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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s 깜빠뉴 Mar 11. 2021

단독주택 짓기 :: 더 비기닝

건축주의 to do list

단독주택에 살겠다고 마음을 먹었어도 그 다음 어떻게 해야하는지 감이 오지 않을 수 있다. 집은 아무나 짓나 싶기도 하고 인테리어만 새로 하려 해도 골치가 아픈데 집을 짓는다니 엄두가 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집을 짓느니 지어진 집을 사자고 마음을 먹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집을 짓는 일만큼 모험적인 일이다. 단독주택은 아파트와는 달리 너무나 다양한 크고 작은 시공업체에서 짓고 잘못 골랐다가는 그야말로 하자투성이 폭탄을 떠안는 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어진 집을 사는 것보다는 이왕이면 우리 가족에 딱 적당한 땅을 사고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집을 설계하고 완벽하진 않더라도 신경써서 집을 짓는 것이 더 낫다.


그렇다면, 집을 짓기로 마음먹었을 때 건축주가 할 일은 무엇인가?

건축주가 되기 위한 to do list를 적어보았다.



0. 나는 정말 단독주택에 적합한 사람인가?


일을 벌리기 전에 꼭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정말 단독주택을 지어 살 수 있는 사람인지, 아파트의 편리함과 환금성을 포기하고서라도 굳이 단독주택에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는지 마치 결혼을 반대하는 부모를 설득하듯 스스로에게 반문하며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집짓기는 일을 한번 벌려놓으면 돌이키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매우 큰 돈이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에 더욱더 신중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짓기를 돌이키고 싶다면, 기회는 딱 두 번 있긴 하다.

첫번째는 땅만 사놨을 경우이다. 이 경우엔 사실 땅에 투자한 돈이 묶여있을 뿐 크게 손해를 보진 않는다. 땅값은 언젠가는 오르기 때문이다. 땅을 살 때 대출을 받았다면 대출이자와 토지재산세가 계속 나가겠지만 그것들만 낼 자금여력이 있다면 땅은 좋은 투자물건이 될 수 있다. 특히 도심에 조성된 단독주택부지는 처음보다 나중에 집이 거의 들어와 땅이 몇개 안남아있게 되면 땅값이 많이 오른다.

두번째는 설계만 했을 경우이다. 설계를 하다가 중간에 설계가 계속 맘에 안든다거나 건축가와 불화가 생기면 설계계약금만 날리고 설계를 중단할 수 있다. 혹은 설계를 다 했는데 예상보다 시공비가 너무 많이 들어 자금융통에 문제가 생겨 집을 지을 수 없는 경우이다. 사실 우리도 두번째 집 설계를 마치고 시공비 견적을 받다가 예상보다 훨씬 많이 나온 견적에 집짓기를 포기할까 싶기도 했다. 이 시점에서 포기를 해도 큰 손해는 보지 않기 때문에 괜찮다.

하지만 이미 시공에 들어간 이후에는 돌이키기가 쉽지 않다. 설계비와 시공비에 각종 세금까지 내고 나서 단독주택에 입주를 하고 나면 그 이후엔 되도록이면 그냥 오래 살 생각을 해야 한다. 단독주택은 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팔 때 양도세 계산도 아파트 매매보다 훨씬 복잡하다.

그러므로 집짓기는 결혼만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우리가 두번째 집 내장목공을 진행하고 있을 때 우리집 뒷부지 땅주인이 구경을 온 적이 있었다. 음악을 하신다는 선한 인상의 아저씨였는데 아이가 셋이라 빨리 집을 지어 이사하고 싶어 얼마전 땅을 사고 설계할 곳을 찾고 있다고 했다. 어서 이웃이 되면 좋겠다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마와 태풍이 몰아쳤다. 그 땅은 뒤에 산이 있어 산쪽으로 옹벽 토목공사가 되어 있는 땅이었는데 그 옹벽이 태풍에 무너진 것이다. 그리고 나서 얼마 후, 그 때문인지 다른 사정이 있어서인지 그 땅은 부동산에 매물로 나와있었다. 물론 집을 지어 살면서 괴로워하며 나는 아파트 체질이었어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야 돌이킬 수 있을 때 바둑판의 바둑알처럼 무를 수 있는 것은 다행이지만 토지의 경우엔 보유기간이 짧으면 양도세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땅을 사기 전에도 좀 더 신중히 단독주택에 사는 것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 좋은 방법은 한번 단독주택에 전세로 살아보는 것이다. 성질이 급해 덜컥 땅부터 산 우리는 해보지 않은 방법이지만, 단독주택에 전세로 살며 그 생활이 기대했던 것처럼 좋은지도 느껴보고 집을 지으면 어떻게 짓는게 좋겠다는 점도 경험을 통해 많이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1. 나의 드림하우스에 대해 정리하기.


