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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젠트리피케이션의 이해

2021년 9월 19일 기록

by Pimlico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한다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안정된 자유민주주의 사회와 금융자본주의가 동시에 발생하는 현대적 의미의 선진국을 상징한다.


과거에 소수가 다수의 토지를 차지했던 중세 봉건제도(feudalism)나 근대의 독재정권에서는 구조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할 수 없었다. 공산주의가 아닌 투명하고 성숙한 민주주의적 참여와 자유로운 시장경제의 질서를 인정하는 국가에서만 젠트리피케이션은 발생한다. 산업화 및 도시화와 함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일찍이 발전했던 런던, 파리, 뉴욕, 베를린 같은 서구의 도시들에서 주로 발생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70-80년대 군부정권때 시작하여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한국의 대규모 재개발을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보는 학자들도 있지만, LH 포함 공공, 대형 건설사(소위 재벌기업), 정치권 사이의 "이해관계의 다이나믹스" 안에서 움직이는 대규모 개발을 순수하게 민간주택시장에서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물론 인프라 개발이나 도시재생사업 같은 공공사업이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공공이 젠트리피케이션을 의도적이고 직접적으로 주도했다고는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공공은 사후 젠트리피케이션 발생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분명 성숙된 민주주의 사회와 과열한 금융중심 경제 시스템 사이에서 발생하는 역동적인 공간 변화다. 그러나 요즘 그 균형이 서서히 금융자본 쪽으로 기울고 있는 상황이다. 런던에서는 글로벌 슈퍼 부자들의 투자나 독재국가에서 흘러들어온 검은돈(당연히 불법이며 규제대상이다)이 고급 부동산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 이는 마치 현대식 feudalism처럼 도시공간을 일부 계층에 경제적으로 종속시키고 있음을 의미한다. 셰필드대학의 Rowland Atkinson 교수님은 최근 이 현상을 '알파시티(Alpha City)'로 정의했다.


이렇게 경계에서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당장 좋다 혹은 나쁘다라고 단정 짓기는 굉장히 힘들다. 젠트리피케이션을 이해하려면 다양한 행위와 욕망이 충돌하는 경계점에서 그 역동성과 복잡성을 추적하고 그 관계를 해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사 그것을 모두 추적하고 이해했다고 한들 선과 악의 이분법적 잣대로 규정짓기에는 그 사이에 너무나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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