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둥아리 Oct 13. 2022

영어유치원, 돈만 있으면 보내세요?


영어 유치원이 생긴 이래로 영어 유치원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영어 유치원 교육 과정에 자체 대한 근본적인 문제에서부터 영어 유치원 교사의 자질에 대한 논란, 과도한 비용, 급식의 허술함 등. 끊이지 않고 문제가 발생하는 데에도 불구하고 영어 유치원에 대한 수요는 높아만 간다. 그리고 이러한 영어 유치원 열풍은 더 이상 강남 일대의 문제만이 아니다. 강남을 선두로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는 영어 유치원은 5~7세 부모들에게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겨주고 있다. ‘영어 유치원을 보낼 것인가?     


처음엔 영어 유치원을 보낼 생각이 없었던 부모들도 아이들이 커가며 점차 생각이 바뀐다. 주변에서 영어 유치원을 보내는 아이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놀이터에 가면 또래의 아이들이 영어로 대화하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 아이는 아직 한글도 모르는데 어느 집 아이는 영어로 일기를 쓴다는 소문이 들린다. ‘모든 사교육은 부모의 불안을 먹고 자란다.’는 말을 입증하듯, 불안해진 부모들의 발걸음은 영어 유치원으로 향한다. 물론 아직은 전국적으로 봤을 때 영어 유치원을 다니지 않는 아이들의 더 많지만, 그 또한 경제적인 이유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간혹 맘 카페에 올라오는 영어 유치원을 보내야 할지 고민하는 글에는 주로 이런 댓글이 달린다. “돈만 있으면 보내세요.”     


영어 유치원은 정말 돈만 있다면, 무조건 보내야 하는 곳일까? 개인적으로 나는 영어 유치원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영어 유치원 자체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도 많은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영어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나를 포함한 많은 부모들이 영어 교육에 열을 올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우리 아이가 영어를 읽고 쓸 줄만 아는 엄마나 아빠와는 달리, 영어를 편안하게 듣고 이해하고 나아가 영어로 자유롭게 본인의 의사를 표현할 줄 알았으면 좋겠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다만 조건이 있다. 영어‘를’ 혹은 영어‘만’ 배우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적어도 영어 유치원이라는 기관이 유치원이라는 이름을 걸고 유아기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곳이라면, 영어를 배우는 곳이 아니라 ‘영어로 배우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영어라는 언어를 통해 유아기에 배워야 할 것들을 배우는 곳이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많은 영어 유치원이 ‘영어를 배우는 곳’, 심지어는 ‘영어만 배우는 곳’이 되어버렸다. 물론 영어 유치원이 이렇게 된 것은 당연히 소비자인 학부모들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왕 많은 돈을 들여 영어 유치원을 보내야 한다면, 아웃풋이 좋아야 한다는 부모들이 많기 때문이다.


같은 시간과 비용으로 더 많이, 더 빨리 영어를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 이러한 생각들이 결국에는 영어 교육에 과정은 사라지고 결과만 남게 만들었다. 어떠한 과정으로 교육하고 어떠한 과정으로 학습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영어 유치원의 결과 중심의 학습 방법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상벌제’이다. 흔히 스티커 제도라고 알려진 이 제도는, 효율적인 학습이나 관리를 가능하게 하지만 결코 교육적인 방법이 아니다. 그래서 이미 오래전부터 교육학계에서는 상벌제를 멀리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물론 일반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도 상벌제를 사용하는 곳이 있지만 소수인 것에 비해, 영어 유치원의 경우 거의 대부분이 상벌제를 사용한다. 그나마 스티커나 보상을 주는 것에 그치면 나은 편이다. 아동에 대한 교육적 이해가 없는 많은 영어 유치원에서는 붙어 있는 스티커를 떼어버리는 행위까지 더한다.     


예를 들어 많은 영어 유치원에서는 ‘No Korean’, 한국어 사용을 일절 금지하는 환경을 조성한다. 그리고는 한국어를 사용한 아이에게는 주의를 주거나, 스티커를 떼는 방법을 활용한다. 모국어를 쓸 수 없는 환경 자체도 스트레스이지만, 이런 스티커 제도는 아이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하지만 영어만 쓸 수밖에 없도록 만든 환경은, 아이들의 영어 실력을 급속도로 성장시키기 때문에 모두가 묵인한다. 뿐만 아니라 상벌 제도는 아이들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하기에도 좋다. 교실을 돌아다니거나 시끄럽게 하면 스티커를 주지 않거나 떼어버린다. 아이들은 금세 얌전해진다.     


이렇듯 영어 유치원은 영어 실력의 향상에만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유아기는 인지, 정서, 신체 발달이 고루 이루어져야 하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영어 유치원에서 정서 발달과 신체 발달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심지어 인지 발달조차 창의력이나 사고력보다는 ‘영어를 읽고 쓰는 능력에만 한정되어 발달시킨다. 실제로 일반 유치원을 보내다 영어 유치원으로 옮긴 학부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교사가 학생을 바라보는 시선부터 차이가 난다고 한다. 일반 유치원을 다닐 때에는 선생님과 상담을 하면 아이의 인성이나 습관이나 태도 등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했지만, 영어 유치원 선생님은 늘 아이의 영어 성적과 관련된 이야기만 한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과연 영어 실력의 향상이 아이들이 마땅히 그 시기에 배우고 누려야 할 것들을 포기해야 할 만큼 가치 있는가이다. 또한 그로 이내 일어나는 많은 문제점들을 외면할 만큼 의미 있는가이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는 법이다. 한정된 시간에 영어 실력이 급속도로 성장한다는 것은 결국 영어 이외의 다른 부분의 발달이 지연되거나 안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는 영어도 중요하지만, 유아기는 영어 능력 이외에도 중요한 것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어 유치원을 보낸다면 적어도 ‘영어로 배우는 곳’을 선택하려 한다. 눈에 보이는 효과는 크지 않지만 아이들의 발달이 고루 이루어지는 곳, 학습의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시되는 곳, 그런 곳으로 보내고 싶다. 그리고 만약 그런 곳이 없다면 자신 있게 영어 유치원을 보내지 않을 생각이다.      


-'압구정에는 다 계획이 있다' 중

이전 18화 7세에 영어유치원을 그만두는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