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비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enzel Jan 17. 2022

비상 #7, Long X-Country Flight

Heading to Lubbock Smith airport.


텍사스의 아침은 의외로 선선하다.


특히나 일교차가 심한 봄과 가을의 텍사스는 항상 차 유리에 이슬들이 군데군데 묻어 있다. 새벽에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는 차가운 차에 생명을 불어놓고, 트렁크를 열어 짐을 싣는 것으로 하루 일과는 항상 시작된다.


눈을 뜨자마자 확인한 것은 내가 이륙할 공항과 착륙할 공항들의 기상과 예보. 다행히 봄~가을의 텍사스는 비나 눈같은 악기상은 없다. 다만 더운 지역답게 공기순환이 빨라 바람은 항상 세다. 보통 해안지역이 인접한 경우 대기순환이란 이유로 바람이 강해지는데, 드넓은 대륙인 미국에서는 각 주마다 저기압과 고기압이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더라. 하지만 내 앞길을 막을 정도는 아니였으니 다행이었다.


 9시에 도착해 비행계획서를 작성했다. 항공기나 기상에 특이사항이 없어 서로 짧게 인사를 나눈 후 비행기 앞으로 갔다. 5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이기도 했고 아침 첫 비행이다보니 점검할게 생각보다 많아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내 차에 이슬이 맺혀있듯이 비행기도 마찬가지, 특히 연료탱크가 가득 채워져있지 않으면 내부에 이슬이 맺히고 물방울이 되어 떨어지면 기름층과 섞여 쌓인다. 이럴 경우 연료탱크에서 물을 빼내는 'Drain' 작업이 필요한데 엔진에 치명적이라 매 비행마다 이 작업은 항상 하도록 교육받는다. 특히 물을 전부 다 빼내고 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잔여물이 엔진에 그대로 들어가 이륙 중 엔진정지로 추락한 사례를 비행교관이 보여줬었다. 그리고 나한테 물이 나오면 절대 그 비행기를 타지 말라고 했다. 그 이후 비행점검 중 딱 한번 물이 어마어마하게 나온 적이 있어 그 교관의 말대로 비행을 하지 않았는데, 비행기를 배정해주는 직원의 입장에서는 물을 빼면 나갈수 있기 때문에 빼고 나가라고 이야기 하더라. 나는 안전을 이유로 다른 비행기를 타겠다고 했고 알겠다고 넘어갔다. 아마 그 비행기는 다음 사람이 탔을 것이다. 사고소식이 없었던 걸로 봐서는 단순 Drain 작업이 안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보다. 

이와 유사한 일이 또 겨울에 있었다. 한파가 텍사스 지역을 덮쳐 항공기에 서리가 무척이나 많이 내렸다. 이럴 경우 항공기에 제빙단계를 거쳐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여러 항공기의 연료탱크에 다량의 물이 발견되었던 것이다. 평소처럼 Drain을 하면 될것인데, 의아스럽게도 정비부에서는 물들이 검출된 항공기들의 연료탱크 내용물들을 모두 빼내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어쨌거나, 다행히도 연료에 물은 섞여있지 않아 나는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다. 

'효율성과 안전. 어느것을 우선시하냐'는 조종사들에 단골 주제로 떠오른다. 개인의 의견들이 다르기때문에 함부로 단정짓긴 힘들지만 나는 안전주의다. 이 주제로 사업용 단발 시험 중에 DPE와 토론을 했던 기억이 난다. 뭐- 그때도 답은 개인의 가치관 차이였기 때문에 의견을 좁히지 못할수도 있었다. 하지만 시험중이라는 분위기 속에서 경험많은 DPE의 의견이 합리적이어서 끄덕이며 공감했다.


모든 점검이 끝나고 다시한번 항공기 최종점검을 끝낸 후 조종석에 올라타 배터리를 켜니 조종석 특유의 소음이 울리는데, 이와 동시에 Before start checklist- 를 수행하게 된다.


Avionics ON
Throttle 1/4" IN

Prop area check 
" Clear Prop! "

굉음과 함께 프로펠러가 힘차게 돌아간다. 각종 게이지들이 정상수치에 있는지 확인하고 예열을 할 동안 

공항 기상인 ATIS를 수신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Landing and departing RWY 35, on initial contact, advise you have information Sierra-
" Good Morning Ground, We have Infornation Sierra and ready to taxi - and request flight following to Lubbock smith airport, L-B-B with altitude 7500 "


활주로로 다가서며 연습했던 대로 Abnormal Procedure' 를 복기하며 공항 주변의 항공기들과 내가 가야할 경로에서의 제한사항들을 차트를 통해 살펴본다.

특별하게 신경써야 할 항공기들은 없었고, DFW Class 'B' 가 곧바로 놓아져있기 때문에 규정 위반을 하지 않도록 참조점과 GPS를 이용해 허가를 받기 전까지 고도 3000ft 미만으로 비행해야 한다. 



최종 점검을 끝낸 후 활주로에 정렬하고 곧바로 이륙했다. 차가운 아침 공기 속에서 항공기는 어느때보다 힘차게 올라간다. 더울 때와 추울 때, 항공기의 성능이 차이가 난다는것을 이 곳에서는 쉽게 체감할 수 있다. 



터뷸런스도 없는 Dallas와 Fort-Worth 상공에서 긴 여정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상 #6, 시간 쌓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