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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Blu Dec 01. 2023

중국어 잘하겠다!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부산 사투리, 문맹인 중국어, 교육과정 영어, 오타쿠 일어를 구사하는

'어머니께서 대만 분이세요.'

 살면서 여러 번 뱉은 이 문장은 자연스럽게 '제2외국어 구사 능력'을 주제로 이끌어낸다. 물론 다문화가정마다 수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일본 일상 유튜버 '유우키'나 영어를 모국어와 동일한 수준으로 하는 가수 '전소미'씨처럼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두 개의 언어를 유사하게 구사할 줄 아는 사람이 있는가 한편, 생김새만 약간 이국적일 뿐 한국어만 유창하게 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아, 그럼 중국어 할 줄 아시겠네요!'

 이 질문에 나는 '네..'라고 대답을 하긴 한다. 실제로 엄마와 말할 때 중국어를 쓰기도 한다. 그러나 어마무시한 약점이 있는데 한자를 읽지 못한다는 점이다. 필자 같은 경우는 문맹이다. 노래방에서 첨밀밀을 부르면 내 눈은 중국어 가사가 아닌 자연스레 한국어 발음 혹은 영어표기를 쳐다본다. 어머니께서도 우리에게 한자를 가르쳐주고 싶으셨던 거 같은데 구몬 수준의 한자 학습지 선생님도 어린아이의 눈꺼풀이 내려오는 걸 막을 수 없었던 거 같다. 어린 나이에도 학습지 선생님이 돈 낭비라는 걸 알았는지 하기 싫다 떼를 써서 그만뒀다. 그렇게 필자는 말만 할 줄 아는 중국어 까막눈이 되었다. 놀랍게도 언니와 오빠도 직접적인 공부를 하기 전에는 동일하게 문맹이었다. 언니는 중국어학과 전공이고 오빠는 HSK공부를 따로 했다. 가끔 단톡에서 나를 빼고 중국어로 대화하기도 한다.(내가 못 알아듣고 있다는 건 다들 알고 있겠지...?)




 사람들은 제2외국어에 관한 관심이 크다. 필자도 수많은 다문화가정을 만나보지는 않아서 정확하게 말할 순 없지만 천차만별이라는 사실만은 정확하다. 오늘은 필자의 구사 가능 언어들과 수준에 대해서 밝히고자 한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언어는 부산사투리, 대만 중국어, 표준어, , 수능 영어 2등급 수준의 영어(절대평가 기준) 오타쿠 일본어가 있다. 참고로 순서는 숙련도다.  


1) 부산사투리

 부산토박이 62년생 아버지 밑에서 사투리의 기본인 '이거 어디까지 올라가는 거예요?'부터 '블루베리스무디'를 배우며 기초를 다졌다. 이후에도 이어지는 부산에서의 25년은 최근 유행했던 사투리 고사에서 당당히 90점 이상의 고득점을 달성할 정도로 능숙하다. '가가 가가'는 물론이거니와 종종 '가가 가가네 가가?', '니 이카니 내 그카지, 안 그카면 내 이카나' 등과 같은 활용도 가능하다.


* 사투리가 어려운 타지인들을 위한 주석

가가 가가 - 걔가 걔야?

가가 가가네 가가 = 걔가 가씨 집 걔야?

니 이카니 내 그카지, 안 그카면 내 이카나 = 네가 이러니깐 내가 그러는거지, 안 그러면 내가 이러겠어?


대한민국 최초 공설 해수욕장 송도 바닷가

 추가적으로 부산 사람들에 관한 편견 중 '바다를 자주 본다'가 있는데 이는 편견이 맞다. 부산에 살지만 바다를 자주 보지 못하는 사람이 대다수다. 물론 필자는 바다 앞에 살아서 매일 보긴 한다. 



2) 대만 중국어

 대만에서 사용 중인 언어는 '대만 중국어'와 '타이완어'가 있다. 대만 중국어 같은 경우는 중국에서 사용하는 중국어와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아서 의사소통 정도는 가능하다. 실제로 중국은 워낙 소수민족이 많은 편이기도 하고 국가 크기도 커서 같은 중국사람이라도 대화가 안 통할 수 있다.


