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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아리 Nov 09. 2022

5세인데 늦었냐고요?

학원은 엄마의 불안을 건드리고, 엄마의 불안은 아이의 자존감을 건드린다.

가위질을 넘어 요즘은 자전거를 연습 중이다.


동네 맘 카페에 들어가면 매일 같이 이런 질문들로 넘쳐난다.


-우리 아이는 5세인데 한글을 아예 못 읽어요. 괜찮나요?
-우리 아이는 5세인데 알파벳을 못 써요. 너무 늦었나요?     


그리고 질문 뒤에는 언제나 친구의 아이는 벌써 글을 읽던데, 옆집 아이는 영어를 쓰던데 등의 이유가 붙는다. 결국 걱정이 가득한 엄마는 학원에 상담을 가고, 돌아오는 말은 언제나 그렇듯 어머니 너무 늦었어요.”이다. 그렇게 학부모들은 불안한 마음이 배가 되어 돌아온다. 학원은 언제나 학부모들의 불안을 건드린다. 그래야만 학부모들의 지갑이 열리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다섯 살 아이가 한글을 읽고, 알파벳을 쓰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된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주변의 말들로 엄마들은 불안은 극에 달한다. 그렇게 결국 아이는 엄마의 손에 이끌려 학원을 간다. 아이가 학원을 가는 이유는 아이가 정말 늦어서일까, 부모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일까? 나는 대부분은 후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이가 학원을 가도 부모의 불안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부모가 불안한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남들보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학원을 가도 내 아이는 누군가의 아이보다 못할 수 있다. 그러면 부모는 또다시 불안하다. 그리고 부모의 이런 불안감은 아이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이유가 된다. 아이들은 부모가 말하지 않아도, 사소한 말투, 눈빛, 손짓에서 부모의 생각과 감정을 느낀다. 또한 아이들은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의 생각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서, 아무렇지 않던 아이도 부모가 불안해하면 같이 불안해진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불안해하고, 그런 불안이 아이에게 전해지면 아이들의 자존감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지인의 아이가 영어 유치원을 다니며 계속되는 테스트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엄마는 주변의 아이들의 성적을 보며 점점 불안해졌고, 아이는 분명 느꼈을 것이다. 언젠가부턴가 고작 7살의 아이는 영어를 할 때면 이렇게 묻는다고 했다.


엄마 나 못하지?



영어 유치원을 다니기 전에는 늘 자신감에 차서 “나 잘하지?”를 연발하던 아이였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속도에 맞게 성장한다. 그리고 각자의 때가 되면 자연스레 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누구는 말을 빨리 했지만 걸음마가 늦을 수도 있고, 누구는 한글은 빨리 읽었지만 덧셈은 늦을 수도 있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사람은 이렇게 저마다 다양한데, 모든 아이가 같은 시기에 같은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 아닌가. 그러니 엄마는 아이의 속도에 맞추어, 옆에서 도와주고 응원하는 역할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려면 내 아이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부모가 아이를 믿어주지 않으면, 세상에 누가 그 아이를 믿어줄 수 있을까. 물론 이곳저곳에서 밀려오는 불안감을 떨쳐내고 아이에 대한 믿음을 유지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주변과 비교하지 않고 아이를 믿어주는 부모의 마음만이 아이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      


5세 초까지 첫째가 가위질을 잘 못했다. 우리 아이는 어려서부터 소근육이 발달이 느린 편이었다. 그런데 어느샌가 가위질을 자유자재로 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내가 아무렇지도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이를 믿어주기로 했다. 그리고 꽤 오랜 기간을 아이 옆에서 함께 가위질을 하며 이렇게 말했었다. “이렇게 즐겁게 하다 보면 너도 엄마처럼 곧 잘하게 될 거야. 너는 할 수 있어.” 아이들은 부모의 믿음을 쉽게 저버리지 않는다.     


고작 5살의 아이에게 늦었다는 말, 나만 어색한 걸까? 언제부턴가 아이들에게 무차별적으로 가해지는 늦었다는 말들이 불편하다.


-압구정에는 다 계획이 있다 7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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