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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문 Jul 14. 2023

금요일 오후 5시

청춘유감


모르는 번호로 메시지가 왔다.

스팸인 줄 알고 열어보지도 않았는데, 뒤에 확인해 보니 한소범 작가님의 메시지다.

문학동네 '청춘유감' 출간 이벤트.

4주간 금요일 5시에 청춘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보내준다.


청춘은 아니지만 응원은 받으면 좋을 것 같아서 신청해 놓고 잊어버렸다.

맥락 없이 그냥 덜컥 위로받는 기분이 묘하게 좋다. 소중한 사람이 된 기분이랄까?

학창 시절에 교과서 꺼내려고 사물함을 열었는데, 모르는 친구의 편지를 발견했을 때 느낀 설렘, 더구나 이렇게 정성스러운 메시지라니.


온라인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면 지나쳤을지 모른다. 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비슷한 온도의 에세이가 많으니까.

위로, 용기, 좌절, 같은 키워드의 에세이가 넘쳐나는 건 지금 우리의 마음 상태 같기도 하다. 마음껏 꿈꾸고 도전하 청춘은 응답하라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으니까.


두 번의 글 선물은 울림이 있었다.

지난주 금요일에 처음 메시지를 받고 작가님이 궁금했고, 오늘 두 번째 메시지를 받고 책이 궁금해졌다. 미리 보기로 살짝 읽었는데 담백하면서 감정이 절제된, 내 취향의 글이다.


4주간 매주 금요일 오후 5시.

청춘을 응원하는 메시지.

글 하나로 금요일이 특별해질 수도 있구나.
처음은 설레었고

두 번째 금요일은 고마웠고

세 번째 금요일은 기다려지겠지.

네 번째 금요일은 특별한 감정이 들지 않을까, 마지막이니까.


이벤트가 끝나고 금요일 5시가 되면 괜히 작가님의 메시지를 다시 들여다 지도.
힘들 때마다 지금이 내 청춘의 절정이구나 생각하면 힘이 날 것 같다. 이 모퉁이만 돌면 한숨 돌릴 수 있을지 모르니까.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어요. 쓸 수 있어서 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엄마가 되니 내 방이 없더라고요. 브런치에 글을 쓰는 동안은 어디든 제 방인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지하철이든 부엌이든, 뭔가를 쓰는 시간만큼은 저만 있으니까요.



지난 글을 읽어보니 절반은 삭제하고 싶을 만큼 민망하고 부끄러운 글이 많네요. 그럼에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 시간의 저까지 지워질 거 같아서요. 못난 글도 마음에 드는 글도 모두 저인 것 같아서 애틋한 마음이 들었어요.


이 글이 100번째 글입니다.

문체를 조금 바꿔봤어요. 다른 작가님들은 잘 쓰시는데 저는 매번 왜 이렇게 어색하고 쑥스러운지 모르겠어요.

글쓰기는 쓸수록 어려운 거 같아요.

이벤트 메시지 받아보니 출간하시는 작가님은 역시 다르구나 느껴습니다.

1000번째 글을 쓸 때쯤에는, 부디 지금보다 조금 나아졌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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