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멀더와 스컬리 Jun 19. 2023

나는 당신을 긍정해요.

오늘의 단어, 긍정.

차가웠던 나를 뜨겁게 데워줬던 사람. 설렘 1도, 두근거림 1도, 애달음 1도, 그 사람을 만나고 사랑할 때 나의 마음은 늘 고온이었다. 나의 몸은 몇 도였을까. 그의 옷으로 나를 감싸주었을 때, 그의 뜨거운 손으로 내 손을 잡아주었을 때, 그의 온몸으로 나를 포근히 안아주었을 때, 어쩌면 그때의 나는 1도쯤 더 뜨겁지 않았을까.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36.5도. 차가웠던 나와 뜨거웠던 그가 만나서 서로의 온기를 주고받으며 열평형을 이루고 있다. 우리는 속도를 맞추어 걷지만 서로 손을 잡고 걷는 일이 어색해졌다. 서로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쑥스러워졌다. 더 이상 뜨겁지 않은 우리, 사랑하지 않는 걸까.


누군가 말했다. '연애는 부모가 나를 사랑한 이래로 나의 존재가 전적으로 타인으로부터 '긍정'을 받는 유일한 경험이라고.' 그렇다. 이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고 결혼하고 함께한 10여 년의 시간 동안, 뜨겁거나 혹은 뜨겁지 않거나, 그는 여전히 나를 긍정해 주는 사람이다. 어쩌면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보다 더, 때때로 스스로를 부정하는 나보다도 더, 남편은 나를 믿어주고 대단하지 않은 나를 대단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손은 잡지 않아도 무심한 듯 다가와 가방을 들어주는 사람, 가끔 안전벨트 버클을 건네는 사람, 한밤중에 자신은 먹지도 않는 곱창을 사다 주는 사람, 특별한 이벤트는 몰라도 언제나 사소한 배려를 주는 사람.

"나는 당신을 긍정해요."

이건 아마도 10 년, 20 년, 앞으로도 함께할 우리 사랑의 모습이 아닐까.


'연애는 부모가 나를 사랑한 이래로 나의 존재가 전적으로 타인으로부터 긍정을 받는 유일한 경험일지도 모른다. 더불어 나밖에 모르던 내가 타인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는 소중한 경험이다.'

<태도에 관하여/연애에 바라는 것/임경선>


작가님의 문장을 읽고, 긍정이라는 단어를 보고, 무릎을 탁 치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긍정, 우리는 지금 서로 긍정하는 사이구나!'

뜨겁지 않은 우리도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저의 오늘의 단어는 '긍정'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완의 마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