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종 과거의 흔적들을 살펴본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블로그 같은 sns뿐만 아니라, 중, 고등학교 때 쓰던 공책에 적힌 기억의 파편들. 잃어버린 게 아니라면 버리지 않고 쌓아두는 편이다.
기억력이 좋지 못해 툭하면 친구들에게 했던 말을 또 하고, 우리가 함께했던 추억들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 가끔 남의 얘기를 듣는 것 같다. 늘 잊어버리고 사는 나에게 나의 기록들은, 예전엔 친했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자연스레 멀어진 친구처럼 어색하기도 하면서 반갑다.
그 반가움 때문에 기록하는 건가? 하고 생각했는데 딱히? 기록하는 순간의 나는 기록을 돌아보는 미래의 나를 상상하지 않는다.
기록하고 있는 나를 떠올렸다. 항상 무언가를 느끼며 살지만, 기록의 순간 감정의 색은 평소보다 특별히 짙다. 감정의 색이 원색에 가까울수록 나는 나를 전시했다. 그렇게 나의 원색을 담은 전시회는 지금도 곳곳에 진행 중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원색보다 무채색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그런 나를 대대적으로 전시하지는 못하더라도 조금이나마 그리고 싶었다. 그래야 마음이 편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글은 기쁠 때보단 슬플 때, 행복할 때 보단 불행할 때 잘 써진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 나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데 나 역시도 그렇다. 무채색의 나를 그리기 위해 오늘도 쓴다. 나의 이런 색깔도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소망을 담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