부터가 남달랐다. 제목에 출판사 대표의 이름이 적혀있어 이건 수락일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정말 그랬다. 원고를 잘 읽었다는 말과 원고를 책으로 만들고 싶은 이유가 정성스럽게 적혀있었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글도 참 다정하게 잘 쓴다는 생각을 했다.
그 메일에는 원고 분량과 원하는 조건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했다. 처음 투고를 해 본 나로서는 어느 수준의 조건을 이야기해야 하는지 감도 안 왔다. 그래서 메일을 받고 한참을 고민하면서도 혹시나 기회가 날아갈까 노심초사하며 출판사를 검색해 봤다. 그런데 검색해서 나오는 책들이 내가 생각한 분위기와는 차이가 있었지만 더 이상 다른 곳에서는 출간을 해보자는 메일이 오지 않았다. 줄곧 거절메일을 받으며 자신감을 잃는 나는 나의 가치를 알아봐 준 출판사와 당장 계약을 하자는 마음과 그래도 조금 더 나은 곳과 계약을 하기 위해 원고를 고쳐보자는 두 가지 마음이 강하게 부딪혔다.
지금 내 책을 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고민을 꼭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왜 책을 내고자 하는 걸까?'
만약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갖고 싶다는 마음이라면 요즘은 자비출판을 돕는 출판사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어 약간의 비용만 지불하면 손쉽게 책을 낼 수 있다. 꼭 종이책만 원하는 게 아니라면 전자책은 더 간단하다.
하지만 이 책을 발판삼아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왜 책을 내고자 하는지 정확히 마음을 정하지 못한 채 무작정 투고를 했고, 책을 내주겠다는 출판사와 서둘러 책을 내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일단은 책을 내고 생각하자는 마음으로. 그러나 결국은 왜 책을 내고자 하는지 목적을 찾지 못한 마음이 발목을 잡았고, 애써 찾아온 기회를 놓치는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그 이야기는 다음 연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