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재앙이 닥칠 때마다 결혼 및 출산율이 올라간 것처럼 코로나 19라는 팬더믹 상황에서 결혼을 적극적으로 원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여성 가족 개발원이 최근 발표한 '코로나19 속 부산여성가족의 삶'(2020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비율이 9.6%에서 18.9%로 배 가까이 급증했다.
자가 격리 중 매우 흥미로운 기사를 봤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결혼을 포기한 청년들, 욜로(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 등과 같은 기사만 보였던 것 같은데, "결혼 꼭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청년들이 늘었다며, 결혼정보업체 가입률도 전년대비 21% 증가했다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전문가는 친구 및 직장동료 등 사회적 관계가 단절됨에 따라 가족 구성 욕구가 높아졌다며, 공포로 인한 안정 추구 경향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보통 전쟁과 재난 등의 공포가 일어난 후에 결혼, 출산율이 오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내 주변에도 아직 결혼을 안 한 친구들이 몇 있다. 혼자 사는 친구들도 있고 부모님과 같이 사는 친구들도 있다. 기사에 나온 것처럼 "코로나니까 꼭 결혼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은 아직은 없었지만, "외롭다"라는 말은 자주 했고 안정적으로 가정을 꾸린 나를 부러워했다. 어쩌면 친구도 코로나 19라는 상황으로 인해 조금은 가치관이 바뀌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은 든다.
우리 집은 사실 가족 4명 모두 코로나를 걸려 보았다. 작년 11월까지만 해도,
"도대체 코로나 걸린 사람들은 어디 있는 거야? 주변에서 못 봤어, 그렇지?"
라고 농담 삼아 저녁 식사 자리에서 이야기했었다. 그러나 바로 그다음 주, 둘째의 반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면서 둘째가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
그때는 '설마 내가 걸리겠어?'라는 생각을 안일하게 하고 있었나 보다. 어떠한 마음의 준비도 하지 못한 채 우리는 우왕좌왕 격리생활을 시작했다. 다행히 둘째가 하루 정도 열이 나더니 그다음부터는 너무 멀쩡해서 큰 걱정은 없었다. 다만 다른 가족들에게 코로나를 옮길까 봐 그게 가장 두려웠다. 자택치료를 하기로 한 후 보건소에서 보내주는 물품들을 보니 더 심란했다. 그리고 매일 하루 3번 아이의 건강상태를 내가 체크를 해야 하고, 혹시라도 다른 가족에게 옮지 않도록 엄마인 내가 가장 많이 신경 써야 했다. 아이는 혼자 격리되면서 잠도 혼자 자야 하고 밥도 혼자 먹어야 하니 외롭다며, 매일같이 울었다. 그러한 아이를 보는 것이 마음이 아팠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 줄 모르고 밤에 쓰러져서 곯아떨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님이 전화를 주셨다.
"어미야, 네가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네가 얼마나 무섭겠니. 걱정 말아라, 별일 없을 것이다."
그때 처음으로 누군가 내 걱정을 해줬다. 모두가 확진된 둘째의 걱정, 또는 나머지 가족 옮기면 안 된다는 걱정 들만 듣다가 처음으로 누군가가 내 걱정을 해줬던 것이다. 그때 나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다행히 둘째 아이의 코로나는 가족 중 아무에게도 옮기지 않고 끝이 났다. 그렇게 하나의 에피소드로 끝이 났던 2021년 말이었다. 그러다가 최근 오미크론이 5만 명대를 넘고 있던 어느 날, 첫째가 고열이 나기 시작하더니 동네 검도장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문자를 받았다. 결국 PCR 검사를 해 보니 양성이 나왔다. 그러나 한번 경험해 봐서 그런지 이번에는 두려움이 없었다.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지난번과 동일하게 격리 생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남편이 열이 나더니 나도 함께 아프기 시작했다. 즉, 둘째 빼고 다 걸린 것이다. 아들의 고열이 끝이 나니 남편과 나는 고열, 몸살, 기침에 시달렸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첫째는 몇 달 전 코로나를 걸려서 그런지 지금까지도 증상 없이 잘 지내고 있다. 불행 중 다행이다.
"엄마, 아빠 그리고 오빠랑 이렇게 다 같이 집에서만 있으니까 너무 좋다"
고열에 기침이 끊이지 않는 엄마 아빠를 두고 둘째는 해맑게 웃으며 행복해한다. 지난번 코로나 때는 혼자 격리되어서 너무 힘들어했는데, 지금은 자기만 안 걸리고 다 걸렸음에도 격리 다운 격리를 안 하고 있어서 마음이 편안한가 보다. 그리고 혼자 몸이 멀쩡하니 고사리 손으로 쌀도 씻어주었고 설거지도 도와주었다.. 그리고 알아서 거실 청소를 해주고 내가 추운 것 같으면 이불을 덮어주고 갔다.
그렇게 격리를 하던 중 위의 기사를 읽은 것이다. 내가 만약 혼자였다면? 지금처럼 고열에 기침을 하는데 며칠씩 혼자 격리를 해야 한다면? 정말 외롭고 서러웠을 것 같다.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있었기에 (물론 서로 옮길까 봐 노심초사하는 것도 있지만) 서로의 상태를 봐주고 위로해 주고 도와주는 사람이 내 곁에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젊은 이들이 코로나로 인해 가족의 소중함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고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된다면 코로나도 조금은 좋은 기능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코로나로 인해 남편이 재택을 하고 아이들이 학교를 안 가고 나 또한 집에서 돌밥 돌밥을 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후 이렇게 돌아보니 가족의 울타리는 더욱 단단해졌고 가족의 소중함이 더 크게 와닿았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이 코로나 19라는 팬더믹을 이겨낼 수 있었다.
우리는 모두 코로나를 걸려본 슈퍼 유전자를 가진 가족이 되었다. 누구는 우리의 상황을 잘 알지 못한 채 "슈퍼 유전자라 이제 마스크 벗고 다녀도 될 정도로 마음 편하겠다~"라고 말한다. 다 지났으니 이렇게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그 당시 나는 그 상황이 매우 공포스러웠고 나의 불안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자가 격리를 하면 나라에서 보내주는 "코로나 19 심리지원 상담안내"라는 문자가 오는데, 심리 상담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전화를 주라는 내용이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이 문자를 찾아 누를까 말까 고민했었다. 아마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코로나 19라는 어려운 시기를 함께 이겨냈기에 우리 가족의 전우애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끈끈해진 것 같다. 어쩌면 부부 사이도 조금 나아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앞으로 우리 가족은 어떠한 팬더믹이 와도 잘 이겨낼 것만 같다. 오늘은 가족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