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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닷새 May 23. 2023

지방직 시험을 앞두고 엄마가 아프다 1


우리 가족에게 이런 일이


 엄마가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건강검진을 활용하여 유방 검사를 받는다고 했다. 나도 한 번 해보자 싶어서 같이 따라나섰고 수월하게 검진을 마쳤다. 나는 조그만 물혹이 두 개 정도 있었고 엄마는 하나 발견되었다. 의사 선생님은 모양이 괜찮아서 악성 같지는 않아 보인다고 하셨다. 그렇게 물혹을 발견한 그 자리에서 마취 크림을 바르고 조직 검사를 실시했다.


 그냥 그렇게 마음을 놓고 지낸 지 일주일쯤 되었을 때였다. 분명히 기억하기로는 나는 방에서 여느 때처럼 공부에 매진하고 있었고 엄마는 부엌에서 저녁 준비를 하고 계셨다. 갑자기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고 아빠인가 싶을 찰나, 엄마가 "네~"라고 대답했다.


 병원이겠거니 하고 신경 쓰지 않고 있는데 점점 대답하는 텀이 길어지고 목소리가 가라앉으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도무지 공부에 집중할 수 없어 거실로 나와 엄마 옆에 앉았다. 휴대폰에 귀를 가져다 대고 같이 듣는데 저 너머로 의사 선생님의 말이 또렷이 들렸다.


 "... 이게 참... 그때 검사하신 혹이 암으로 나왔어요."


 선생님도 어떻게 말을 전달해야 할지 주저하시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 어렵게 그 한 마디를 듣는 순간 세상이 잠깐 멈춰버린 것 같았다. 엄마가 암이라고?


 엄마가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선생님이 검사했을 때 모양이 너무 괜찮아서 일반 선종인 줄 알았다면서 이제 막 시작한 초기 0기 암일 것이라며 안심을 시켜주려고 노력하셨다. 여차저차 전화를 마무리하고 끊은 후 엄마는 말을 잇지 못했고 나는 별 거 아닐 거라며 엄마를 애써 위로했다.


 이때 아빠의 자리가 얼마나 크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엄마랑 나, 둘이 먼저 이렇게 심각한 이야기를 전달받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고 그저 머릿속이 새하얬다. 마침 아빠가 집에 돌아오셨고 엄마가 아무렇지 않은 척 담담한 말투로 이야기를 전했다. 점점 굳어지는 아빠 얼굴을 보니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내가 우는 것을 보던 엄마도 결국 울음을 터뜨리셨다.





이제 아푸지마 엄마


무엇 하나 쉽지가 않다


 "1기도 아니고 0기래, 0기~"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도 저녁을 준비하고 식사하는 내내 가라앉은 분위기는 집안을 무겁게 집어삼켰고, 방으로 돌아와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았던 나는 얼굴을 감싼 채 조용히, 그러나 펑펑 울었다. 그렇게 긴 생각에 잠기다 보니 엄마 건강이 1순위였지만 내 공부는 어떡해야 하는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아빠와 오빠는 직장인이고 백수이자 공시생인 내가 엄마를 보살펴야 할 텐데. 온갖 강박증으로 고생하는 내가 공부와 병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엄마가 아프다는데 이런 걱정이나 하는 내가 너무 밉고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왜 나는 무엇 하나 쉬운 게 없는지, 마지막으로 선택한 공무원 시험마저 우여곡절이 생기는 건지 속상해서 더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그날 밤은 오지 않는 잠을 청하며 억지로 다른 생각을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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