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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의 관점에서 바라본 현대 도시설계

칸트 그리고 현대 도시이미지

by Pimlico

칸트의 관점에서 보면 도시공간이 인간의 인식체계와는 별개로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대상인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도시의 representation이 인간의 시청각 등의 감각기관을 통해 정보로 입력되고 뇌가 분석함으로써 비로소 하나의 이미지로 인지될 수 있다. 인간의 인식체계 없이 우리는 도시의 진짜 모습을 알 수 없다. 사물이 절대적인 정보를 인간에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인간이 사물을 인간의 체계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곤충이나 동물이 바라보는 도시와 인간이 바라보는 도시의 모습은 감각기관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 열화상, 자외선, 엑스레이 등 카메라의 종류에 따라 같은 대상도 시각적으로 다르게 보이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진짜 도시의 모습인가?


도시를 이해하려면 인간의 감각체계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을 칸트의 철학은 일깨워준다. 카메라가 기계 내부의 대상이 아닌 외부의 대상만을 찍을 수 있는 것처럼 인간은 인간 자신의 인식체계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다.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일상에서 마주한 도시공간의 모습뿐이다.


따라서 인간의 인식체계 내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대로 인간의 인식체계가 구성한 대상의 이미지들을 분석해야 한다. 이러한 사실을 보여준 대표적인 연구가 1950년대 케빈 린치가 멘탈 맵핑을 통해 도출한 도시 이미지 5대 요소 (The Image of the City, 1960)이다. 그 이후로 최근까지 도시설계 분야(특히 도시경관)의 연구에서 인간의 인식체계와 건조환경 사이의 관계는 끊임없이 연구되어 왔다. 칸트의 초월철학(Transcendental Philosophy)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연구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인간은 도시공간을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얻어 "인간의 일상에서 인지되는 도시의 진짜 모습"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함임을 알 수 있다. 결국 이러한 현대 도시연구의 목적은 건축, 조경, 도시 설계 및 계획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공간에서 인간이 느끼는 인식과 경험(미적 경험 포함)의 개선"이라는 목적에 기여하기 위함이다.


정리하자면, 칸트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과 마찬가지로, 현대 도시연구는 도시가 인간에게 절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대상이 아닌, 인간이 도시공간의 이미지를 어떻게 구성해 내는지를 이해하여 인간의 인식체계를 만족시킬 수 있는 공간에 접근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이유로 현대의 도시설계 연구들은 물리적 환경 자체보다는 인간의 인식체계에 더욱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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