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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 Apr 26. 2021

[미국] 사제락 라이 위스키 Sazerac Rye

Sazerac 6yr straight rye

[기존 블로그에사 이사 온 글]


단골 바를 자주 가기도 하고, 매번 이런저런 다양한 위스키들을 시도하다보니 바에 있는 위스키들은 거의  마셔보게 되었다.


드디어 때가 되었다. 지난 수요일 근로자의 날을 맞아 꿀같은 평일 휴일날, 꽤 이른 오전 눈을 뜨고 남대문으로 향했다. 마침 집앞에서 남대문 시장까지 한번에 가는 버스가 있어서 설레는 마음으로 9시를 막 넘은 이른 오전, 버스에 올랐다. 남대문 시장까지 30분 남짓 봄 햇살을 받으며 설레는 마음으로 어떤 위스키를 살지 생각을 했다. 캠벨타운 위스키는 꼭 사야겠다고 마음 먹었었고 적당한 가격의 위스키가 있다면 한병 더 사서 2병 구매 할인을 받아야겠다는 굳은 다짐으로 도착한 남대문. 이른 오전부터 활기찬 시장 안을 성큼성큼 들어가 수입명품상가 D동 지하 1층의 수입주류 코너 여기저기를 휘집고 다녔다.


고민 끝에 남은 4가지 위스키. 스프링뱅크 10, 글렌스코샤 15, 사제락 라이, 포로즈 버번. 캠벨타운 출신이 스프링뱅크와 글렌스코샤 중 한병, 라이와 버번 중 한병을 사야겠다 생각을 하고 또 거듭 고민 끝에 가격을 깎고깎은 글렌스코샤 15와 사제락 라이를 구매했다. 아직 버번과는 서먹한 사이니까, 버번이 좀 더 친근해지면 그 땐 스프링뱅크와 함께 포로즈를 데려오는 것으로 홍홍.


바에서 바틀을 사는거와는 비교할수도 없이 싼 가격에 여러가지 술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눈이 뱅글뱅글 돌아가는데, 벌써 다음에 살 위스키와 다다음에 살 위스키도 다 정해버렸다.


아무튼 그러한 과정을 통해 데려온 위스키 중 사제락 라이 위스키를 먼저 마셔봤다. 사실 사제락이 글렌스코샤보다 더 저렴하기도 했고, 라이 위스키를 마셔본건 제임스 페퍼 1776 라이 위스키 하나 뿐이었어서 라이 위스키를 하나 더 마셔보고 싶었다.


호밀로 만든 위스키인 라이 위스키(호밀이 51%이상 들어가야함) 대표주자 중 하나인 미쿡 출신 사제락 라이(Sazerac 6yr straight Rye whiskey)의 첫인상은 달다! 였다. 카라멜향이 나는 것 같기도 했고 살짝 머금자말자 감초맛인지, 꿀맛인지 단 맛이 확 올라와서 신기했다. 단맛과 함께 제임스 페퍼 1776에서도 느껴졌던 특유의 매운듯 안매운듯한 매운맛도 느껴졌다. 제임스 페퍼 1776에서는 (좋은 의미로) 화장품 향이 느껴졌는데, 사제락은 그 정도가 1776보다 덜했다. 피니시가 강렬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첫인상이 달콤하고 부드러워서 기대했던것보다 훨씬 좋은 맛이었다. 사제락이라는 이름이 동일 이름의 칵테일명에서 유래되었다던데 사제락 라이를 칵테일 베이스로 써도 꽤 맛있을 것 같다.


같이 마셨던 친구들 중에서는  강렬한 느낌이 없고, 싱글몰트에 비해 풍미가 약하다는 평을 하기도 했다. 위스키를 느끼는 데에 정답은 없으니, 다양한 평가를 함께 공유하는  마저도 위스키를 즐기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늘 말하듯 위스키를 느끼는 기준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같은 위스키에 다른 평을 내릴 수 있고, 그래서 위스키를 친구들과 함께 마시는 일이, 다시 말해 취향의 다름을 목격하는 일이 나에게는 몹시 즐겁다.


위스키를 즐기는 때에는 다름에 이렇게나 관대한데, 가끔 다른 곳에서의 다름에는 엄격한 나를 발견할 때가 있다. 절대적인 것은 결코 없다는 것을 알고 있고, 느끼고 있으면서도 나의 논리에 근거한 내 의견과 주장에 괜한 아집을 부릴 때가 있다. 항상 고집을 부려 내 주장을 해놓고서 돌아서서 생각하면 좀 더 다른 각도로도 생각해보고 이야기해야하지 않았나 후회를 하기도 한다. 서른도 넘고, 이제 사회생활도 초년생이라는 말을 할 수 없는 경력을 지나가고 있는데 아직도 이런 아마추어같은 고민과 후회를 꽤 자주 한다. 언제쯤이면 이런 후회를 하지 않을 정도로 성숙한 인간이 될까. 철은 들긴 싫은데 성숙해지고는 싶다. 이 철없는 어른이 되려는 꿈이 투머치 이상적인 걸까.


어찌됐든 꿀같은 연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 오니, 대단히 아쉽다. 내일도 또 놀고 싶은걸 보니, 성숙은 둘째 치고 영원히 철은 안들것 같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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