 이에 관한 일화로, 때는 필자는  대학교 때 'BIFF작품론'이라는 교양을 들은 적이 있는데, 부산국제영화제에 상영되는 영화를 보고 감상문을 제출하는 수업이었다. 마침 중화권 영화라 어머니와 함께 보려고 했는데 엄마가 해당 중국 영화를 알아듣지 못했다. 결국 중국 영화를 한국어 자막으로 본 대만인의 자녀가 대만인 엄마에게 중국어로 내용을 번역하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됐다.


 필자는 중국어 활용 수준을 '대만에서 살아도 무리 없을 정도로 중국어를 할 순 있지만 직장을 다닐 정도는 안된다'라고 표현한다. 차후에 중국어 공부도 열심히 해서 HSK 취득할 계획이다. 한국어를 거의 못하는 어머니에게 중국어로 생일 편지를 쓰는 게 버킷리스트를 이루고 싶다.


3) 표준어

 친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필자는 표준어를 구사할 줄 안다고 생각한다. '부산사람치고는 사투리를 많이 안 쓴다.'라는 부류가 있고 '첫인사 때부터 부산에서 왔다고 생각했다.'는 사람들이 있다. 종종 부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필자의 표준어는 꽤 근본이 있다. 일단 대학교 시절 대외활동을 위해가산디지털단지에서 숙식했다. 약 4개월가량의 유학 경험이었다. 이때 사귄 서울 토박이 친구 통해 장기적으로 다양한 이론과 실전을 습득하고 연마하고 있다.


 여태 지나온 시간들을 분석해 보았을 때, 친한 친구들을 만날수록 사투리 사용 빈도가 높아졌다. 반대로 너무 긴장했을 때도 사투리가 자연스럽게 나오곤 했다. 이러쿵저러쿵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에 표준어를 구사한다고 자부한다.


4) 일본어

 필자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애니계의 넷플릭스라는 '라프텔'을 구독하고 있다. 수준 높은 오타쿠는 아니지만 스스로 '오타쿠 지망생'이라고 부른다. 가장 좋아하는 애니는 '에반게리온'이고 감상평을 블로그에 남기기도 했다. 처음부터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던 '순수혈통'은 아니었다. 빠지게 된 계기는 의외로 단순한다. 전애인이 오타쿠였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애니를 보는 걸 시간낭비라고 여겼던 (지금에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시기였기에 데이트를 하면서 몇 번 같이 보긴 했지만 역시나 애니는 내 취향이 아니었다. 이별 후 우연히도 '하이큐'라는 전애인의 최애 애니를 보았을 때 나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에 빠지게 되었다.


 애니는 특성상 만화창작을 쏟아내는 일본이 강자다.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귀멸의 칼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아따맘마', '도라에몽', '짱구는 못 말려', 내로라하는 애니는 다 일본에서 나왔다. 간단하다. 많이 보면 어느 순간 귀가 튼다. 그렇게 나는 일본 애니에서 자주 나오는 어휘를 쓸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자주 쓰는 말로는 '시네(죽어)', '코노야로(이 자식이)', '오로시쿠오네가이시마스(만나서 반갑습니다)' 정도가 있다.


 일본어와의 인연은 또 있는데 필자가 다닌 고등학교의 제2외국어가 일본어였다. 당시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암기하는데 곤욕을 치른 경험이 있다. 참고로 대입에 들어가지 않아 내게는 그저 쉬는 시간이었던 거 같다. 7등급으로 시험칠 때 엎드려 잤던 기억이 난다.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중국어와 일본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 엄마에게 중국어로 편지 써드리고 싶고 자막 없이 애니메이션 시청을 하고 싶다. 어느 작가님께서 하신 말이 떠오른다. '언어를 배운다는 건 하나의 세상을 알아가는 것과 같다'. 세상을 알아가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 언어다. 운 좋게도 태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두 개의 세상을 보았다. 남들과는 다르게. 물론 글을 못 읽는다. 아마도 한동안은 '중국어 잘하겠다.'라는 말에 이렇게 밖에 대답할 수 없을 거다.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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