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흥이 넘쳤고, 혜은이 아줌마의 새벽비를 간드러지게 부르는 녹음테이프를 발견해 듣고는 웃다 울던 기억들도 있답니다. 아마도 살아온 날들 동안의 여러 추억 때문인 것 같습니다.
노래를 부르면 가사를 쓰고 곡을 지은 창작자의 감정과 느낌, 생각들이 내 가슴에 다가옵니다. 내 상황은 그대로인데 기쁨, 슬픔, 사랑, 아쉬움의 감정들이 되살아나 가슴이 뛰기도 떨리기도 하는 것이지요.
초등학교 시절에 5학년 때는 담임선생님이 수업하다 ‘붉은 노을’ 아는 사람하고 물었을 때, 손을 들어 바로 노래하던 나란 아이는 우리 반 단골 가수였습니다. 신형원의 ‘개똥벌레’ 곡이 유행하던 시절, 학기 중 레크리에이션 시간에 5학년 2반 친구들이 한 목소리로 ‘개똥벌레 이주연!’ 하고 나를 불러준 기억들은 잊을 수 없는 어린 시절의 한 장면입니다.
어떤 형식으로든 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따로 노래를 배우지는 않았고, 아니, 노래를 배울 수 없었습니다. 그 시절 대부분의 가정이 그리 넉넉지 않았으니까요. 고3 때 진심으로, 노래하는 인생을 살고 싶어 음악교사이자 수녀님께 상담해 보니 전공자 분께 테스트를 받아볼 기회를 주셨습니다. 다행히 제가 다니는 교회의 선생님이 성악 전공 지휘자님이셔서 음악과 관련된 진로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지요.
제 노래를 들으신 선생님이 3개월 바짝 준비하면 성악과에 입학할 수 있다 하셨지만 집안 사정상 포기할 수밖에 없는, 그 쓰라린 기억을 품고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음악 열정 하나로 직장인 밴드 보컬로 입성
짐작하셨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래 부르는 음악인의 삶을 포기할 수는 없어서 지금도 나의 꿈이자 활력소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 시절의 나처럼 음악으로 위로받고 생명력을 얻으며 삽니다..
대학에서는 밴드 활동도 하고 교회 성가대도 매주 섰습니다. 노래는 이런 식으로 제 삶의 작지만 강한 동반자로서 존재해 주었죠.
직장에 들어가서도 노래를 계속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 고민하다, 과감히 ‘직장인 밴드’를 검색하며 찾아가 보컬 자격으로 당당히 입성했습니다. 검색 과정에서 밴드의 분위기와 레퍼토리 등을 살펴보며 보컬로 서게 될 스스로를 상상하는 일 역시도 즐거움이었습니다.
나의 건대 쪽에서 토요일마다 만났던 첫 번째 밴드, 또 막내라서 큰 예쁨을 받았던 두 번째 밴드. 모두 내 삶을 활기차게 해 줬고, 비록 음악으로 직업을 갖지는 못했지만 나처럼 음악 열정이 놀랍도록 넘치는 직장인들이 모여 라이브 카페 공연 등의 활동을 이어나갔습니다.
하지만 여느 여인들이 그렇듯, 내 삶의 가장 소중한 보물, 아들을 출산하면서 잠시 밴드와, 그리고 음악과 이별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과 음악을 오가며 지치고 슬플 새 없이 살던 내 삶은 곧, 집에서 아이를 키우며 약간의 우울증과 함께 난데없이 눈물을 흘리는 삶으로 치달았습니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이인데, 이 아이를 앞에 두고 내가 왜 눈물을 흘리고 있는 걸까 생각하다가 나는 결국 다시 ‘음악’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강토밴드 강릉 원정 합주날
내 삶의 탈출구, 강토밴드!
내 삶의 탈출구, 회오리치는 감정의 끝에서 ‘강토밴드’를 만나게 됩니다. 보컬로 들어오라는 제안을 받은 것이지요. 강원도 토박이들이 만든 밴드라서 ‘강토밴드’. 강원도 오빠들로만 구성된 밴드에 홍일점 보컬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일터와 가정(육아) 그리고 여러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삶의 애환들을 밴드에서 노래하며 다 해소했습니다. 강토밴드만의 음악으로 공연도 하고 말이지요.
그러다 강토밴드에게 아주 힘들었던 코로나 3년의 시간이 찾아왔고, 밴드 멤버들은 모두 어려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여태 했던 합주와 공연 녹화본을 보며 다시 올 합주의 시간을 기다렸고 우리 다시 만나는 날까지 ‘음악의 끈을 놓지 말자’며 안부를 주고받곤 했습니다.
코로나는 끝이 났고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밴드 활동이 재개되어 우리는 모두 ‘이제야 살 것 같다고’ ‘사는 게 즐겁다고’ 말합니다. 부족한 게 참 많은 강토밴드지만 음악 열정 하나로 굴러갑니다.
베이스 팀원이 없지만 베이스 없이 음악으로 승부하는 강토밴드가 되자는 모토를 가지고 있고요. 강토밴드만의 단독 합주실을 갖고 있는 게 아니니 대학로 합주실을 대여해 합주를 합니다. 하늘의 별 따기라는 합주실 예약,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증거. 세상의 많은 사람들 중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그룹에 내가 존재하고 있음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강토밴드 첫 공연날
강토밴드 이야기를 많이 했더니 지인들은 공연에 대해 묻기도 하니 얼마 전에는 인스타그램에서 합주하는 모습을 라이브 방송으로 내보냈습니다. 체리필터의 ‘낭만 고양이’와 이은미의 ‘애인이 있어요’를 불렀습니다. 원곡을 그대로 부르지 않고 마스터 오빠가 편곡해 연주하는 것에 맞추어 보컬인 내가 노래를 부릅니다.
마스터 오빠의 말에 따르면 우리 강토밴드는 하드락을 기반으로 하는 밴드라고 합니다. 남자 보컬은 주로 7080 느낌의 송골매 등 오래 전의 히트곡을 주로 하고, 내가 부르는 노래는 이은미, 체리필터, 자우림, 럼블피쉬, 왁스 풍입니다.
노래를 잘 부르고 싶은 마음, 누군가에게 노래가 가닿길 바라는 마음 저 너머에 불안하게 흔들리는 내 삶이 음악으로 평안과 안정을 누리는 이 모습을 계속해서 지키고 싶습니다. 어린 시절 음악을 진로로 잇지 못한 좌절, 육아로 음악과 단절되었던 기억을 뒤로하고 이제 어떤 일이 있어도 음악과 맺은 이 인연을 포기하고 싶지 안
거든요.
(작년 작가 응모 공모글 저장 글 발행 글입니다, 날짜가 새롭게 나오내요.ㅎㅡㅡ, 팝업 해당 글 발행 후 저장 글을 발행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