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이 잘 쓰는 블라인드란 앱에 잊을만하면 한 번씩 정기적으로 올라와 수백개의 댓글이 달리는 주제가 있습니다.
바로 ‘결혼’과 ‘딩크족’에 대한 갑론을박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본인의 인생은 본인이 사는 것이기에 다른 사람이 뭐라할 권리도 없고 뭐라 해서도 안 됩니다.
다만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의견을 요청받는다면, 저는 이렇게 답하고 싶습니다.
“결혼&출산은 평범한 사람이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이면서 행복한 모순적인 ‘헌신’, ‘아가페적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결혼을 하면 잃는 것이 무엇일까요?
결혼 후 아기를 낳으면 잃는 것이 무엇일까요?
우선 본인의 시간적, 경제적 자유가 혼자 삶을 살 때보다 제약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제약은 말이 통하지 않는 아기를 낳았을 때 더욱 극대화됩니다.
여성의 경우 아기를 낳는 과정에서 몸이 변하고 예전같지 않아지는 것도 감수해야 합니다.
금전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합니다.
단순히 아기를 키우는데 몇 억이 들어간다, 그런 1차원적 차원의 얘기가 아닙니다.
아기가 없으면 사회생활 중에 직장을 옮기건 회사를 그만두건 새로운 길을 가건 아무래도 몸이 가볍다보니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인간관계?
요즘 혈연관계이지만 남보다 못한 사이가 또 얼마나 많습니까?
그리고 회사를 다니며 자기관리가 된 싱글의 경우 얼마든지 여기저기서 인간관계를 유지할 자신이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만 따지면 결혼을 하고 결혼을 하더라도 아기를 낳을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네, 저도 이 부분은 인정합니다.
아기를 낳는 것이 엄청난 부담임은 물론 나의 생활에 많은 제약요소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와이프는 그래도 성인이고 말도 통하고 설령 싸우더라도 나중에 화해하면 되는데 아기는 그럴수도 없습니다.
내가 코로나에 걸려 고열에 시달려도 아기를 위한 분유를 타고 기저귀를 갈고 목욕을 시켜줘야 합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힘들때도 있지만, 이게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머리로만 생각하면 ‘저게 무슨 미친소리인가?’ 싶으시겠지만, 분명히 힘들지만 행복합니다.
이 조그만 생명체가 날 보고 웃어주고 그 조그만 손으로 내 얼굴을 만질 때의 감각은 경험한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을겁니다.
아기가 나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나에게 매달리는 감각 또한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알기 어려울 것입니다.
물론 내 자식도 내가 아닌 남입니다.
그 점을 간과하면 저도 그리고 제 아기도 불행해질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세상에 혼자 왔던 내가 다른 누군가와 함께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 가족을 이루었습니다.
적어도 이 아기와 아기를 함께 낳은 아내는 이 세상의 어떠한 이해관계와도 관계 없이 나와 함께 가는 존재입니다.
나의 행복이 곧 우리 가족의 행복이 되고 우리 가족 누군가의 어려움은 곧 우리 가족 모두가 극복해야 하는 어려움이 되는 것, 이것은 아무리 친한 친구이고 직장동료라 할지라도 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저는 반대로 상상해봅니다.
만약 제가 결혼을 하지 않았고 아기가 없다면?
설령 제가 성공하더라도(물론 성공도 지금 못했지만 ㅠㅜ) 그것을 나눌 사람이 없어 마음 한 켠이 공허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졸부들이나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이 돈을 펑펑 쓰다가 파산했다는 기사들을 심심찮게 반복적으로 볼 수 있는데, 그것만 보더라도 사람은 돈이 많다고 중요한게 아니고 그 돈을 누군가를 위해 쓰지 않으면 의미없다고 여긴다는 반증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 모두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서로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내가 외모를 잘 관리하고 근육질 몸매를 유지하더라도 언젠가 이 육체는 썩어 없어질 것이고노화를 늦추는 것 뿐이지 아예 막지는 못한다는 것을,
내가 아무리 돈이 많고 많이 벌더라도 결국은 써야 하는데 어디에 어떻게 쓰는가가 나의 행복을 결정한다는 것을,
언젠가 내 삶이 끝났을 때 다른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가족이란 제도는 모르긴 몰라도 인류 문명이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이어진 농경문화보다도 빠른 인류의 발명품인지도 모릅니다.
지금껏 이어진 제도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두서없는 글이 되어버렸지만 절대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했더라도 딩크로 사는 것이 좋지 않다거나 그런 말을 하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모든 것은 본인의 선택이니까요.
또 요즘은 아동학대도 워낙 많이 나오고 있어 조심스런 부분도 있습니다.
다만 내가 아닌 남을 위해 사는 것의 모순적인 행복을 다른 분들도 한 번 느껴보신다면 그것도 괜찮을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