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가 개선되어야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해결된다
사회경제적 양극화는 공간적 양극화를 초래한다. 대표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이 있다.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고도화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계층 간 양극화는 분명 부정적인 현상이지만 모순적이게도 경제의 양적 팽창의 결과이기도 하다. 즉, 더욱 부유해짐으로써 더욱 가난해진 계층이 상대적으로 존재하며, 과거보단 모두가 부유해졌지만 극단적으로 부유해진 소수계층이 사회경제적인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어 다수가 소외되고 있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도 마찬가지로 계층별 주거지의 양극화라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지만 동시에 경제활성화 및 지역재생(건조환경의 개선)의 결과로 발생했다는 모순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중간계층 혹은 저소득층이 양호한 지역을 이탈하여 타지역에 자리 잡는 것을 넘어서서 소수의 부유한 계층이 소유한 다수의 주택이나 상가를 빌려 사용해야만 하는 새로운 봉건주의적(neo-feudalism) 공간 혹은 공간의 식민지화(new colonialism)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찍이 젠트리피케이션을 경험한 런던 같은 서구의 주요 도시들에서는 비슷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고도화되고 다양해진 현대 젠트리피케이션의 새로운 정의가 필요함을 주장하고 있다.
경제적 양극화의 해결책으로는 세금이 주로 거론되는데 이를 통해 가난한 계층까지 부가 순환될 수 있도록 촉진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뾰족한 대책은 현재 없다. 돈의 공급은 정책적으로 늘어나고 줄어드는 것이 가능하지만 이미 도시화가 진행된 대도시에서는 건조환경(주택, 공원, 상업시설 등)의 공급은 물리적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또한 돈의 가치는 변동은 있을지라도 화폐 단위에 따라 그 자체로 동일한 가치가 유지되지만 공간은 입지에 따라 좋은 동네와 그렇지 않은 동네로 명확하게 구분되는 불균등 발전(uneven development)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즉, 공간적 가치의 스펙트럼은 넓고 다양한 반면 공급의 속도는 느리거나 불규칙하며 또한 한정되어 있다.
결국 경제적 양극화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여 부의 비정상적인 공간적 집중현상을 개선해야만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해결할 여지가 생겨난다. 젠트리피케이션은 국소 치료로는 절대 해결 불가능하며, 전체 체질(심지어 국가를 넘어 글로벌 스케일에서)을 변화시켜야만 공간의 양극화 및 식민지화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이 문제들의 개선 없이는 앞으로 도시재생사업은 반쪽짜리 성공(단순 물리적 환경개선)밖에 보장하지 못하거나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사업결과가 귀결되는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다. 다시 말해,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책은 사회경제적 양극화의 해결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