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덥다.
오후 7시 느지막이 놀이터에 나갔다. 매일 타도 재미있는 미끄럼틀도 타고, 그네도 타며 아이와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이제 막 말을 시작한 듯 보이는, 채 두 돌이 안되어 보이는 아기가 멋진 자동차(푸쉬카)를 타고 등장했다. 나와 아이는 자연스레 그 아기에게 시선이 갔다.
6살과 2살, 적은 듯 많아 보이는 나이 차이다. 아기는 할 줄 아는 말이라곤 오빠, 언니뿐이다. 내심 같이는 못 놀겠다 싶은데, 우리 아이가 먼저 아기에게 다가갔다. 개미를 쳐다보고는 까르르 거리는 2살 아이에게, 평소에 개미를 좋아하던 우리 아이가 개미를 잡아 건넨다.
그렇게 우리 아이는 개미를 잡아주고, 아기는 개미를 놓치고를 30분은 반복했던 것 같다. 뭐가 그리도 재밌는지 2살 아기와 6살 아이는 한참을 개미로 논다.
그러다 아기가 이제 집에 들어간다며 인사를 건넸다.(정확히는 아기의 아빠가 인사를 했다.)
아기는 타고 온 멋진 자동차를 타고 떠나려는데, 우리 아이가 갑자기 풀숲에 뛰어갔다 뛰어나간다. 그리고는 아기에게 꺾어온 꽃을 한 아름 건넨다. “잘 가.”
평소에 꽃이나 풀을 꺾지 못하게 하는데, 이 날 만큼은 괜찮다 싶어 꽃을 꺾지 말라는 말이 그대로 삼켜졌다.
꽃을 받은 아이의 부모님도, 그 광경을 보던 나도, 울컥한다. 여전히 내 기억 속의 우리 아이는 2살 아기였던 것 같은데, 그랬던 아이가 커서 2살 아기에게 꽃을 건넸다.
멋진 어린이로 자라준 것 같아 고마움과, 우리 아이가 2살이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에, 잠깐 눈물이 찔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