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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심자의 행운 Nov 24. 2024

될 일은 된다

<우주가 사라지다>에 이어서 내 마음공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책은 바로 마이클 싱어의 <될 일은 된다>였다.


이 책은 저자가 평범한 대학원생이었던 시절, 문득 '생각하는 나'와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나'가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던 그 순간에 대한 회고로 시작한다.


 내가 이 '생각하는 나'와 '바라보는 나', 즉 '거짓자아(에고)와 '참자아'의 개념을 언제부터 알게 되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어쨌든 이 책을 읽었던 당시에 그 개념이 낯설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이미 그 당시에도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저자가 에고를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지껄이는 목소리'라고 표현한 부분이 크게 공감되었다.


나 역시 평소에 늘 생각이 많아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스토리텔링을 하는 누군가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 머릿속 목소리는 어떤 일에 대해 끊임없이 불평불만하며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스토리까지 단숨에 만들어버리고 내가 그 시나리오에 빠져 허우적거리 만들기 일쑤였다.


이 에고와 참자아가 존재한다는 것, 진짜 나는 에고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마음공부의 기본이다. 이는 김주환 교수님의 <내면소통>에서도 경험자아와 배경자아의 개념으로 쉽게 설명되어 있다.


다시 마이클 싱어의 <될 일은 된다>로 돌아와서, 이 책의 원제는 <The Surrender Experiment>이다. 여기서 surrender란 단어는 한국어로 보통 내맡기기, 내려놓음, 놓아버림 등으로 번역된다. 책의 부제가 '내맡기기 실험이 불러온 엄청난 성공과 깨달음'인 것에서 알 수 있듯, 저자는 한평생을 명상과 내려놓음을 실천하며 삶의 흐름에 스스로를 맡겼다.


내려놓음이라는 것은 삶에서 어떤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마음의 저항, 즉 에고의 저항을 버리고 수용하는 것을 말한다. 마음의 저항은 에고의 호불호이다.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그것에 대해 싫다 혹은 좋다고 판단하는 것이 바로 에고가 하는 일이다.


이 '분별하는 마음'이 우리를 지옥으로 밀어 넣는 고통의 근원이고 성경에서 말하는 원죄이다.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나 원죄를 가지고 살아가게 된 이유가 바로 선악과를 먹고 '분별심'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마이클 싱어가 했던 내맡기기 실험이란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끊임없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어떤 저항을 버리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실천적 행동을 말한다. 자신에게 닥치는 어떤 일도 에고의 저항, 즉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지껄이는 목소리의 저항을 내려놓고 그대로 초연하게 수용했다. 에고의 판단이 아니라 삶이 던져준 과정들을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수용했더니 저절로 인생이 술술 풀리더라는 그의 경험은 놀라울 정도이다.


실제로 그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명상에 빠져서 대학원 과정을 포기할 생각까지 했는데도 어쩌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시험을 엄청나게 잘 보고 졸업을 해서 교수가 되었고, 삶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건축일을 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또 역시 저항하지 않고 삶의 안내대로 가다 보니 프로그래머가 되었고 성공한 사업가가 되어있었다. 이러한 세속적인 성공 말고도 영적으로도 역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스텔라의 느림으로 인해 그토록 고통스러웠던 이유는, 바로 내 안에 '느린 것은 나쁜 것'이라는 에고의 판단이 있었기 때문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머릿속 목소리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먼 미래의 일까지 완벽한 시나리오를 짜서 끊임없이 재생하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느린 건 나쁜 거고, 빠르고 똘똘한 게 좋은 거야.

이렇게 느리고 할 줄 아는 게 없는데 나중에 사람 구실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왜 애를 낳아서 이 고생이지?

이 남자랑 결혼하지 말았어야 해!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났지?

이번 생은 그냥 망한 것 같은데 그냥 확 죽어버릴까?!


그렇게 머릿속에서 계속 재생되는 스토리텔링이 진짜라고 믿으며 나는 스스로를 지옥의 구렁텅이 속으로 밀어 넣고 있었던 것이다.




에고의 끊임없는 목소리들을 관찰자의 시점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건 이 책을 통해 내려놓음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이를 실천하려고 노력하면서부터였다.


나는 내 삶에서 일어난 이 커다란 시련을 '나한테는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돼!'라는 마음의 저항을 버리고, 겸허하고 초연하게 수용하기 시작했다.


괜찮아, 이건 누구한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야.

느린 건 나쁜 게 아니야. 그저 스텔라의 특성일 뿐이야.


산을 산으로, 물을 물로 바라보듯이

스텔라를 그저 스텔라로 바라보는 것이 바로 내려놓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본질적으로는 이 상황이 결국 나에게 더 좋은 길이기 때문에 일어난 거라는 것,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시련, 실패, 고난들은 내 삶이 나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기 위함임을 알고 초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고요한 마음의 평화에 이르는 방법임을 알았다.



마이클 싱어가 명상을 통해 그토록 추구했던 고요하고 평안한 마음의 상태에 도달해 보고자 나는 책에 나온 명상법을 그대로 따라 해보기도 했다.


그것은 '선' 명상법으로 호흡에 집중하며 내쉬는 숨에 "아"라고 소리를 내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었다.

거의 처음으로 해본 명상이었는데 내게 신기하고도 인상 깊은 경험을 선사해 주었다.


한 번은 정말 책에 나와있는 것처럼 몸 전체에 어떤 뜨거운 에너지가 돌면서 흐르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어진 엄청난 희열감과 신체반응까지, 그건 마치 오르가즘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또 한 번은 호흡에 집중하며 내 마음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모든 것이 고요해지더니 어디선가 분명한 목소리가 들렸다.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


나는 그것이 내 진정한 본성, 참자아의 목소리였다는 것을 안다.

그것은 명상을 통해 에고의 목소리가 잠잠해지고 고요해진 틈을 타 '진짜 나'가 내게 전해준 메시지였다.


그 뒤로 나는 마음이 또다시 흔들리거나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그 목소리를 되뇐다.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

포기하지만 않으면 된다.



마음의 저항을 버리고 내게 일어난 일을 초연하게 받아들일 때, 삶은 나를 상상도 할 수 없는 멋진 곳으로 데려다줄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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