집을 짓는 것은 맞춤옷을 맞추는 것과 같다. 어떤 모양에 어떤 패브릭으로 어떤 디테일을 넣어 나에게 꼭 맞는 옷을 맞출 것인지 정하는 것처럼 집도 모양(매스)부터 규모, 마감재, 공간 구성 등을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여 설계해야 한다. 건축가가 전문가이니 건축가에게 맡기면 되겠지 싶겠지만, 건축가에게 최소한 내가 사는 방식을 알려줘야 내가 원하는 집을 설계해줄 것이다. 혹은 오랫동안 단독주택을 꿈꿔온 분이라면 바라는 것이 너무 많을 수 있는데 그것을 추려서 꼭 적용하고 싶은 것만 정리하여 건축가에게 알려줘야 한다. 첫번째 집을 지을 때는 70여장이 넘는 PPT파일을 만들어 건축가에게 전달했었는데, 너무 과하다 싶은 이 파일을 받고 그 당시 우리집을 설계해주신 EMA건축사사무소 이은경 소장님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하시며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려서 깔끔하게 정리해주셨다. 이처럼 건축가가 집의 컨셉에 맞게 알아서 위시리스트를 정리해주는 것도 좋지만, 건축주가 우선순위를 정하여 두는 것이 더 좋다. 이은경 소장님이 나의 위시리스트에 있었던 인테리어 컨셉인 웨인스코팅이 집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셔서 포기한 건 지금 생각해도 잘한 일이지만, 그 당시 자금 사정상 지을 수 없었던 실내차고는 두고두고 후회되었다.

건축가와 설계미팅을 하기 전에 가족들끼리 충분히 원하는 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그것들을 다 적용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해 우선순위를 정해두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집을 지을 때는 돈이 좀 오버되더라도 꼭 필요하다 싶은 것은 무리를 해서라도 적용하는 것이 맞다. 이런 것은 따로 꼭 표시를 해두어야 한다. 왜냐하면 돈은 없다가도 생길 수 있지만, 집은 한번 지으면 거의 끝이라고 봐야하기 때문이다.

    


2. 땅 사기.


땅은 아파트처럼 인터넷 검색으로 찾을 수 있다. 포털 사이트에 관심이 가는 동네의 지명과 함께 토지나 대지를 입력하여 검색하면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모든 토지가 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것은 아니니 인터넷 검색으로 찾은 토지 근처의 부동산에 방문하여 다른 토지가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혹은 단독주택지를 분양하는 경우도 있다. 내 경우엔 첫번째 집을 지은 토지를 경기도시공사로부터 분양 받았었다. 홈페이지에 가면 분양중이거나 분양예정인 토지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요즘엔 단독주택에 관심이 많아져서인지 토지도 청약경쟁률이 높다고 한다. 

땅은 땅으로 있을 때는 비슷해보여도 집을 짓고 나면 그 가치가 달라져보인다. 땅을 보는 눈이 생기려면 땅을 많이 보러 다니고 이미 집이 많이 들어선 단독주택단지를 통해 땅이 집이 되었을 때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드림하우스에 대해 정리를 했다면, 그 드림하우스를 짓기에 적합한 땅을 사야한다. 지하주차장이 꼭 필요하다면 지하공간이 나오는 단차가 있는 땅을 사야하고, 정원가꾸기를 좋아한다면 해가 잘 드는 남향땅을, 마당에서 활동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마당에 그늘이 져서 잘 놀 수 있는 북향땅도 나쁘지 않다.

첫번째 집을 지을 땅을 보러 갔을 때는 정말 땅을 보는 눈이 없는 상태였다. 그 당시만 해도 단독주택이 인기가 없어서 미분양이 된 택지를 골라서 살 수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후보군에 있던 세 택지 중에서 가장 별로인 것을 골랐던 것 같다.

하나는 지하주차장이 나오는 땅이었는데 세 토지 중 가장 저렴했다. 거의 3면이 집으로 둘러쌓여 있고 마지막 한 면은 산에 접해 있어서 출입할 수 있는 곳이 모서리 면으로 꽉 막힌 땅이었기 때문이다. 채광도 나쁠 것 같고 출입구도 옹색하여 아무리 지하주차장을 할 수 있다고 해도 별로인 듯 싶었는데 나중에 그 땅에 지은 집을 보니 설계를 잘해서인지 채광도 확보하고 출입구도 괜찮아보였다.

나머지 두 개는 평지의 남향땅이었는데 하나는 놀이터 근처였고 하나는 성당 근처였다. 놀이터가 하필 물놀이터라서 여름 내내 복잡할 것 같았고 성당은 교회와 달리 미사만 드리고 집에 가는 사람이 대부분이기에 두 토지 중에서 성당 근처의 땅을 선택했더랬다. 하지만 놀이터는 주민들의 민원으로 물놀이시설을 운영하지 않아 한적한 놀이터가 되었고 성당은 생각보다 행사가 많아 너무 시끄러웠다.

