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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스기빙, 감사할 일 천지

by 슈퍼거북맘

미국의 최대 명절 중 하나인 땡스기빙, Thanksgiving day.

11월 마지막주 목요일, 바로 내일이다.


약간 우리나라의 추석같은 느낌으로, 학교는 아예 이번 한주를 통째로 쉬고 온가족이 모여 칠면조 구이와 펌킨 파이를 나눠먹는다. 우리 가족도 코스트코에서 세트로 파는 칠면조 구이와 기타 사이드 음식을 맛보았다. 칠면조는 치킨보다 더 담백하고 부드러워서 맛있었고, 무엇보다 스텔라가 너무 잘먹어서 대만족이었다. 살아 생전 스텔라가 고기를 더 달라고 한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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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쉬드 포테이토는 부드럽고 약간 짭짤해서 입맛에 딱 맞았고, 칠면조 밑에 깔려있는 사이드는 뭔지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고기와 같이 먹기 괜찮았다. 크렌베리 소스는 스텔라의 원픽이었다. 크렌베리로 만든 잼 느낌이었는데, 예전 ESL 클래스 다닐때 이 크랜베리소스와 칠면조 디너의 역사와 유래에 대해 배웠던 것 같은데 기억이 전혀 안난다. 칠면조 고기를 그레이비 소스에 찍어먹으면 간이 딱 맞았고, 아삭아삭한 그린빈을 크렌베리 소스에 찍어 먹으니 그 또한 색다른 미각을 자극했다.


스텔라가 예상외로 이 칠면조 디너를 좋아하는 바람에, 다음날 남편 도시락에 남은걸 싸주려고 했는데 스텔라의 도시락에 더 많이 들어가는 바람에 남편은 남은 매쉬드 포테이토만 왕창 싸줬다.




말 그대로 감사를 전하는 이 땡스기빙에, 나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학교 선생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스승의 날이 따로 있는게 아니어서 딱히 감사인사를 전할 타이밍 잡기가 어려운데, 땡스기빙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지는 이 연말 연휴가 딱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스텔라의 담임 선생님과 1:1로 서포트 해주시는 선생님, 학급의 서브티처, ESOL 티처, 물리, 작업, 언어치료 선생님, 그리고 그밖에 등교시 픽업과 기타 도움 주시는 선생님들 포함해서 총 8명의 학교선생님들. 그리고 발레 학원의 선생님까지 9개의 카드와 아마존 기프트카드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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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카드에는 스텔라가 직접 Thank you! 라고 편지를 썼고, 봉투에 기프트카드를 함께 담아서 학교에 보냈다. 선생님이 스테라를 데리고 각각의 선생님들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고, 스텔라가 즐거워했단다. 아이가 즐겁게 학교 다닐 수 있도록 여러모로 신경써주시고 지원해주시는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땡스기빙을 맞아 학교에서 퍼레이드 이벤트를 열었다. 학교 건물 앞 공간을 칠면조 코스튬을 입은 프리케이, 킨더 아이이들이 행진하는 행사였는데, 학교의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춰 행진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




무엇보다, 이 행사에서 스텔라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학교에서 잘 지내고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엔 선생님 손을 잡고 나왔는데 조금 지나자 선생님 손을 놓고 스스로 줄을 맞춰 적당한 페이스로 걸으며 행진에 참여했다. 게다가 보도블럭에 앉아있는 고학년 학생들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고, 심지어 하이파이브까지 일일이 해주며 즐겁게 행사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귀엽고 기특해서 절로 부처님 미소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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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퍼레이드가 끝나고도 다시 나와서 오케스트라 연주와 치어리딩에 굉장한 관심을 보이며 그 움직임을 따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얼마 전에는 이웃집에서 기타 연주에 흥미를 보이며 손가락으로 띵까띵까 쳐보기도 했고, 비싼 기타와 저렴한 기타 소리 차이를 귀신같이 알고 비싼 기타를 달라고 했다는데 ㅋㅋ 아무래도 음악 쪽에 재능과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스텔라의 사회성 폭발, 페이스와 열을 유지하며 퍼레이드에 독립적으로 즐기며 참여했다는 점, 그리고 음악과 리듬에 대한 관심사를 확인할 수 있었던 이번 행사는 큰 수확이었다.






오늘 있었던 일이다.


학교 방학이라 ABA 센터에 풀타임으로 가고 있는데, 오늘은 땡스기빙 전날이라 오전만 하는 일정이었다. 스텔라를 데려다주고 근처에 있는 나의 안식처 스타벅스에 있었는데 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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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스텔라가 또래와 함께 정말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아이 한명이 정리하는 걸 힘들어하자, 스텔라가 도와주려고 아주 의지가 확고하더라고요.
심지어 그 아이와 그 아이의 선생님에게 calm count(차분하게 숫자 세기)를 시도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그 아이가 스텔라 손에서 장난감을 낚아채자, 스텔라가 아이를 바라보면서 손가락을 흔들며
“안 돼, 낚아채기 안 돼(no snatching)”라고 차분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스텔라가 힘든 상황에 있는 친구를 도와주고, 자기 손에 있던 장난감을 빼앗기자 차분하게 "뺏으면 안돼"라고 말했다니, 이것은 기적 아닌가? 'snatching' 이란 단어를 나는 가르쳐준 적도 없고(심지어 나도 몰랐음ㅋㅋ), 아마 센터나 학교에서 배운 말일텐데 그걸 알맞은 상황에 꺼내서 사용했고, 심지어 다른 친구에게 가르쳐주려는 목적으로 썼다니. 이건 너무나 완벽한 의사소통이자 바람직한 상호작용이다.


그리고 다른 친구를 도와주려는 의도를 가지고 그걸 행동으로 옮겼다는 사실도 정말 놀라웠다.

오늘 받았던 이 메시지는 땡스기빙을 맞아 온통 감사할 일 천지인 현실을 다시한번 마주하게 해주었다.


감사와 사랑이 넘치는 세상이다.

그리고 나는 그 한가운데에서, 아이와 함께 기적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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