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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아리 Jul 14. 2022

압구정, 그곳이 알고 싶다

압구정은 특이하다. 일단 이곳은 허름한 아파트들이 즐비하다. 여타 잘 산다는 동네에 가면 화려한 외관의 아파트나 고급 빌라가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래서 압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우리 동네에 오면 의아해한다. “그렇게 부자 동네라더니 아파트가 다 왜 이렇게 낡았어?” 나 또한 그랬고, 우리 집에 놀러 왔던 내 친구들 또한 그랬다.   

   

그러나 허름한 아파트의 실체를 알게 되면 이내 놀란다. 아파트 앞에는 수입차 전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초고가의 화려한 수입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경기도에 있는 친정집 아파트에 가면 한 대도 보기 어려운 차들이, 이곳에는 열을 맞춰 서 있다. 그리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면 허름한 외관과는 대조적으로 내부는 깔끔하고 화려하다. 대부분 많은 돈을 주고 아파트를 리모델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파트의 매매가를 들으면 더욱 놀랄 수밖에 없다. 2021년 기준 35평 매매가 35억(평당 1억).      


놀라움의 연속인 압구정에는 중요한 특이점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여기는 부의 대물림이 실현되는 산 현장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곳에서 약 4년간 거주했지만 부모의 도움 없이 압구정에 거주하는 사람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또한 그래서 압구정에는 젊은 사람보다는 노년층이 많이 거주한다. 왜냐하면 30~40대가 스스로 돈을 벌어 이곳에 거주하는 일은 턱없이 높은 집값과 물가 불가능하다. 제아무리 높은 연봉을 받는 전문직이라 할지라도 사실상 10년~20년을 일해서 30억에 달하는 집을 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 근방엔 자수성가해 집을 소유한 사람은 없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실제 나는 이곳에 거주하며 친해진 압구정 토박이 엄마들에게 그들의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의 부모님, 즉 아이들 조부모의 이력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1,000억대 건물주, 삼선 국회의원, 이름만 들으면 알 중견 기업 회장님까지. 그러나 정작 엄마 아빠들의 이력은 생각만큼 화려하지는 않았다. 대치동에 비해 학구열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동시에, 굳이 죽어라 공부할 필요성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듯했다.

    

부모님의 덕을 보지 않은 사람이 없는 이 동네는 그래서인지 대부분 가족 간의 사이가 좋다. 주말이면 자주 만나 식사도 하고 가족 여행도 자주 간다. 어떤 동네 엄마는 매주 4대가 모여 식사를 한다고도 했다. 물론 진심으로 가족 간의 사이가 좋은 것인지, 여유로운 삶을 살게 해 준 분들에 대한 예의인 것인지 알 수는 없었다. 다만 물보다 진한 피와 피보다 진한 돈까지 엮였으니 가족 간의 유대가 끈끈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곳은 요새 보기 드문 가족친화적인 동네였다.


-압구정에는 다 계획이 있다 제 1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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