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말이야 대만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필자의 MBTI는 옹호자 INFJ다. 이중에서도 두 번째인 N은 거의 100%에 수렴할 정도로 상상력이 뛰어나다. (N은 직관형, S은 감각형으로 인식을 받아들이는 차이를 뜻한다고 한다. 상상력이 뛰어나면 N 아니면 S라 단순하게 판단한다.) 공감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텐데 필자의 경우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으면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심지어 어떤 일을 하고 있을 때도 생각한다. 일례로 어제 가게에서 주먹고기를 먹었는데 삼겹살을 얇아서 2인분부터 추가주문이 가능하다고 하셔서 갈매기살을 1인분 추가시켰다. 이후로 필자는 밥을 먹으며 삼겹살에 관한 국민들의 인식 -서민음식이었는데 요즘엔 프리미엄 삼겹살도 생겼으니깐-, 내가 만약에 가게를 연다면 대학생 상권이 나을까, 직장인 상권이 나을까, 구워주는 게 좋을까? 그렇다면 인건비는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등등 상상의 나래를 한없이 뻗어나갔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지겨울 거 같다면 MBTI의 두 번째 알파벳이 S일 가능성이 높다.
오늘은 상상력을 무기로 평소에도 형제들과 종종 나누었던 다문화가정과 관련된 상상을 해보려고 한다. 사람들이 우리 가족에게 편견을 갖듯이 필자도 다른 다문화가정에게 편견을 가진다. 어느 국가를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으니 재미로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만약에 엄마가 대만사람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1) 미국
영미권 다문화가정에게 가장 부러운 점은 '영어'이다. 영어는 만국 공통어라는 위엄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만약 우리 엄마가 미국인이었으면 학교 다닐 때 편했을 거 같다. 영어 과목에는 자식이 충만해서 시간도 많이 아꼈을 듯하고 주식도 일찍이 시작했지 않았을까? 이중국적이니깐 미국에서 벌어도 세금 문제에도 효율적이었을 거 같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영어 해보라는 소리도 셀 수 없이 들었을 거다. 오히려 알아듣는 분들이 많으셔서 부담스러웠을지도.
중국어는 사실 일상생활에 쓸 일이 많이 없다. 필자가 초등학교 시절엔 중국이 경제대국을 향해 페달을 세게 밟고 있어서 중국어 관련 콘텐츠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주변 사람들도 크면 도움 많이 되겠다고 언급하였다. 그러나 지금의 중국은 부동산으로 끌어올리던 유동성을 멈춘 채 세계 공장이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달라졌다. 물론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탓이기도 하지만. (경제 관련 글이 아니니 여기서 줄인다.)
2) 일본
만약 엄마가 일본 사람이었으면 어땠을까? 특히 일본은 한국과 역사가 깊은 나라라 그런지 학교에서 역사 수업을 배울 때도 평소 생활할 때도 얘기가 나올 거 같다. 몇 년 전 일본과의 국제적 관계가 악화되어 일본 불매 운동이 일어났을 때도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고민했을 거 같다.
일본은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한국과 가깝다. 한국에도 일본인 연예인들이 많고 JPOP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애니메이션 천국인 나라로 만화를 굳이 번역본으로 볼 필요가 없고 애니메이션을 굳이 자막으로 볼 필요가 없을 테니 아주 유용했을 거 같다. 부산에서 대만 가는 거보다 일본 가는 게 가격이 괜찮게 나와서 자주 방문했을 것이다.
3) 기타
어렸을 적, 다문화캠프에 참여했을 때 흑인 다문화가정은 소수였다. 사실 본 적 없는 거 같다. 필리핀까지 보았고 피부색이 엄청 다르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한국은 단일민족으로의 역사가 길다 보니 피부색이 다르면 거리감을 많이 느끼는 거 같다. 한국에 방문하는 외국인 분들의 말을 들어보면 길에서 사람들이 엄청 쳐다본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아직 외국인을 보는 시선에 낯섦과 호기심이 있는 듯하다.
필자는 굳이 말을 꺼내지 않으면 다문화 가정이라는 게 티가 안 날 정도로 한국적으로 생겼다. 쌍꺼풀도 없고 코도 높지 않다. 그래서 종종 티 나게 외국인처럼 생겼다면 어땠을까 싶다. 사람들이 어림짐작으로 나에 대한 편견을 가졌을까.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사실상 문맹이라고 하소연하던 어느 교사처럼 차별받았을까. 오늘도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상상을 한다. 낯선 외모에서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나를 보며 사람들이 어디서 우리나라 말을 배웠냐고 놀라는 표정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