땅을 보는 눈이 지금도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땅에 대해 생각해본 여러가지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풀어볼까 한다.



3. 샘플하우스 찾기.


내 땅과 비슷한 땅에 지은 맘에 드는 집을 찾아보자. 단독주택단지를 돌아다녀보면 내 땅과 비슷한 특징을 가진 땅에 지은 집을 찾을 수 있다.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과 실제 땅에 지어진 집을 보는 것에는 갭이 있는데 그것은 일조와도 관련이 있고 타인의 시선이나 이웃집과의 프라이버시와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집짓기는 연습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내가 산 땅과 비슷한 땅에 나의 드림하우스와 비슷하게 지은 샘플하우스를 보며 대략적인 우리집의 모습을 가늠해보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점이나 그 샘플하우스의 장점을 찾아 우리집에 적용할 수 있다. 이렇게 집을 많이 보다보면 건축가나 시공사를 정할 때도 어느 정도 감이 생기게 된다.



4. 건축자금 마련하기.


집을 짓는 것은 단순히 집을 사는 것과 자금의 흐름이 다르다. 집을 살 때는 내가 살고 있는 집을 빼서 잔금을 치루고 새 집으로 가기 때문에 여유자금이 많이 필요하지 않지만, 집을 지을 때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빼기 전에 집을 지을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금이 빠듯하다. 그리고 건축자금이 빠듯하면 집짓기 과정에서 포기하는 부분이 생기게 되는데 이것은 나중에 꼭 후회가 된다. 건축자금을 계산할 때는 크게 토지비용, 설계감리비, 순수건축시공비, 금융비용, 기타비용으로 나누어 계산할 수 있다. 각각의 항목에 대해서는 예산짜기 글에서 더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자.



5. 설계할 곳 정하기


설계는 건축가가 있는 설계사무소에서 해도 되고 시공사에 딸린 설계팀에서 할 수도 있다. 요즘엔 유명 인테리어 디자인 업체에서도 주택설계를 하는 경우도 있는 듯하다. 설계비는 누구에게 의뢰하는지에 따라 몇천만원의 갭이 있는데 통상적으로 설계비가 비싸면 시공비도 많이 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금에 맞춰서 설계할 곳을 선택해야 한다.

자세한 이야기는 '건축가 찾기'편에서 더 자세히 나눠볼 예정이다.



6. 시공사 정하기.


설계를 하다보면 목조주택으로 지을지 철근콘크리트주택으로 지을지 결정하게 된다. 이것이 결정되고 나면 시공사를 알아보기 시작하는 것이 좋다. 보통 설계가 끝날 때쯤 시공사 견적을 받기 위해 그 때부터 시공사를 알아보는데 시공사는 설계하는 내내 알아봐도 부족함이 없다. 물론 목조와 RC 두 가지를 모두 다 하는 시공사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 주력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목조주택을 짓는다면 목조주택을 중심으로 하는 시공사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설계도면이 아무리 꼼꼼하게 있다고 하더라도 시공사는 시공사마다의 스타일과 일하는 방식이 있기 때문에 같은 도면으로 집을 짓는다고 해도 디테일은 시공사마다 다르게 적용될 수 있어 다른 집이 나온다. 그리고 시공사마다 특징이 있고 잘하는 팀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집을 제일 잘 지어줄 수 있는 시공사를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시공사는 금속작업을 잘하고 어떤 시공사는 목공이 뛰어나며 어떤 시공사는 벽돌조적팀이 훌륭하다. 모두 다 잘하는 시공사는 아주 비싸거나 드물기 때문에 우리집에 알맞는 시공사를 선택해야 한다.


시공사까지 선택하고 나면 이제 건축주가 특별히 할 일은 없다. 설계사무실마다 인테리어를 해주는 수준이 다른데 SNS에서 핫한 인테리어 업체에서 하듯이 인테리어를 디테일하게 해주는 건축가도 없거니와 건축 시공사에도 그런 수준의 인테리어는 기대하기 힘들다. 그래서 인테리어 수준을 높이고 싶다면 시공사와 잘 협의하여 최소의 내장마감만 시공사에서 하고 인테리어 업체를 따로 써야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 하자의 책임을 묻기 어렵고 내장마감에서 이윤이 많이 남기 때문에 시공사에서 꺼려한다. 건축주가 여력이 된다면 인테리어에 대해 공부를 해서 시공사의 목공팀에 요청하는 방법도 있다. 이후의 과정은 여태 진행하며 결정한 것들에 대한 피드백과 같다. 시공사를 잘 선택했다면 어느 정도 믿고 맡겨야 한다.

위에서 나열한 각각의 사항에 후회가 없이 선택을 했다면 10년 늙는 집짓기가 아닌 즐거운 집짓기 여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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