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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아리 Sep 29. 2022

7세에 영어유치원을 그만두는 이유

그 이름도 생소한 대치동 프렙학원

@pixabay


7세가 되면 5세부터 다니던 영어 유치원을 그만두는 아이들이 종종 생긴다. 바로 프렙 학원으로 옮기기 위해서이다(물론 아이가 너무 힘들어하거나 싫어해서 그만두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아이들은 7세 이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이름도 생소한 ‘프렙(prep) 학원’이란, 초등어학원 레벨 테스트를 준비해주는 학원이다. 이 동네에서조차 생긴 지 얼마 안 된 이 학원은, 점점 과열되는 이 지역의 교육열을 반영한다. 보통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7세 후반쯤에 다니기 시작하고, 요즘은 이마저도 빨라져 6세부터 다닐 수 있는 곳도 있다.

     

앞서 언급했듯 엄밀히 말하면 영어 유치원도 이름만 유치원이지 ‘영어 학원 유치부’이지만, 그래도 유아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관인 만큼 유치원의 구색을 맞추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한다. 그래서 공부를 많이 시키기로 유명한 학습식 영어 유치원조차도, 하루에 한 시간은 영어 이외의 수업이 있다. 하지만 이 프렙 학원은 명칭에서부터 알 수 있듯, 그냥 학원일 뿐이다. 우리가 학원이라고 떠올리면 상상되는 장면 그대로, 앉아서 수업을 듣고 읽고 쓰며 공부하는 곳이다.     


아이가 7세가 되면서, 초등어학원 레벨 테스트를 앞둔 엄마들은 조급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제는 그나마 하루에 한두 시간 있는 영어 유치원의 유치원스러운 시간조차 아까워진다. 그래서 소수의 아이들로 구성되어, 빠르게 진도를 빼고, 레벨 테스트에 적합한 내용만 선별하여 가르치는 프렙 학원에 보낸다. 이것이 요즘 이 동네의 7세 아이들은 잘 다니던 영어 유치원을 그만두는 이유이다. 프렙 학원을 다니면 1시면 정규 수업이 끝나기 때문에, 그 이후에는 또 다른 학원과 과외로 채워진다. 혹은 영어 유치원의 정규시간이 끝난 후 프렙 학원 오후반을 다니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아이들은 두 배로 수업을 들어야 하니 훨씬 더 지친다.     


사교육을 위한 사교육 행렬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놀이학교를 다니며 영어 유치원 입학 테스트를 준비하는 과외를 하고, 영어 유치원에 들어가서는 영어 유치원 진도를 따라잡기 위한 과외를 한다. 또 영어 유치원을 다니면서도 초등어학원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학원을 다녀야 한다. 심지어 테스트를 준비하는 학원도 테스트를 봐야만 들어갈 수 있다. 글로 쓰면서도 숨이 막히고 답답해서 머리가 아플 정도이니, 아이들은 어떨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얼마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 대치동 어학원 선생님이 나와서 이런 일화를 들려주었다. 학구열이 높기로 유명한 영어 유치원(아마도 학습식 영어 유치원)을 졸업한 아이가 어학원 레벨 테스트를 보러 왔다. 1차 지필 평가도 고득점, 2차 영어 인터뷰도 고득점이었던 아이가 마지막 작문 시험에서 예상 밖의 낮은 점수를 받아 가장 좋은 반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었다. 이유는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언제였나요?’라는 질문에 단 한 줄, ‘유치원에서 생일 파티를 했을 때’라고 대답했기 때문이었다.(길고 유창하게 적어야 작문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다.)나중에 아이를 따로 불러 물으니, 아이는 사실 그 생일 파티도 그다지 즐거운 기억이 아니었다고, 도저히 즐거웠던 시간이 기억이 나지 않아 영어 작문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말한다. “이렇게 손 놓고 있다가는 나중에 갈 수 있는 초등어학원이 없을 거야.” 그런데 나는 말하고 싶다. ‘그렇게 하다가는 나중에 아이가 떠올릴 수 있는 행복한 추억 하나 없을 거야.’     


-압구정에는 다 계획이 있다 제6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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