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산업화와 도시정책
이천년대 말, 도시정책에 관한 학부 수업시간에 일본 유바리 시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었다. 좋은 사례들만 공부하다가 시가 파산하여 공무원들조차 봉급을 제대로 못 받는 유바리 시의 실패 사례는 당시 나에게 굉장히 충격적으로 다가왔었다. 탈산업화 이후 석탄 박물관 등 관광업에 거대한 공공지출을 했으나 일본 거품경제 붕괴가 겹치면서 시는 파산에 이르렀다.
이번에 KBS에서 취재한 교토의 위기사례는 전혀 새롭지 않다. 지하철, 철도, 교량, 고속도로 같이 운영비용이 큰 기반시설의 적자 문제는 이미 이천년대 초부터 지적되어 왔다. 대표적으로 인천시와 김해시가 있다. 인구감소와 도시축소시대에 낡은 부흥전략이 주는 희망고문은 도시를 결국 나락으로 빠뜨릴 수 있다.
한때 철(steel)의 도시로 불렸던 영국 셰필드 시는 쇠퇴한 공업도시에서 문화산업도시로 변화하기 위해 1999년에 도시재생 사업의 하나로 300억 원을 들여 팝음악 뮤지엄(National Centre for Popular Music)을 건설했었다. 하지만 재정적자로 이듬해 2000년도에 문을 닫고 현재 셰필드할람대학의 학생회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국의 언론에서는 셰필드 재생사업의 좋은 면만 부각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실패사례를 우선적으로 공부하여 위기를 피해 가야 한다. 21세기 탈산업화와 인구감소의 위기 속에서 지방도시들에게는 생존이 더욱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시설 중심의 프로젝트보단 작고 다양하고 유연한 소프트웨어 중심의 문화 프로젝트가 답이 될 수 있다. 무조건 뮤지엄으로 재활용하자는 소리는 절대 아니다. 시선을 기존의 건조 환경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모이고 발생하는 단체, 이벤트, 콘텐츠 중심으로 이동해야 한다. 문화는 예술을 넘어 도시민의 생활이고 일상이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KBS. 쳔년 고도 일본 교토, 빚더미에 "10년 내 파산". 세계는지금(239화). 2021년 11월 20일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